동남아 이야기-인도네시아 1 (미지에의 도전)

in kr •  6 years ago 
**인도네시아**라고 하면 어떤 단어 혹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지금은 인도네시아가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한국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진출도 하고 있고, 관광도 많이 가시는 편이라 예전에 비해서는 이미지가 조금 나아진 듯 합니다만, 제가 처음 공항에 발을 내딛었던 2008년만 해도 아래의 5 단어들이 인터넷 상의 검색 결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치안 불안", "테러", "지진", "세계최대 이슬람국가", 그리고 "발리"

  • 동남아에서 지진 났다고 하면 매번 인도네시아가 등장하네요.
  • 거기 길거리에 걸어다니기도 힘들고 치안이 너무 안좋다고 하던데요?
  • 테러가 빈번해서 건물 들어갈 때마다 차량 폭탄 검사 한다면서요?
  • 세계에서 가장 큰 이슬람 국가라면서요?
  • 발리는 가본적이 있는데 인도네시아는 가본 적이 없어요. 네? 발리가 인도네시아에요?
  • 인도네시아랑 인도랑 같은 국가 아닌가요?
  • 인도네시아 가면 수영장 딸린 집에서 기사, 가정부 두고 황제처럼 지낼 수 있다면서요?

인도네시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마도 한 번 정도는 위에 적힌 글 중 한 두가지 질문은 접해 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대부분 맞는 이야기입니다만 맞지 않는 부분도 있구요, 특히 치안과 관련해서는 오해가 많은 편입니다.

직장 관계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여년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살았고, 싱가폴, 태국, 베트남 등은 출장과 여행으로 참으로 많이도 다녔습니다.
동남아에 대한 관심이 여행으로, 사업으로, 또 자녀 교육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요즘입니다.
살면서 재미 있었던 기억, 말도 안되는 기억, 또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 등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하나씩 잊혀 지는 게 아쉬워 사라지는 기억의 편린들을 찾아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제 글에서 다루게 될 내용들은 사업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여러가지 문화와 생활습관, 그리고 여행과 관련된 정보들과 팁, 자녀 교육 관련 사항들이 주를 이룰 것입니다.

큰 제목을 거창하게 동남아 이야기라고 잡았지만 대부분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폴과 관련된 내용들이 되지 않을까 싶고 태국과 베트남 이야기도 약간은 가미가 될 것 같습니다. 필리핀은 개인적으로 가본 적이 없어서 다루지 못할 듯 싶습니다.

사업이나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재미 삼아 읽어 보시면 도움이 될 부분들도 있으실 듯 합니다. 글을 읽다가 궁금하신 사항들은 댓글 남겨주시면 경험해 본 범위 내에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경험한 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에 어디까지나 동 포스팅의 모든 이야기들은 참고로만 해주시고 일반화는 하지 말아 주시길 먼저 부탁 드립니다.

<첫 발걸음>
첫 직장을 다닐 때 모셨던 직장 상사분께서 인도네시아에 사업체를 차렸다고 한다. 그리고 함께 일하지 않겠냐고 입사 제의를 해오셨다. 당시 나는 국내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었고, 나이는 38세에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집에는 홀어머니가 계신 상태였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는 커녕 동남아쪽으로는 관광으로라도 가본 적이 없어 여러 상황상 완곡하게 거절의 뜻을 표했다.

좋아하는 직장 상사 분이셨고, 함께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내겐 너무나 큰 도전이었다.
특히나 나는 그 때까지 대학 졸업 후 약 10여년 줄곧 대기업에서만 일했었기에 벤처에서 일할 준비, 그것도 해외, 그것도 동남아 그리고 동남아 중에서도 열악하다고 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일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직장 상사분은 소위 삼고초려를 해오셨고, 결국 '내가 제갈량도 아닌데 그래, 도전해 보자' 싶어 '알겠습니다' 하고 답변을 하고 말았다.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려고 하니 '인도네시아?' 하며 다들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눈치 보이니 그냥 외국으로 간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부문 대표님께선 우리 회사가 마음에 안들면 다른 대기업을 소개해 줄테니 거기 가서 일하라고 까지 하셨다. 특히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나는 첫 직장은 종합상사였지만 1년 반만에 그만 두고 온라인으로 직종을 옮긴 후 줄곧 온라인 마케팅, 비즈니스 Develop 관련 분야에서만 일을 해왔었다. (참고로 종합상사 일은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참 힘들었다. 거의 TV를 보지 않는 편이지만 '미생'은 우연한 기회에 접했다가 전편 완주를 했는데 내가 겪었던 경험과 싱크로율이 거의 90%이상이었다!)

그랬던 내가, 인도네시아로 간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가는 회사가 지금껏 해온 일과는 전혀 무관한 온라인 게임 회사라는 사실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국민 게임인 스타 크래프트나 MMORPG의 최고봉 WOW 조차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내가 게임 회사로 이직을 한다고? 그것도 대기업 계열 게임 회사도 아니고 현지 직원은 채 20여명도 안되며, 게임 개발도 아닌 퍼블리싱 회사로?

게임을 해보긴 했었다.
어렸을 적, 오락실에서 아케이드 게임은 많이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너구리는 맥주 23판까지 깨 본 적이 있고, 까발은 끝까지 갔었었다. 신야구는 100원 넣으면 1인용 게임으로 9회까지 플레이 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게 내 게임 인생의 전부였다.
아, 그러고 보니 고교시절인가 대학초반인가 KOEI 삼국지 통일 시킨다고 며칠 밤을 샌 적도 있긴 하구나...

온라인 게임을 하지도 않고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마케팅 이사라는 직급으로 인도네시아로 넘어가 이직을 한다고 하니, 그것도 지분 같은 걸로 미래를 보장 받은 것도 아니고, 급여는 오히려 지금 보다 더 적게 받으면서.... 누구도 내 말을 곧이 믿지 않았다.

그 당시 내 생각은 상당히 단순했었다.
물론 일이 최우선이고 도전해 보는 마음 가짐으로 결정을 했었고, 또, 개인적으로 믿는 종교와 관련하여 마음 속에 뜻한 바가 있기도 했었지만, 현실적으론 3개월, 혹은 6개월이면 회사가 망해서 짐싸서 돌아올 가능성도 있겠다 싶었다.

나갔다가 망하면 다시 들어와서 회사 또 들어가면 되지,
골프를 쳐 본적이 없는데 정 안되면 동남아는 골프비가 싸다고 하니 골프라도 배워오자,
그리고, 동남아에는 화교들이 많다고 하니 예전에 배웠다가 다 까먹어가는 중국어라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중국어 관련 생각은 너무나 순진하고 무지한 생각이었음을 곧 알게 되었다)
어지간하면 아파트에 수영장도 있다고 하니 수영도 배울 수 있겠네…

이렇게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2008년 4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그리고 정말 오래 있으면 3년 정도 있을 수도 있겠지 생각했던 내 동남아 생활이 그후 엄청난 반전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정말 그때는 상상도 못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가 국교?>
인도네시아는 17,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이다.
인구수는 2.5억명으로 세계 4위이며, 그 중 약 87%가 이슬람으로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라고 불린다.
하지만 의외인 것은 정작 인도네시아의 국교는 예상과는 다르게 이슬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에는 국교란 게 없고 크게 5개의 종교를 인정한다. 이슬람교, 기독교, 불교, 힌두교, 그리고 카톨릭이 그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국교는 없지만 이 5개 종교 중 1개의 종교를 반드시 믿어야 한다. 사실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종교가 없으면 공산당으로 간주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소위 '종교 선택의 자유'는 있지만 '종교를 가지지 않을 자유'는 없는 셈이다.

그리고 5개의 종교를 다 인정 할 뿐만 아니라 5대 종교 관련 기념일을 모두 국경일로 지정하여 쉰다.
간단히 예를 들면, 석가탄신일, 크리스마스, 마호메트 탄신일 등이 모두 휴일이다. 이슬람의 희생절, 기독교의 부활절, 힌두의 침묵절 등도 모두 국경일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게 말하면 "와.. 인니에는 휴일이 엄청 많겠구나" 생각이 되겠지만 사실 종교 관련 기념일 외에는 딱히 국경일이라 할만한 것들이 많지 않아 오히려 전체 공휴일수는 우리나라보다도 적은 편이다. 한국에선 체감이 잘 안되다가 인니가서 체감이 절실히 된 것 중 하나가 "한국엔 정말 공휴일이 많구나" 하는 것이었을만큼.

<인도네시아는 얼마나 큰 나라일까?>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지 가는 데 걸리는 비행 시간이 대략 6시간 30분이다.
인도네시아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가는 데 걸리는 비행 시간이 역시 6시간-7시간 정도이니 이 정도면 대략 그 크기가 짐작이 될 듯 하다.

나중에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사업 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직원들을 각종 게임 대회 진행 등으로 출장을 보내는 것이었다. 비행기로 보통 2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 정도, 가장 멀게는 5시간까지 비행기를 태워 보내야 하니 비용도 비용이었지만 늘 가고 올 때 안전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발리까지는 비행 시간이 약 1시간 40여분, 자카르타에서 싱가폴까지는약 1시간 50여분, 자카르타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는 약 2시간여로 여행을 하기에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있긴 하다.)

<인도네시아는 어떤 언어를 쓰나>
같은 동남아 국가 중 인접해 있는 말레이시아, 싱가폴이 영어, 중국어(말레이의 경우에는 말레이어 포함)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바하사 인도네시아라고 불리우는 고유 언어를 가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배우기에 다행인 것은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어 태국어나 아랍어 등에 비해선 일단 접근성이 좋은 편이며, 약간은 독일어와 유사하게 대부분은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어느정도 현지인들이 알아 들을 수 있는 발음이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침에 사용하는 인사말인 'Selamat Pagi'를 현지 발음 그대로 쓰면 대략 '슬라맛 빠기'가 된다. 더불어 영어와 유사한 단어도 많아 약간만 인도네시아어에 익숙해지면 보기만 해도 뜻이 유추가 되는 단어도 많은 편이다.
'Telepon'이란 단어, 맞다. 바로 영어의 Telephone, 전화이다. 발음은 '텔레폰' 정도가 되니 거의 흡사하다.

물론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다른 점도 많고 전혀 영어와는 매칭이 되지 않는 단어들도 아주 많다.
'Perpustakaan' 굳이 발음을 한국어로 표기하면 대략 '뻐르뿌스따카안' 정도 될까?도서관이란 의미의 단어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인도네시아어는 한국인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 중의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추후 에피소드를 다루겠지만 대학에서 언어를 전공한 입장에서 '와우' 하고 감탄했던 개인적으로 세계최고 언어연수프로그램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자카르타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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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팔로우 했습니다^^ 저도 중국어를 배웠었고 개인적으로 동남아에 관심이 많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제 글에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 주셨네요 ^^ 반갑고 감사합니다. 동남아는 10년전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기회의 땅이네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좌절시키기도 합니다만..

멋지십니다~^^ 기회의 땅이라 말씀해주신 부분 매력적인것 같습니다.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