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의 혁신 전략 2.0: 내부로부터의 비판을 활성화하자 (2010)

in kr •  6 years ago 

한국 개신교의 혁신 전략 2.0

  • 내부로부터의 비판을 활성화하자

                                           이기홍 (KPI 연구위원,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네트워크화된 개인의 힘을 가능케 하는 웹 2.0

언론정보학자에게서 들은 얘기다. 약 10년 전, 블로그가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첨단 제품의 초기 사용자)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수단으로 쓰였을 무렵, 한 블로그 운영자가 ‘개인적이고 친근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블로그의 특성을 앞으로 기업들이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언론정보학자는 당시 블로그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기에 그 얘기를 흘려듣고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얼마 후, 전통적 언론 매체의 상업성, 관료제적 운영 방식, 정파성에 식상한 많은 대중이 개인적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하는 블로그를 정보 취득의 중요한 원천으로 인식하게 되자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에 뛰어드는 현상을 목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개인의 정보 생산 참여도가 과거에 비해 현격히 높아졌다. ‘블로그’와 ‘트위터’같은 ‘웹 2.0’ 서비스를 통해서다. 과거의 인터넷은 기관이 정리해 둔 정보를 열람하는 곳이었으나, 최근의 인터넷은 일반인이 글, 사진, 그림, 링크, 동영상 등의 다양한 정보를 압축적으로 정리하여 여러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게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정보 교환과 인맥 관리를 손쉽게 해 주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가 인터넷과 스마트폰같은 이동통신 기기를 통해 사용하기에 매우 쉽도록 제공되면서 급속히 확산중인데, 보통 사람 누구나 부지기수의 네티즌들에게 ‘개인적으로’ 만들고 정리한 정보를 과거 어느 때보다 신속히 전파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공개된 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네티즌들은 검색 포털 구글(Google)보다 페이스북(Facebook)이라는 소셜 네트워크를 더 많이 찾고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인터넷 상에서 가치 있다고 평가되는 정보의 생산에서 차지하는 개인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주고 있다. 개인이 기관에 비해 상업적 목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움을 감안하면 이러한 사실은 더욱 중요하다.

과거 인터넷에서는 명망있는 개인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상업 광고를 게시하는 방식으로 이윤 추구를 시도했다면, 최근의 경향은 그 반대에 가깝다. 본래는 개인 사용자를 위해 만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기업, 관공서, 기타 단체들이 계정을 만들어 보다 개인적인 분위기의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마케팅 즉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social network marketing)’이 첨단 기법의 소통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보 생산이 개인 중심으로 바뀌어감에 따라 인터넷이 덜 상업화되는 방향 그리고 더욱 인간적인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일부 사회과학자들은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networked individualism)’ 등의 개념으로 표현한 ‘개인적으로 연결된 개인들의 힘’이 현재 웹 2.0을 통해 현실화되는 중이라고 한다.

미래지향적 매체로서의 웹 2.0

어떤 이들은 이러한 현상과 관련하여 인터넷 매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예컨대, 한 때 인터넷의 담론은 ‘빠’, ‘까’, 그리고 ‘알바’에 의해 주도된다고 풍자되었다. 특정 대상 또는 의견에 대해, ‘빠’는 맹목적 찬성 세력을, ‘까’는 전투적 비판 세력을, ‘알바’는 특정 목표 하에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동원된 세력을 의미했는데, 많은 경우에 마지막 부류가 가장 문제시되었다. ‘빠’와 ‘까’는 나름 일관된 의견을 교환하지만, ‘알바’는 경제력으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과거 인터넷의 폐해이자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었다.

웹 2.0에서는 ‘기관’ 대 ‘개인’ 방식의 정보 전달이 급감하되 ‘개인’ 대 ‘개인’ 방식의 정보 전달 수요가 급증하므로, 결국 개인들의 참여가 기관에 비해 크게 강화되어 그들 스스로가 인터넷 상의 각종 정보를 자발적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를 신속히 전파함으로써, 이른바 ‘알바’와 같은 세력이 예전처럼 노골적으로 동원되기는 어렵게 되었다. 웹 2.0 시대에는 여론 형성 기제가 하나의 생태계, 하나의 복잡계로 성숙하면서 자정 기능이 대폭 강화되어 과거 어느 때보다 사이버스페이스의 여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논의와 더불어 신문, 방송과 같은 전통적 언론은 대중으로부터 점점 유리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대 이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공화정, 대의제를 견제하는 기능을 갖고 출발한, 그래서 상업성이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 4부’라는 별칭을 얻기도 한 전통적 언론은 정계 및 경제계와 결탁하여 더 이상 대중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한국 사회에서 들끓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 있는 웹 2.0은 차세대 매체로서의 기능이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웹 2.0 상에서 몇 주요 종교는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가? 한국의 개신교는 어떻게 비추어지며 어떠한 대응이 필요한가?

상대적으로 좋은 천주교와 불교의 이미지

작년에 김수환 추기경이, 얼마 전 법정 스님이 세상을 떠났다. 두 고인은 특정 종교의 지도자라는 공식적 지위를 넘어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어른으로 인정받아 왔다.

필자가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전통적인 언론에 매체에 비해 군중선동적 담론, 반종교적 선전이 확산되기 쉬운 웹 2.0에서 대부분의 여론은 그들을 존경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며 종교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듯하다. 떠난 추기경과 가톨릭이 한 때 친일, 친독재한 적이 있다는 견해는 그들이 1970-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바가 훨씬 더 크다는 반론과 함께 그를 조문하는 자리에서 뒷짐을 진 한 전(前) 대통령의 사진이 덮어 버렸다. 고(故) 법정 스님의 절판된 책이 원가의 수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경매에 오르자, 네티즌들은 그의 무소유 정신에 반하는 짓이라고 비판하며, 그의 저작들을 공유하는 방법을 논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개신교의 이미지

이에 비해 한국 개신교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가톨릭이나 불교에 비해 매우 좋지 않다. 오래 전부터 대형화, 상업화, 세습, 건축, 보수 정치권과의 유착 등의 문제는 한국 개신교의 만성 질환으로 인식되어 왔고, 현 정권의 출범 직후 시작된 ‘촛불’을 전후한 시기에 반(反)개신교 담론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히 강화되었다는 사실에 관한 세부 내용은 이 글에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기성 제도에 대해 과격한 비판을 삼가는 전통적 매체에서는 개신교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를 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긍정적 평가조차 까칠한 비판에 익숙해져 있는 네티즌들에게는 개신교가 제도권과 결탁한 증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손쉽게 수집할 수 있었던 개신교회 관련 비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신학대학교의 설교 시간에 한 목회자는 최근에 극심한 지진을 겪은 나라가 사탄의 것이므로 그러한 재앙을 당했다고 발언했다. (2) 교단의 임원이기도 한 다른 목회자는 특정 종교를 비난하는 발언을 공식석상에서 자주 한다고 거론되었다. (3) 한 고위 공무원이 세종시 관련 출장 중에 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자신이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협조를 구했다. (4) ‘천국의 모습’이라고 명명된 사진에는 개신교의 저명한 지도자들과 각계에서 교인이라고 알려진 이들이 ‘불신지옥’을 외치는 근본주의적 전도자, 그리고 몇 년 전 이른바 ‘에어장(Air Jang)’으로 조롱받은 이의 모습과 함께 제시되어 있었다. 그 게시물에는 ‘저기가 천국이라면 가기 싫다’는 류의 댓글이 여럿 달려 있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 사례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낱낱의 사례를 축적하여 한국 개신교 전체를 비난하는 여론으로 변형시킨다는 것이다. 개신교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다른 네티즌들의 공감을 유도할 뿐 역비판하는 분위기를 형성하지 못했다. 그 이유를 혹 개신교 조직이 가톨릭이나 불교 수준으로 통합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고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만약 그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한국의 개신교계는 PR만을 위해서라도 당장 혁신적인 초교단적 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개신교 조직의 전통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지향할 바이지 당장의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다른 어떠한 대책이 가능할까?

내부로부터의 비판을 활성화하자

필자가 보기에는 이러한 대개신교 과비판(對改新敎 過批判) 현상에 대한 효율적인 대책은 일부 네티즌들이 무리하게 시도하면서도 대중들에게는 호소력있는 방식을 분석하여 역이용하는 것이다. 즉 여러 파편적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교계 및 각 개교회 내부에서 선점하고 공개함으로써 한국 개신교가 지속적인 자아성찰을 통해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퍼지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단, 이러한 가운데, 한국 개신교의 고질적 병폐인 개신교내 타교단 및 타교회에 대한 비판은 중단한다는 신사 협정이 맺어지고 발효되어야 한다. 이러한 내부로부터의 비판 활성화는 개신교의 출발점이었던 종교 개혁의 근본 정신에 부합하면서도, 교회의 파편적 문제점이 개신교 전체의 문제점으로 인식되는 것을 체계적으로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제안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따른다. 특히 개신교 지도자들에게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확실한 전향적 태도가 요구된다. 그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개신교계 내에서 명예와 부를 얻었다고 할지라도 교계 전체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솔선수범하여 내적 긴장과 융통성 있는 태도를 통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한다.

그리고 대내외적으로 소통하며 대중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 교계 및 개 교회 차원의 수평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강화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시대의 트렌드인 웹 2.0을 활용하는 ‘개인’ 대 ‘개인’ 방식의 교제에 익숙해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웹 2.0 상에서 자발적으로 네트워크화된 교인의 힘이 이미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 앞으로 더욱 많은 교인, 목회자, 교회, 교단이 적극 동참함으로서 개신교계 내부의 혁신뿐 아니라, 개신교 전체의 진정한 부흥을 선한 방식으로 성취하기를 기대해 본다.

(KPI칼럼 게재일: 20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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