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을 창조하셨다. 신은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다섯 가지 선물을 주기로 했다. 신이 인간을 불렀다.
“사랑하는 나의 피조물아. 너를 내가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섯 개의 선물을 주겠다. 첫째, 너에게 누구에게도 속박을 받지 않을 권리, 자유권을 주겠다.”
“우와, 감사합니다.”
“둘째, 네 생명을 보호받을 권리인 생명권을 주겠다.”
“우와, 그것도 감사합니다.”
“셋째, 누구나 동등하게 대접받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인 평등권도 주겠다.”
“우와, 멋진 걸요. 감사합니다.”
“넷째, 네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행복하게 살 권리, 행복추구권을 주겠다.”
“우와, 정말 멋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다섯째, 네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사유재산을 지킬 권리인 재산권을 주겠다.”
“ …………네? ……………뜬금없이 그건 뭔가요?”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많은 나라들이 법을 만들면서 ‘자연권’이라는 개념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자연권이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것으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갖는 권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서구 기독교 사상을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연권에 해당하는 것은 무조건 법체계에 집어넣었다. 그래서 확립된 것이 5대 자연권이다. 자유권, 생명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그리고 재산권이 5대 자연권에 속한다.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하다. 자유권, 생명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은 자연권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지만 재산권은 뭔가? 재산권이 신이 부여한 천부의 권리인지를 떠나서, 이 권리가 앞의 네 가지 권리와 동등하게 거론될 수준의 권리이기는 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자유권, 생명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은 인간의 본성을 규정하는 매우 높은 수준의 권리다. 하지만 재산권은 “내 재산 지키고 싶어요” 수준의 요구다. 당연히 같은 반열에서 거론될 개념이 아니다.
그런데도 왜 재산권이 자연권의 반열에 올랐을까? 부르주아지 혁명이 성공하면서 자본가 계급이 자기의 재산을 너무나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봉건 사회처럼 왕이 무력으로 자신의 재산을 빼앗는 사태만은 막고 싶었다던 이들은 과감하게 재산권을 자연권으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자연권은 언제 어느 때나 무조건 보장받아야 할 자연권이 아니다. 가장 위대한 정치학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로버트 달은 “자연권 사상에 뿌리를 둔 사유재산권은 절대 침해될 수 없는 권리가 아니다. 재산권에는 권리와 의무가 모두 녹아있다. 사유재산이라 해도 타인에게 해를 입힌다면 제약해야 한다. 경제적 자유는 다양한 자유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 아니다”라고 역설한다.
한국 사회에서 “사유재산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하면 대번에 “저 놈은 빨갱이다” 소리부터 튀어 나온다. 그런데 그렇게 주장하는 자들, 혹시 이거 알고 있나? 재산권을 자연권을 격상시킨 대표적 학자 존 로크조차도 재산권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단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그 유명한 ‘로크의 단서 조항’이다.
로크의 단서는 이렇다. 첫째, 사유재산은 무한하지 않아야 한다. 즉 다른 사람을 위한 양질의 재산을 충분히 남겨 놓은 상태에서만 사유재산이 인정된다. 둘째, 누구라도 생활에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만큼만 소유해야 한다. 생존을 넘어서서 낭비될 정도의 재산을 사적으로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어떤 빨갱이가 이런 이야기를 했냐고? 존 로크는 빨갱이가 아니라 재산권을 자연권으로 격상시킨 현대 자본주의의 설계자다.
누군가가 아파트를 수 십 채 씩 소유하고 그것을 투기에 이용했다고 하자. 이때 아파트는 사유재산이지만 우리는 이 재산권을 제약해야 한다. 왜냐하면 첫째, 아파트 투기가 타인의 주거권과 행복권을 빼앗기 때문이다. 둘째, 수십 채의 아파트는 당연히 생존을 넘어서는 낭비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재산권을 자연권으로 보는 로크의 생각이었다.
청와대가 지난주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아니나 다를까,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정권의 방향이 사회주의에 맞추어져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열을 올렸다. 또 빨갱이 타령이다.
사유재산 이야기만 나오면 빨갱이 타령을 하는 자들 탓에 우리는 재산권이 자연권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헌법 개정안은 더욱 의미가 있다. 지겨운 이데올로기 공세를 무릅쓰고 사유재산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할만한 주제를 던진 이번 헌법 개정안에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 “공익을 위해 사유재산을 제한할 수 있는가?”라는 너무나 당연한 주제에 대해 한국 사회는 이제 상식적인 토론을 시작할 때가 됐다.
- 기사 : 이완배 기자
-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 리스팀과 보팅으로 이 글을 응원해주세요
- 민중의소리 스팀잇 공식 계정 (@vop-news)을 팔로우 해주세요
- 여러분의 응원은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
응원합니다!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
모든 토지는 다 다르기 때문에 시장에 맡기기도 곤란하단 생각이 듭니다.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
Congratulations @vop-news!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posts published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Do not miss the last announcement from @steemitboard!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
팟빵에서만 듣다가 여기서도 뵙네요.
이번에 새로 내신 책도 스테디셀러로 잘되시길 응원합니다.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