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쓰다보니 인도여행을 가는 기억이 새록새록나서,
더 잊혀지기 전에 쓰는 인도여행의 기록.
어릴때 봤던 무라카미 류 라는 소설가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읽고는 히피문화에
빠져든 후에, 줄곧 인도에 가고싶어했었다. 일본 소설을 찾아읽으며 가장 좋아했던 소설인
"하치의 마지막 연인" 이라는 책도 역시 그 마음에 불을 지펴주었다.
그렇게 동경하던 인도를 드디어 가게 되었을때는 뭔가 믿기지도 않고, 가는 당일날에는
비행기까지 놓치는 여유(?)를 만끽하며 그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도착을 한 인도는
처음에 공항에서 내릴때만 해도 한국의 대전 비슷한 도시의 느낌이어서, 그리 특별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내렸던 곳은 어느 시내였는데, 지도를 봐도 뭐가뭔지도 모르겠고
어물쩡대고 있는 나를 보던 어느 무슬림 택시기사 아저씨가 나에게 어디를 가느냐고 묻길래
델리역 근처의 빠하르간지에 간다고 하니 자기 릭샤를 타라며, 원래는 100루피인데 70루피에 해주겠다고,
당시의 100루피는 한화 3000원 정도 되는 돈이라서. 별로 의심도 안하고 70루피를 냈는데,
그렇게 의심을 하지 않은 것은 그 무슬림 아저씨가 하늘에 손까지 올리며 나는 신을 믿는 사람이니
자기를 믿으라는 말도 서슴치 않고 하는것도 한몫했었다.
그렇게 도착한 빠하르간지는 말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정신줄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붙잡는 상인이며,
차선없는 도로, 그도로에는 소와 양과 오토바이 자전거 자동차와 사람이
서로 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나다니고, 지저분한 거리와 짙은 향내음이 훅 풍기는 길거리는
여행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딱 알맞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주후 예약해놓은 아쉬람 외에는 특별한 계획없이 온 인도였어서, 당장 내일부터는 무얼해야하나
싶어서 책을 뒤적이다가. 아. 그래 리시케시를 한번 가보자, 해서 기차표를 파는 곳으로 갔다.
영어를 잘 못하기에 인도인들의 영어는 더욱 알아듣기도 힘들었고
아마 내가 말하는투며 제스쳐하며 딱 초보자의 티가 났는지 리시케시에 가고싶다고 했더니
기차표 1000루피를 달랜다(당시 한화 3만원정도)
으잉? 내가 가진 론리플래닛에는 그때 얼마였더라. 70루피인가? 비싸도 200루피인가
적혀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내가 책을 펴며 보여주자 고개를 저으며 1000루피라고 굳이 얘기를 하는 여행사(?)
근처에 있는 여행사를 모두 돌아다녀봤는데 모두가 그리 말한다.
일단 처음에 있던 곳으로 가서 천루피를 냈는데 기차표를 안준다.....영수증은 내일줄테니
새벽 다섯시에 이곳으로 오라는거다.
당황했지만 아무리 사기를쳐도 내일 당장 이곳에서 짐싸들고 나르지는 않을거 아닌가?
고작 3만원 때문에? 그래서 일단 알았다고 하고 잠을 잘 숙소를 찾으러 빠하르건즈 시장안으로
들어갔다.
키가 작은편은 아니다만 왜소하고 어린 동양여자애라서 그랬는지
거짓말 조금보태서 스무걸음 걸을때마다 길가다 가슴, 거기, 엉덩이 등등을 툭툭 치고 지나가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일단 눈에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갔다.
하룻밤자는데 400루피(한화 1200원정도). 이거는 사기 안당한거 같다고 생각하며
방에 들어가서보니.
와. 정말 그 옛날 고풍스런 영국영화에서만 보던 엔틱한 열쇠....열쇠구멍으로 보면 뭐하는지 다 보이는
그런 방~
열쇠구멍으로 내다보니 밖에서 난간에다가 자기 팬티를 말리고 있는 인도 남자가 보였다.
에휴. 여기서 정말 문부시고 들어와 성폭행 당해도 할말없이 있어야 겠다며
카메라니 노트북이니 엠피쓰리 플레이어니 하나도 갖고오지 않은것을 다시한번 잘했다며
칭찬했다.
일단 짐을 좀 추려놓고 밖에 나가 가방을 묶어놓을 자물쇠랑 가볍게 들고다닐 휴대용가방,
그리고 잘 도착했다고 엄마한테 전화하러 나가기로.
수많은 남자한테 내 몸을 내준(?) 뒤에 가방도 사고 자물쇠도 사고 전화가 되는 카페를
찾아가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기억이 잘 안나는데 전화를 하고 후불로 내는 방식이었는데. 계기판에 요금이 뜨면
그만큼 내는 그런 방식이었던거 같은데.
00.00 -> 이런식으로 소수점 한자리인가?두자리?까지 나와서,
나는 소수점은 못보고 오백루피에 달하는 돈을 지불하고 나왔던거 같다.ㅋㅋㅋㅋㅋ
카페에 앉아서 라씨를 마시며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딱봐도 마리화나에 잔뜩 취한 키큰 히피차림새를 한 외국남자애가 내 앞에 앉아 라씨를 주문했다.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하고 내가 내일 리시케시에 간다고 했더니 자기도 거기 갔다가
며칠전에 델리로 왔다며. 고아로 갈 예정이라고 했던거 같다.
처음이라하니 그러면 이것저것 보러 밖으로 나가자고 하길래 쫓아나갔다.
뭐 이런저런 얘기를 하긴 하는데 내가 영어도 잘 못하는데다 러시아 악센트가 너무 강해서
잘 알아듣기도 힘든데 약에 잔뜩취해 말도 느리고 혀가 꼬부라지니 거의 의사소통이
안되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남자 한명이 옆에 있는것에, 성추행이 많이 줄어들어 편해서
보디가드삼아 시내를 구경했다.
아수라장인 빠하르건즈에서 조금만 나가면, 지금은 이름을 잊어먹은 무슨 원형타운이
있는데 이곳은 완전 신도시다.
공원도 있고, 건물안에 상가들도 있고.
사람들의 차림새도 확연히 다르다.
어? 그러고보니 저기는 내가 공항에서 버스타고와서 무슬림 아저씨 릭샤를 탔던 곳인데..?
라고 그 친구한테 얘기를 했더니. 왜 여기서 릭샤를 타냐고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걸어도 15분 거리라며.
릭샤타면 비싸도 20루피면 온다고.
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여기저기 구경하며 서점에서 요가관련 책을 한권 사고
공원에서 그 친구가 공으로 하는 리듬체조...뭐라고 부르던데 까먹었다. 그거 하는거 구경하다가
저녁으로 샌드위치를 사주며 얘기를 하다,
여러가지 대안요법 얘기가 나오고 마사지 이야기도 나오는데,
나중에 밤에 자기가 숙소에 가서 마사지 해줘도 괜찮냐고 묻길래.
아니 나는 내일 아침에 일찍가서 쉬어야해~ 하고 숙소앞에서 빠이빠이. 돌려보냈다.
와서 이거저거 가방산거랑, 자물쇠산거,
전화건거, 티켓산돈 등등 계산해보니 한국돈으로 거의 십만원을 썼던데 ㅋㅋㅋ
이거 싼 나라 맞아?
(당시 찍은 사진이 없어서~ 사진은 pixabay paharganj 빠하르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