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시가, 이런것이라면.
다 못 세는 세월 동안 시를 만져온 시인은 잘 모르고,
저녁녘 남대문 시장에서 빈대떡 한 장을 사먹는 서민들이
시의 주체라면. 정말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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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시가 무어냐고 물어도 대답을 못해주는 시인이 되어야 하는가.
아님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면서,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는,
빈대떡을 맛있게 먹으며 땀을 닦으며 젓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며 간장이 맛이 영 없다며 불평하는,
그러나 다름 아닌 시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어야 하는가.
도대체 이해가 안 되던것은, 이 시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내 모습이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넘어가지 않고, 아니 그리 못하고서 나는 어떤 쪽이 되어야 하나 하며
고민은 또 왜 하는것인지.
나는 어느샌가
저 역설투성이인 명문을 다운로드 받고 있었다.
다운로드 진행이 완료되기 전에 이미 내 마음엔 자리를 잡고 내려앉았다.
그러다 이해가 되던것은, 내 속에서부터 우러나온 반가운 마음이 시를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실 엄청난 고생 되어도 빈대떡을 먹으며 하루를 명랑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너에게 말해줄게, 네가 다름 아닌 시인이란다.” 하며 내 마음을 두드리는 시 한 구절이,
그 마지막 구절이,
고귀하다는 말보다, 광명이라는 말보다, 알파라는 칭찬보다,
네가 다름아닌 시인이라는 그 칭찬같지도 않은 칭찬이.
나에겐 최고의 칭찬이었다. 그거면 되는 마음이었으니.
빈대떡은 하루를 명랑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기에 얻은 시 한 구절은 나를 명랑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