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일 후면 난 만 32세, 한국나이로 33세이다. 그렇다. 난 다섯밤만 더 자면 브리짓존스 다이어리 1편에 나오는 여주인공 브리짓의 나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내 나이 만 15살 때 이 영화가 나와서 봤을 때는 하하하 뭐 이런 웃긴 노처녀 언니가 다 있나 남의 일마냥 매우 즐감했었다.
20대 때는 정말 제대로 된 남자와 사귀지 않았던 것 같다 (10대는 말할 필요도 없고...). 학생 때 사귀었던 남자 3명, 사회인이 되고 나서 사귀었던 남자 2명 총 5명의 남자들의 프로필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남자 1: 미국 유학때 만났던 교회갈 때 픽업 와주던 오빠. 4살 연상에 술고래. 항상 해장하기 위해 베트남 쌀국수만을 고집하여 쌀국수 같이 먹기가 너무 지겨워서 올리브가든을 가자고 했다고 된장녀 취급을 당함. 내가 20살이었는데 만난지 얼마 안된 자기와 왜 결혼생각이 없냐며 날 타박했었다. 미국에서 10년 이상을 살고 주립대학도 다녔는데 알고보니 불법체류자. 한국에 돌아가서 군대가기가 싫다며 멕시코로 갔다가 국경넘어 다시 미국으로 들어갈까 하던 그는 지금 그냥 한국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결혼하고 아기 낳고 잘 살고 있다.
남자2: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2살 연상의 대학교 선배. 같은 대학에 입학하여 처음에는 이것저것 챙겨주며 자상한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감정적으로 폭력적인 캐릭터가 되면서 이 새끼와 계속 사귀다간 내가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되겠구나 정신차리고 헤어짐. 헤어진 후에도 페이스북으로 집요하게 친구신청이 들어와서 한참동안 차단해야했음.
남자3: 2살 연하의 대학교 후배. 성격이 센 남자 1과 2와 비교하면 초식남과라고 생각했던 그는 내가 졸업한 후 캐나다로 교환유학을 가면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놀다가 아마 바람도 피웠었던 것 같다. 중국어가 배우고 싶다고 캐나다 다음에는 대만에 단기어학연수를 간 그를 만나러 갔다가 총 3번정도 크게 싸우고 매 번 홀로 남겨져서 어떻게 숙소로 돌아가야할지 몰라 멘붕의 연속이었다. 정말 다시는 기억도 하고 싶지 않았던 끔찍한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남자4: 결혼할 것이라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던 남자. 사귄지 4개월정도밖에 안되었을 때, 그가 박사공부를 위해 미국에 가야해서 나도 한국을 탈출할겸 같이 미국에 갔으나 3개월동안 그의 뒷바라지만 하다가 한국에 리턴. 한국에서 취직을 해서 회사생활을 하는 나에게 본인이 박사공부가 끝날 때까지 그냥 돈을 모우고 있으라는 소리에 오만정이 떨어짐. 자상한 말투 때문에 자상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냥 철저한 이기주의자. 내가 가족문제로 힘겨워하고 있을 때 위로는 커녕 도망갔었다.
남자5: 11살 연상이었으나 연애경험이 거의 없고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추구하던 개인주의 철벽남. 말이 없어 벽에 대고 말을 하는 것 같이 느꼈던 사람. 처음엔 말없이 나의 가족문제를 들어줘서 좋아졌었는데 그냥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미 40대에 접어들었던 그를 내가 결혼할 만큼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 또한 나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꺼낼 용기가 없었던 사람.
이렇게 적어보니 그냥 차라리 20대를 솔로로 보낼 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니 나에게도...좋은 일이 생겼다^^ 바로 4살 연하남과 사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