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in money •  7 years ago  (edited)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부제 : 안철수, 마이클 샌델)

가끔 책을 읽으면 뒤통수를 강타당하는 기분이 드는 경우가 있다.
또는 뭔말인지 헤매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가 끄덕여 지는 책들도 있다.
부시 정부에서 한참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고 있을 때,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니 경영 기법들이 한달에 하나씩 탄생하고 있을 때,
더 악착같이 더 집요하게 더 화려하게 더 수익이 높게, 모두들 그런 고민에 빠져 있었을 때

더듬 더듬 조용히 중얼거리는 듯한 안철수의 책들이 그러했다.

안철수의 책들은 더 원론적이고 더 근본적인 가치들에 대한 고민을 던져 주었었다.
가령, 왜 돈을 벌려고 하는 건가? 왜 기업을 운영하려는 걸까? 와 같은 문제들 말이다.
결국, 나와 내 가족, 나를 둘러싼 공동체 등 사람이 배제된 경제 활동의 문제점들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수 많은 경제학서와 마케팅 서에서 일종의 parts(부품)으로 취급되던 ‘사람’ 말이다.

신자유주의 이념이 전 세계적으로 대세가 되어 40여년 동안 지배하고 있을 때
그에 반하는 가치들을 표명한다는 것만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그가 가진 사회적 명성이 높을수록, 그가 학술적 경제분야와 떨어져 있을수록
아무것도 모르는 구닥다리 퇴물취급이나, 또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지껄이는 헛소리 취급을 당했다.

21세기 참 재미난 곳이다.
과거에는 독립적인 학문들이 이제 모두 융합되고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
우주를 대상으로 한 천체 물리학이 광활한 우주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자현미경으로 분자와 원자를 관찰하고 입자가속기로 전자와 입자 수준을 관찰하면서 우주탄생의 답을 찾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경제도 경제 전문가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고, 법도 그렇고 윤리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다.
모든 분야들은 연계되어 있고 융합되어서 사회를 읽어 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원래 강의자료여서 그런지 내게는 매우 짜증나는 책이었다.
내가 짜증났던 건, 그래서 결국 당신이 생각하는 답은 뭔데? 라는 의문으로 책을 읽어갔지만
마이클 샌델은 그에 대한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와 윤리에 대해서 사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지.
정의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대학 1학년들에 진행되는 개론서 같은 책이었다.)

하지만 정의란 무엇인가는 사고과정들이 흥미진진했다. 지날수록 그 가치를 되새김질 할 수 있었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10여년 이상의 강의내용을 잘 갈무리해서 만들어져서 잘 다듬어져 있는 책이라면
이번에 나온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은 다소 투박한 책이다.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마이클 샌델이 팔짱을 낀 제 3자의 태도로 독자를 상대했다면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에선 직접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었다.
이 책을 쓰고서 수많은 경제학자들에게 많은 욕을 먹은 모양이다.

정리하자면 내용은 이렇다. 자본주의가 고도화 될수록,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많아야 하고 이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 탁월한 정리실력 300페이지를 두줄로 요약했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가 아니라 천민 자본주의가 깊숙히 뿌리박힌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차나 앰불런스 소방차에 광고를 한다던지, 운동경기장을 기업명으로 불리는 명명권을 판다던지, 지하철역이나 거리에 대한 명명권, 몸에 기업로고를 문신하고 돈을 받는 사람들… 헤아릴 수 없는 저급한 광고행위와 명명권 판매행위가 개인의, 공공의 재산에 대하여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장기매매나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보험, 유명인이 언제 죽을 것이냐에 내기를 거는 행위들…

10여 년전 1년여 동안 중국에 머문 적이 있었다.
거래처에 중국인 운전사가 한명 있었는데 그가 공공연하게 했었던 말이
중국돈 2000원을 내면, 13-14살 먹은 성적경험이 없는 중국 소녀와 하루밤을 보내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당시 중국돈 2000원이면 매우 큰돈이었다. 한화로 약 30만원 정도에 해당되는 돈이니…
갓 상경한 공장 직공이 700원(10만원) 정도를 받으니 3달치 월급에 해당되는 돈이었다.
그가 한 말은 매우 신뢰성 높은 말이었다. 그 자신도 서너번 경험을 했다고 하였다.
도시에서 조금만 나가면 농촌이었고 농촌의 살림은 매우 팍팍했다. 그곳에서 2000원이면
일가족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목돈이었고 부모들은 기꺼이 13살 밖에 안되는 자신들의 딸의 처녀성을 모르는 이방인 남자에게 팔아 치울만큼 거금이었던 셈이다.
물론 13-14세 소녀도 가족의 행복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도 2000원에는 그 운전사가 가질 수수료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
소녀가족이 손에 쥐는 돈은 2000원 이하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천민 자본주의에 깊게 물들어 있다.
그렇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가 있는 사회가 되었다.
아직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심하지 않다.

우리에겐 아직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많이 남아 있으며 그것을 지켜야 한다.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는 매우 소중하다.
돈과 수익에 대한 개인적인 이기심은 어마 어마한 문명의 발전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공공성, 인간성, 윤리성을 잃은 자본주의의 발전은 그러한 문명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다.
자본의 불평등한 분배로 인해서, 돈을 많이 가진 자와 돈을 적게 가진자 사이에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평등한 룰이 사라진다면, (예를 들면 줄서기라던지, 법앞에 평등함 같은)
깡패와 경찰의 구분이 모호한 파멸속으로 사회가 가라앉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부의 공평한 분배와 공공의 영역사용과 공공서비스에서의 평등함, 그리고 수많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그 가치들을 유지해 나갈 때 그 사회가 건전성을 지키면서 발전해 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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