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리이야기 2] 전원생활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

in moohori •  7 years ago  (edited)

전원주택으로 와서 당황한 것 중 하나는 집이 아파트만큼 따뜻하지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보일러 틀면 되지 않나라고 하는데. 보일러를 아파트 있을 때처럼, 22도가량 맞춰놓고 살았더니(이것도 나중에 20도 밑으로 낮추기는 했습니다만) 한 달 가스비가 57만 원이 나왔습니다. 그나마 12월 말에는 안 틀었는데도 그 정도가 나왔죠. 정말 당황스럽더군요. 57만원이라고 찍힌 고지서를 한 1분간 들여다 본 거 같습니다. 청O 가스에 전화를 했어요. "사장님. 많이 안 썼는데 이렇게 나왔어요. 죄송한데 깎아주세요." 네 그래서 7만원 깎았습니다. ㅠㅠ 도시 가스 없는 설움이란 ㅠㅠ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가스비가 염려돼 전기 온풍기를 틀었는데 전기료도 23만 원인가 나온 겁니다. 어머나 세상에. 이런 일이. 아파트에 살 때는 겨울에 따뜻하게 살고 여름에 시원하게 살아도 관리비가 20만 원을 넘긴 적이 없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요.

부랴부랴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가스보일러를 계속 틀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전기 온풍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집 전체를 데울 수 있는 메인 난방이 없는 상황에서 최저 기온 영하 15도의 북한강 칼바람이 몰아치는 문호리에서 더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사실 가스비가 많이 나오는 걸 보고 태양광을 신청해 집 옥상에 설치하고 전기로 난방을 해보려고 했으나 한 달 생산 전기가 그 정도로 200-300kw 밖에 나오지는 않아 역부족이었습니다. 왜냐면 12월 한 달에 1000kw 넘게 썼기 때문이죠.

또 메인 난방이 필요했던 궁극적인 이유는 생후 10개월 된 아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에 있다가 전원주택으로 오고 나니 감기가 무척이나 심해졌고 콧물을 줄줄 흘리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하여 결단을 내렸습니다. 주변 집들을 한번 샅샅이 살펴보니 다들 벽난로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 이거다. 인터넷 검색을 한 시간 가량 한 뒤 우리나라에서 벽난로로 역사가 깊은 '삼진 벽난로'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경기도 광주 공장까지 한 시간이 걸려 도착했습니다. 그날 몰골은 말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집 거실 온도는 14도. 씻을 마음도 생기지 않아 씻지도 않고 거기부터 갔어요.

들어가 보니 수십 개의 벽난로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삼진에서 만든 벽난로에서부터 독일, 체코 등 유럽 수입 제품들까지. 1-2시간에 걸쳐 벽난로 제품, 좋은 장작 고르는 법(이건 다음 편에 설명할게요), 전원주택에 벽난로가 필요한 이유, 집안의 오브제로서의 기능 등을 쭉 듣고 나니 벽난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죠. 가격은요? 사실 좀 세긴 해요. 그래도 벽난로는 평생 쓸 수 있는 거라 샀어요. 벽난로를 선택하고 집에까지는 오는 5일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대략 6시간에 걸친 공사 끝에 벽난로를 설치하고 오이 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폈죠. 엄청 잘 타고 금방 집안이 후끈해졌죠. 바라던 바였어요. 흑흑. 근데 정말 돈 많이 들어요. 왜냐하면 장작도 사야 되거든요. 장작은 한번 사면 얼마나 쓰는지, 그리고 벽난로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다음 시간에 설명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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