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밀양 사진이 가리키는 것

in moonjaein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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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예나 지금이나, 한 장의 사장이 여하한 말보다 진실을 전달하곤 한다. 특히나 순간적으로 포착된 사람의 몸짓과 표정은 거짓된 모습을 연출하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 찍는 사람은 몰라도, 순간 카메라에 담긴 피사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 2014년 4월 진도 팽목항 진도체육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었던 연출된 얼굴을. 세월호 대국민 담화 담시 박 전 대통령이 흘렸던 지극히 작위적이었던 그 눈물을.

지난 27일, 한 장의 사진이 강렬하게 다가온 것도 그 때문이다. 이날 오전 밀양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담은 청와대의 사진 한 장.

사진에 담긴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은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미안함과 애통함에 가득 찬 애처로운 표정 그 자체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30여 분 동안 유가족들을 만나 일일이 악수하고 위로를 건넸고, 희생자 가족을 만나는 도중 한 차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그 애처로운 감정으로 눈물짓고 오열하며 애통해 하는 유족들을 마주하며 감정을 이입했기에 가능한 눈물이었을 것이다.

화재 발생 직후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위기관리센터를 가동시킨 것으로 알려졌고, 문 대통령 역시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화재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복합 건물에 대한 화재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이번 화재로 말미암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조기 수습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제천 화재 참사에 연이어 일어난 화재사고를 놓고, 문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향후 사고 방지 대책을 포함, 대통령으로서, 국가수반으로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일단 전력을 기울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 속 얼굴은, 그리고 눈물은 그렇게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이의 표정이요, 반응이었을 것이다. '악어의 눈물'이라 불렸던 박 전 대통령의 그것과는 전혀 딴판인.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못할 수 있다.

엄청난 인명 피해 앞에, 제천 참사에 연이은 화재 사고 앞에, 인재라 불리는 참사 앞에 대통령과 현 정부의 책임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현 정부로서 가지는 책임이다. 자유한국당이 연일 공세 중인 그런 말도 안 되는 '공격'을 받을 일인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재인 사진 한 장과 홍준표의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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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찾아 소방관계자에게 화재 원인 등에 대해 보고받은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구정(설)을 앞두고 또 있을 것이다. 화재사고가 또 난다."

귀를 의심했다. 같은 날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자들 앞에서 내뱉은 말 중 일부다. 아무리 입만 열만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지만, 이런 망언까지 국민들이 기사를 통해, 영상을 통해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본인이 마치 역술인이라도 된 듯 화재사고를 예언하는 꼴이 제아무리 안전과 소방점검을 강조하는 와중에 나온 말이라고 한들 정도가 심하지 않은가.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는 합동분향소와 화재 현장 앞에서 그런 말을 내뱉는 야당 대표의 안중에 국민이, 피해자들이, 유족들이 들어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조문하고 나오는 홍 대표에게 유가족들이 "소방법을 반대한 사람이 여길 왜 오는가"라며 거세게 항의한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더욱이 "내가 4년 4개월 경남지사를 할 때는 11월부터 2월까지 언제나 소방특별점검을 했다"며 "내 기억은 김해에 불이 났을 때 소방관 한 분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것, 그것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는 홍 대표의 주장 역시, '팩트'가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관련 기사 : "경남지사 때 화재 인명사고 없었다"는 홍준표, 사실과 달랐다). 복수의 언론이 홍 대표가 4년 4개월간 경남도지사를 역임하면서 발생한 인명 피해를 '팩트 체크'하고 나선 것이다.

입만 열면 '막말'을 내뱉는 습관은, 그저 본인의 격과 위상을 떨어뜨릴 뿐이다.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고, '아니면 그만'식의 무책임한 정치는 제1야당 대표로서 신뢰만 무너뜨릴 뿐이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이 "화재사고가 또 난다"는 망언을 일삼는 야당 대표의 머릿속엔 오로지 정부·여당을 비판과 지방선거 승리만이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말 내내 "내각 총사퇴" 운운하며 정부·여당 때리기에 골몰한 자유한국당의 작태도 홍 대표의 막말과 일맥상통한다. 국민의 생명엔 안중에도 없이 정치공세나 일삼는 이들의 '현재'야말로 '악어의 눈물'로 국민들을 기만하려 했던 박 전 대통령의 '쇼'와 다를 바 없다. 새누리당에서 간판만 바꾼 자유한국당의 DNA는 세월호 참사 때나 그대로인 셈이다. 이를 두고 CBS 변상욱 대기자는 28일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일갈했다.

"홍준표 대표의 잔머리! 1일 평균 120건의 화재가 발생하는데 설 앞두고 며칠간 발생한 화재 중 큰 거 몇 개 고른 뒤 내 예언이 맞았다 하면 그뿐. 아주 그쪽으로만 두뇌가 발달한 결코 정치지도자 시켜선 안 될 인물. 썩은 정치가 독극물 정치 된다!"

"사과와 반성, 수치심을 모르고 적반하장 하는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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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사과와 반성, 수치심을 모르고 적반하장 하는 정치인들에게 준법의 준엄함, 민심의 냉정함을 지금이라도 확인시켜줘야 한다. 부질없는 이념 타령에 또다시 '빨갱이 놀이' 운운하는 정치인을 심판하지 않는다면 유권자 스스로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25일 <미디어오늘>에 게재한 '사과하지 않는 전직 대통령은 이제 그만!'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통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잘못이 아무리 구체적으로 드러나도 해명이나 사과는 없는 '자기확신범'이고, 둘째, 이들은 "기본적으로 탈법이나 불법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고, "준법의식"도, "죄의식"도 없어서, 그래서 "미안한 것도 잘못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두 전직 대통령이 "공통적으로 국민을 다스려야 할 통치대상으로 봤다"면서 "국민은 '개돼지'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사법체계를 부정하고, 잘못이 드러나 측근들의 사법처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형식적인 사과조차 없다"며 "공허한 '정치보복'을 되뇌이며 성의있는 해명이나 진심 어린 사과는 기대난망이다"라고 한탄했다.

여기에 '막말'과 '망언', 각종 '혐오발언'을 일삼는 홍준표 대표 역시도 '사과' 없는 '자기확신범'의 길을 가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유족들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국가의 실책과 잘못에 대해 사과를 거듭 중인 문 대통령과 현 정부는 분명 우리가 지난 9년 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28일 오전 한 정치인이 또 다른 '대국민 사과'를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이러한 사과야말로 국민들이, 유가족들이 정치인들에게 원하는, 국민들을 사과하고 위로하는 정치인의 본 일면일지 모른다. 그 정치인은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었다.

1월 26일 사고 당일 오후 밀양 세종병원 사고현장을 찾았을 때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이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37명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고 발생 직후 소방당국과 대원들의 대응은 신속하고 적절했다. 그들의 노력으로 더 이상의 인명손실을 막았다. 그런 점에서 밀양소방서장의 사과는 화재 발생 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대한 지켜내야 하는 소방대원으로서의 사명감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소회로 이해된다.

그래서 더욱 부끄럽다. 소방관련법 하나 처리 못 하고 있는 국회 법사위원으로서, 연이은 대형 사고, 재난 예방의 제도적 대책과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면목이 없다. 국회의원 의석이 6석이나 되는 정의당의 책임이 크다.

"최선을 다하지 못해 38명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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