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크라이스트 (Antichrist, 2010) : 예수의 이름으로 죽어간 모든 이를 위한 장송곡

in movie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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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쾌락을 위한 격렬한 감정의 성행위를 죄악시 하였다. 에덴의 숲에서 수많은 시체들 사이에서의 성행위를 통해 감독은 주제의식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1. 안티 크라이스트의 개관 (이하 본문에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의 문제작 안티크라이스트를 마침내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안티크라이스트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예수에 대해 반대하기 보다는 예수의 이름으로 기독교가 저질렀던 죄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는 교황청의 설립과 각종 공의회에서 자신들의 편의대로 교리를 짜집기 하여 초기 기독교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기독교가 과연 예수의 가르침대로 사람들을, 특히 여성들을 대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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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프롤로그에서의 정사씬 또한 원죄에 기인한 의도적 설정이다)

  1. 기독교 세계관에서의 여성관과 지위, 그리고 원죄

중세 기독교의 여성 폄하와 마녀 사냥은 사실 동정녀 마리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기실 성서에서도 정확히 말하면 어디에도 동정녀라고 언급한 곳은 없다. 성서의 마리아는 처녀로 나오며 이 처녀는 단순히 결혼을 하지 않는 여자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교회는 성부 야훼의 아들인 성자 예수의 신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에게 보통 인간과는 다른 처녀수태를 강요했다. 이로 인해 성부 성자 성신의 삼위일체의 교리는 완성되었고 히브리어인 '처녀'는 어느 순간 '동정녀'로 바뀌어 마리아는 원죄가 없는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그 이후 모든 여성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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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의 추락은 여성의 원죄를 더욱 확인시켜 준다)

더 이상 기독교의 숭배의 대상인 예수는, 아담을 유혹해 선악과를 먹게한 이브의 후손인 보통 여성의 몸에서 성행위를 거쳐서 나온 인간의 자식이 아니라 처녀수태의 신비를 통해 태어난 신적 존재가 된 것이다. 기독교가 득세하기 전 로마 제국의 다신교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지위는 시민권으로도, 대지모와 수많은 여신들의 존재로 인해 종교적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기독교가 유럽 사회에서 득세하고 삼위일체와 동정녀의 교리가 공의회를 통해 확립되면서 예수의 어머니로서의 여성의 지위는 이제 사라지고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여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하고 인간에게 선악을 알게 한 원죄 가득한 존재가 여성의 지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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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어둠. 마녀재판과 여성살해)

  1. 종교재판소의 설립과 마녀재판의 개최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한 후 중세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남성적인 교리와 교회 조직 사이에서 여성들의 지위는 점차 격하되었다. 카톨릭이 부패하고 신교가 부흥하자 로마 카톨릭은 이단을 심판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종교재판소를 설치하였는데 격하된 여성의 지위는 여기서 집중 공격을 받게 된다. 흔히 마녀 재판이 가장 득세했던 곳은 이탈리아 외에 에스파냐로 프랑스 영국 등 다른 나라와는 달리 줄곧 카톨릭, 구교의 편에 선 국가이다. 고대 다신교에서 벗어난지 천년이 지난 중세였지만 다신교 적인 전통은 여전히 남아 있어 각종 약초학과 기독교 식으로 말하면 우상 숭배 등은 여전히 일반 가정에 뿌리 깊게 남아 있었는데 종교 재판소는 신교와는 관계없는 이런 관행에도 철퇴를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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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심상인 세 명의 거지 - 비탄, 고통, 절망)

아이가 아프면 각종 약초를 조제하고 달여 먹이며 치료를 기원하던 여성들의 공동체는 붕괴하고 흑사병과 종교의 광신에 사로잡힌 카톨릭은 역사에 길이남을 마녀재판을 자행한다. 결국 유럽의 역사는 기독교의 역사와 같이 하고 있고 기독교의 역사는 진정한 예수의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교단의 힘을 조직하고 영향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구성되고 만들어 졌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비탄들과 고통, 절망이 있어왔다. 십자군, 신구교간의 전쟁, 종교재판소, 마녀 재판 이 모든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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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에덴으로 가는 길은 비탄과 고통, 절망이다. 에덴으로 가는 길의 나무들이 빠르게 스쳐지나 가는 장면에 숨어 있던 모습들을 각각 캡쳐 해보았다)

  1. 크라이스트의 이름으로 죽어간 모든 이를 위한 레퀴엠

라스 폰 트리에는 영화에 다양한 심상들을 등장시켜 이를 풍자하며 그는 이 모든 것을 다루기 보다는 마녀재판을 주요 소재로 삼아 기독교의 이름으로 여성에게 가해온 역사를 환기 시킨다. 흔히 낙원으로 알려져 있는 에덴이지만 원죄를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 에덴은 괴롭고 아픈 공간이다. 기독교의 교리대로 라면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원죄를 불러 일으킨 여성에게 에덴의 숲은 곧 사탄의 교회와 다를 바가 없다. 처녀수태가 아닌 남자와의 성행위를 통해 낳은 자식은 그것 자체로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여성에게 원죄를 부각시켜 왔고 아들의 죽음 이후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그녀(샤롯 갱스부르 역)는 도토리가 떨어지는 것에서도 죽음의 숨결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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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는 지울 수 없고 결국 마녀는 화형 당할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는 크라이스트라는 이름으로 죽어간 모든 이들을 위한 레퀴엠이며 영화 전반에 이들의 슬픔, 분노, 고통이 담겨져 있다. 주인공은 스스로 할례함으로써 여성에게 굴레 지워진 쾌락과 타락의 원죄와 비탄, 고통, 절망을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화형 당하고 만다. 라스 폰 트리에는 영화 전반에 교회에서 죄악으로 지목한 쾌락을 위한 성행위 장면을 강렬한 감정의 바탕 위에 그려내고 그 주위에 죽은 이들을 배치함으로서 상징과 은유 속에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에덴 동산에 가득차 있는 죽은 여자들을 알지 못하고 걸어가나는 그(윌렘 데포 역)가 숲을 나와 선과 악을 알게 한다는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비로소 크라이스트의 이름으로 죽어간 많은 여자들을 보는 마지막 장면은 과연 진정한 악이라는 것이란 어떤 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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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에덴에 숨어 있는 크라이스트의 이름으로 죽은 시체를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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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선과 악을 구분하게 해 준다는 선악과를 먹고난 후 그는 비로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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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 고통, 절망은 다시 찾아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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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이름으로 죽은 여성들이 그에게 몰려듦을 알게 된다. 어느 것이 과연 선이고 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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