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스타트 : 이 영화는 2012년에 묻어뒀어야 했다.

in movie •  4 years ago  (edited)

코로나를뚫고 개봉한 오리지널 액션영화. 히어로물과 온갖 속편, 리부트가 판치는 액션장르에서 오랜만에 나타난 오리지널 영화라 꽤나 반가웠다. 무엇보다 고전게임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제목(원제는 Boss Level)과 감독 조카나한의 전작 A 특공대, 스트레치에 대한 믿음으로 영화를 예매하게 되었음.

액션영화는 돈없어도 돈없는 티내면 안됨

이 영화는 돈이 없다. 그래. 뭐, 예산 부족할수 있다. 블록버스터 대작이 아닌이상 영화 제작비가 넉넉하게 주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건 액션영화다. 쥐똥만한 제작비로 만들어도 액션영화는 쿨하고 멋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리스타트는 돈이 없는 티를 빡빡내는 영화이다.

무난한 액션씬과 허접한 세트장, 비싼 개런티를 줄이기 위해 잠깐 나오고 사라지는 유명배우들까지.. 여러모로 B급 영화임을 말해준다. 혹시라도 올해 개봉영화라 열악한 코로나 시기에 제작된거겠지~라고 생각해보았으나, 찾아보니 이 영화는 17년도에 제작을 시작해서 19년도 중순에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더라.

저-중예산 액션영화가 망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액션영화는 기본적으로 관객이 볼거리를 기대하는 장르다. 액션과 CGI가 빵빵한 각종 프랜차이즈물과 히어로영화들로 인해 액션영화의 기대치는 점점 높아져 간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블록버스터는 아니기에 감독과 제작자는 쫌쫌따리 예산안에서 어떻게 관객에게 즐길거리를 던질수있는지 고민해야한다.

리스타트는 4500만 달러의 예산으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아는 할리우드 액션영화들이 적어도 1억이상 제작비가 들어가는것과 비교해본다면 꽤나 적은 예산이다. 보통 이 예산대에 만들어지는 영화를 보면 드라마, 코미디 장르가 주를 이룬다.

이런 중-저예산으로 액션영화를 만들려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화려한 CGI와 대규모 폭파씬보단 정교한 격투에 집중해야하며 멋진 배경의 로케이션보다 촬영하기 용이한 세트장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상황일때 액션 외의 방법으로 영화에 매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 매력을 넣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뇌피셜 주의)

  1. 컨셉과 캐릭터가 개성있고 매력적
  2. 좋은 연출로 저예산의 한계를 극복
  3. 액션보다 스릴러/드라마 적인 면으로 완성도를 높임

물론 이 셋중 어느하나를 충족하더라도 액션씬은 평타 이상 해야 욕을 안쳐먹는다.

1과 2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영화가 데드풀1 이다. 당시 블록버스터급 예산이 들어간 히어로 무비와 달리 5800만 달러의 예산으로 만들어져 10배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참고로 거의 20년전에 개봉한 엑스맨1 보다도 적은 예산) 많은 비용이 들어갈 거대한 액션씬은 스크립트 단계에서 빼버리고, 캐릭터의 개성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VFX 분야 커리어가 굵은 팀밀러 감독이 CGI를 효과적으로 사용한것도 기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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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스릴러 장르에서 유명한 테이큰1존윅 시리즈도 대표적인 저예산 액션영화다. 특히 키아누리브스의 대표 시리즈물이 된 존 윅의 경우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가 스턴트 감독 출신이다. 존윅이 그의 감독 데뷔작인데, 스턴트 생활로 오래 일한 경험이 액션씬에서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키아누리브스의 스턴트를 한 경험이 있어 배우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을것)

위에서 얘기한 영화들은 정말 일부 사례이지만 확실히 알수있는건 저예산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기위해선 고예산영화보다 훨씬 부지런하고 똑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이 영화는 크게 실패한 케이스다.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연출과 각본이 좋지도 않다.

비싼 재료 넣고 라면을 끓였는데 맛대가리가 없다

앞서 쓴글에서 알수있듯 이영화는 별게 없다. 이렇게 별게 없는 액션영화일수록 캐릭터라도 잘 빌드업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못한다. 심지어 포스터에 짱짱한 할리우드 주조연급 배우들을 내세웠는데도 그들 모두가 이틀전에 대본받고 후딱 찍은듯한 연기를 하고있다.

명절에 노잼썰 늘어놓는 큰삼촌같은 멜깁슨과 영혼없이 대사를 때려박아 조금이나마 개연성과 논리를 챙기려는 나오미왓츠. 켄정은 그가 출연한 영화중 가장 존재감이 없었으며, 양자경은 뻔하디뻔한 동양인 무술사부 역으로 잠깐쓰고 사라진다. 남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일본 남성향소설 주인공처럼 당연한소리를 엄청난 꺠달음인양 내뱉어서 너무 오글거렸음.

암튼 전체적으로 대사가 너무 유치하고 허접한데 스토리 또한 가면갈수록 텐션이 떨어진다. 루프물 소재의 장점은 반복을 통해 성장과 발전을 보여줄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을 통해서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점점 다가가거나 주인공이 점차 성장해 나가는거다. 이 영화에선 주인공의 성장(망나니->정신차린 아빠)이 핵심인데 이걸 지루하게 풀어내서 노잼이 됐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의도하지않은듯한 열린결말 까지 합쳐져 정말 총체적 난국을 이룬다. 아니 열린결말도 관객이 어느정도 상상할수 있는 여지는 빌드업을 해줘야지, 이건 뭐 똥싸다 갑자기 뚝 끊긴것처럼 끝나니까 짜증나고 당황스럽기만 하다.

루프물로 기대감만 높여놓고 촌스러움만 안겨준 영화

앞서말했듯 이영화는 올해 개봉을 했지만, 본디 19년도에 개봉 예정이었다. 또한 17년에 제작을 시작했지만 원래 12년도에 20세기 폭스에서 제작하려고 했던 이력이 있다. 당시 주연배우인 프랭크 그릴로와 스크린테스트까지 진행했던걸 보면 pre-production이 어느정도 진행됬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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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에 시작해서 꽤나 딜레이되어 나온 셈인데 그래서그런지 어딘가 촌스럽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특히 대사와 스토리에서 진부한걸 넘어 촌스러움이 풍긴다.

사실 이 영화에 크게 실망하게 된 주된 원인은 루프물이라는 소재로 인해 내 기대감이 높아진 탓이 큰것 같다. 소재 자체가 매력적이지만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좋은 루프물이 많이 나왔다. 루프 소재의 장점을 살리면서 식상함을 보완할 매력이 있어야 했는데 이점이 크게 아쉽다.

북미에선 훌루(Hulu)라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판권을 사서 배급을 했다. 나도 차라리 넷플릭스 같은 데서 이 영화를 봤다면 이렇게 까지 실망하진 않았을 텐데..가뜩이나 비싸진 영화티켓값을 주고 보기에는 돈과 시간이 아까운 영화였다.

말이나와서 하는말인데 요새 영화티켓 엄청 비싸졌다. 이제 극장에서 영화보려면 만이천원내야함. 이러다 치킨값되겠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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