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3rd Story #180627 #을지로3가

in my-story •  6 years ago  (edited)

을지로3가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을지로 3가에 있다.
올해 일을 시작하기 전 까지 이 곳은, 그저 자주 지나치는 역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특별히 이 곳에 대해 아는 게 없었거니와, 내겐 홍대/합정/대학로/건대 그리고 신촌과 같은 대학가 쪽이 익숙했으니까.

그리고 어느덧 을지로에서 반 년의 시간을 보낸 지금, 이 곳은 내게 또 다른 마음의 고향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첫 느낌은 딱딱했다.
이른 아침 정장을 입고 쏟아지는 수 많은 직장인들의 모습과 그들의 건조한 표정.
그리고 모든게 낯선 신입사원인 나의 어색한 기분, 그리고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 탁 막힌 시야까지.

예전에 한 번 감상모임에서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 라는 책을 읽고 세션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때, 감상모임을 함께 운영하는 친구 I가 한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친구의 말을 인용해보도록 하겠다.
(좋은 글귀와 생각을 전해 준 I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낯설게 보기는 '익숙함'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처음, 우리가 접하는 어떤 정보는 필요에 따라 편집되어 받아들여진다.
이를테면(책의 묘사처럼)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 나를 지나치는 버스, 사람, 소리들은 전부 사라진다.
내가 보는 것은 버스가 오는 방향의 길에서, 버스의 번뜩이는 숫자 뿐이다.
이는 생활에서 자연스러운 것이고 현명한 감각의 사용이다.

그러다가, 버스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타다보면 버스의 숫자는 더이상 중요한 정보가 아니게 되며,
비로소 우리는 그 외의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버스 정류장의 약간 구부러진 기둥이나, 누군가 급히 붙여놓은 것 같은 전단지, 정류장 반대편 길가의 인상, 그림자 등을.

내가 접할 수 있는 현상, 물건, 풍경 모든 것들에게는 표피적인 모습이 있고,  그 안을 투시하도록 돕는 것은 익숙함이다.
그래서 나는 익숙하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 거기서부터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두려운 것이 있다면, 낯설음을 느낀 그 순간들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이 새로운 장소에 익숙해져갔다. 그리고 친구의 말 처럼 나는 을지로의 다양한 면모에 관심가지기 시작했다.

우선 깨끗하게 관리된 투명한 건물의 외벽으로 비치는 거리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다.
특히 아침 출근길에 마주하는 청량한 거리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상쾌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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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퇴근길에 만나는 붉게 익어가는 거리의 따뜻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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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뺏기곤 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물들 틈 속에서 옛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장소들이 아직 많다는 걸 알았다.
대표적으로 커피한약방, 혜민당 그리고 미팅룸, 호텔 수선화와 같은 곳들을 꼽을 수 있겠다.
(지금까지 찾은 이 곳의 좋은 장소들은 차츰 하나씩 다루도록 하겠다.)
실제로 이 곳은 수많은 회사의 건물들과 함께 인쇄, 조명을 다루는 자그마한 가게들이 오밀조밀 공존해있다.

그렇게 난 이 곳에 점점 관심과 애착을 갖게 되었고, 매일 출근하는 장소에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건 아주 잘된 일 인 것 같다.

짧은 을지로 3가에 대한 단상을 마치면서 더 기분 좋은 점을 하나 얘기하자면,

아직도 발굴하고 단골이 될만한 숨겨진 곳들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이다.



P.S 날이 아주 좋았던 때, 회사에서 본 남산의 전경으로 마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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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과 새것이 공존해 있는 곳. 그곳이 아름다운 도시지요..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맞아요ㅎㅎㅎ 좋은 곳 찾아 올릴게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일때문에 4가-방산시장 가끔 가는데. 서울의 옛날 동네들 나름 매력적입니다 :)
발굴해주실 곳들 기대할께요~

근처로 종종오시는군요~~ 저도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아무쪼록 또 좋은 곳들 소개하는 글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밤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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