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 + NHN Entertainment

in naver •  7 years ago 

그리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많은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3년 반이나 이 회사에 있었네요. NHN이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에 입사해 LINE, Naver 서비스들을 조금조금씩 거치며 NHN Entertainment의 신사업 부서에서 일을 하다가 7/31부로 이직을 위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Overview

참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었던 회사에요. 좋은 기억도 많고 나쁜기억도 있는 회사입니다. 특히나 여기는 “진리의 케바케”(case by case)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회사일지도요. 약 4~5개 정도의 팀을 거치면서 천국과 지옥을 모두 맛보았던 회사였습니다. 그래도 전배제도가 잘 정비되어있어서 마지막을 지냈던 팀은 제가 많이 만족하고 다니는 팀이었었어요.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NHN이라는 회사가 당시 졸업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죠.(여전히 지금도 가고 싶어하는 회사 중 하나지만…) 그런데 들어오고난 직후 회사가 참 여러모로 뒤숭숭해졌었어요. 많은 분들이 익히 아시는 조기축구회 사건도 있었고, 알게 모르게 칼바람아 불었던 시기였죠. 당시 입사동기들 사이의 분위기도 참 뒤숭숭했었어요.

뭐…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또 회사는 계속 다이나믹하게 바뀌더군요. 여러종류의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생각없이 불필요한 야근을 강요하는 조직장부터 시작해서 정말 닮고 싶은 조직장도 계셨고요, 멋진 동료도 있었던 한편 멀리 떨어지고 싶은 동료도 있었더랬습니다. 뭐.. 썰을 풀자면 끝이 없겠죠. 어쨌든 (순화된 표현으로)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동네입니다.

Pros & Cons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두 회사의 단점은 ‘중간관리직급(팀장 또는 팀장의 상사)이 잘 관리되지 않는다’입니다. 물론 줄을 세우면 누군가는 앞에서고 뒤에서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 회사를 다니다보면 거의 모든 전 직원들이 일관되게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소수의 중간관리자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신기하게 아무리 부정적인 평가를 차상위 조직장에게 전달해도(정기적으로 동료 및 조직장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오히려 승진을 하고 말았다는 몇몇 전설(?)급 조직장분들이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합니다. 불행중 다행인것은 팀을 옮기는것이 자유로운 회사라는 것이죠. 그래서 실무진들은 이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반대로 장점이라 하면 엔지니어로서 정말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회사라는 겁니다. 실력 있으신 분들이 많고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가 자리잡은 회사들인지라,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요. 특히 실무를 하다 보면 구축되어 있는 인프라를 보게 되는데요 소스를 뜯어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고속성장을 하며 구축한 코드이며, 이동네 기술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뜯어고칠 부분이 꽤 보이기도 합니다만(그리고 끊임없이 엎어버리거나 뜯어 고칩니다) 그 과정에서 체득하게 되는 지식은 타 회사에서는 경험하기 참 어려운 것들이에요.

큰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국내에도 다수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은 자력으로 구축하는것이 아닌, 외부 솔루션 구매 위주로 구축하거나 외주에 의존하기 때문에 깊이있는 기술 내재화가 안되있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특히 이직하는 회사들을 보면 카카오같은 국내 최고의 기업들(참고로 회사의 경영지표와는 무관한, 엔지니어 커리어의 관점 기준입니다)이에요. 또는 해외 취업이나 유학도 볼 수 있습니다.

Interviewer

회사에서 몇가지 재미있는 경험을 해 보았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면접관 경험을 했다는 것이었죠. 기회가 상당히 빨리 왔어요. 정확히는 “code reviewer” 라는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입사를 최종 결정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부담되는 자리더군요. 특히나 이런쪽의 면접은 기술 기반의 면접인지라 엄청나게 머리를 굴려야 하죠.

한나절 그것을 하고나니 힘이 쭉 빠지더군요. 면접관도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어쨌든 제 앞에 앉아계셨던 분들을 바라보며 제가 입사원서를 넣었을 당시의 잔득 긴장했던 기억도 같이 떠오르게 되었네요.

NHN이나 네이버, 라인, 카카오, 쿠팡같은 엔지니어링 회사들은 정말 전공지식을 탈곡기처럼 탈탈 털어버립니다. 덕분에 부족했던 전공지식을 돌아보게 되죠. 이런 회사에서 피면접자로 기술면접을 보는것도 좋은 경험이지만, 면접관을 하는것도 참 좋은 경험이었어요. 면접관 역시 (좋은 지원자들을 가려내야 하기 때문에) 면접에 필요한 전공지식을 잘 준비해야 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질문을 해야 하죠.

거기다가 면접 도중 잘못된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항상 조심스레 피면접자 분들을 대해야 하기도 해서 평소보다 배로 힘들었던 것 같네요.

Friends

회사의 장점 아닌 장점은 판교에 위치해 있어 주변에 지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회사내에서도, 조금 더 눈을 돌리면 판교에 정말 많은 지인들이 일을하고 있어요. 덕분에 점심시간이 정말 재미있는 동네죠. 다른층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를 본다거나, 아니면 판교테크노벨리의 중심상업지구에서 간단한 점심약속을 가지기도 한답니다.

그러는 와중에 회사나 업계가 돌아가는 소식도 듣고, 업무중 봉착한 어려운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하죠. (물론 비밀이 포함된 내용은 서로 걸러내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는 점심 이후에 각자의 회사로 돌아가서 일을 계속합니다. 보통은 사내카페가 시중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친구들의 회사로 가서 식후 티타임을 하기도 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SKP, 안랩과 카카오의 카페를 많이 들락날락했던 기억이 나네요.

때때로 서로의 이직을 도와주기도 해서 엔지니어들 사이의 뭔가 보이지 않는 노조가 있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인력 수급이 심각하게 어려운 업계이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이직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를 좀 다녔다고 느꼈을 때

회사를 여러 해 다니다보니 가끔 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기도 했어요. 보통 “신입공채"라는 제도를 통해 입사를 하신 분들은 업무 외적인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로 동기들과 많이 하지요. 저도 그랬던 사람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그런 이야기를 선임, 책임(일반적인 회사의 과장, 차장급)님들이랑 같이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순간 ‘아 내가 이 회사에 그래도 좀 있었나 보다…'라는 것이 실감이 났었더랬습니다.

마지막에 제가 회사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드리니 며칠 후 제가 맡았던 업무에 대한 채용공고가 뜨더군요. 그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한사람의 몫을 하고 있었구나’ 였습니다. 기분이 정말 묘하더군요.

제일 기억에 나는 시기라면… 분사를 겪으며 참 많이 성장했던것 같아요. 분사예정소식을 들을 후 분사 대상 조직에 지원을 했었고(당시 있던 조직은 분사 대상이 아니었어요) 판교로 따라 나왔습니다. 전반적으로 조직이 가볍고 빨라지면서 많은 권한과 책임이 따라 오더군요. 그러면서 회사는 격변의 시기를 겪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수 있었어요.

Good memory :)

아무쪼록 퇴사하는 사람을 이렇게까지 환송해주는 회사는 대한민국에서 많지 않을것 같아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좋은기억 많이 가지고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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