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미국 유학 생활 팁-2 [한국 토박이의 영어 적응]

in phd •  2 years ago 
  • 다양한 독자분께서 보실 수 있음에도 존대를 하지 않는 점을 양해 구합니다.

우선, 나는 유학은 가고 싶은데 외국어가 너무도 힘든 사람에게 이 글을 읽고 용기를 얻기를 조심히 권해본다. 특히, 사교육의 경험이 적고 독학이나 공공교육으로 외국어를 접한 것이 대부분인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우선, 나에게 외국어인 영어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아보자.

나의 영어는 유학을 생각하는 사람으로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영어 실력으로 유학을 결심했다는게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다른 유학생들을 보았을 때, 단지 조기 유학이나 어학연수의 부재가 초래한 실력은 아니었다. 구차한 변명으로는 흔히 불리는 MZ 세대 중에 흔한 중 고등 학교생활에서 한국의 영어교육의 폐해라고 둘러댈 수 밖에 없다.

난 영어 문장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면서 문법을 배웠고, 문장 하나를 듣고 머리에 다 기억도 못하면서 영단어를 외웠다. 그러는 와중에 그러한 배움을 납득 하지 못해서 반항하면서 더욱 오래 걸렸고 결국 잘 하지도 못했다. 과학과 수학 수업은 답답해도 혼자서 들고 팔 여지라도 있었지만 영어는 어디서부터 시작할 지 감도 오지 않았다. 국어는 꾸준히 괜찮았던 것을 보면 언어능력이 크게 부족한 것도 아니라고 믿고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였을까 하고 미국에서 칠 년이 넘게 고민해보니, 결국에는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편제화된 영어교육의 피해자라고 항변할 수 밖에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수능, 더 나아가 연구보고서를 쓰고 학회 발표를 하면서 국어 능력이 부족해서 답답함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언변에 비해 지식이 부족한 부끄러움은 종종 있었지만 말이다. 부족한 영어를 모국어에 비교하면 더욱 답답하고 막막함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더욱 영어를 불편하게 느끼고 벽을 쌓게 만들 뿐이었다.

지금은 영어로 말하고 듣고 읽는 것이 처음처럼 무섭지는 않다. 혼자서 극복하지도 못했다. 지금의 아내는 나와 만난 펜실베니아 시골 마을 State College에서 나를 두더지 뽑아 들듯이 데리고 다녔다. 영어가 무서워 가게에서 주문도 못하는 걸 보고 무작정 음식을 사오게 하고, 사람들과 식사 자리에 데리고 가기도 했다. 취미로 보는 시트콤과 영화를 자막없이 보고 못따라 가는 나에게 친절하게 영어로 다 설명해주었다. 알아야 했고 알고 싶어져서 점점 따라가면서 나는 영어가 덜 무서워졌다. 내 말을 못알아듣고 나에게 못알아듣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수시고 겪으면서 불통의 공포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나만의 영어가 시작했다.

이런 경험을 돌아보면, 나는 외국어는 먼저 채우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국어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듣고 읽어서 익숙해져야 말하고 쓸 수 있는 법이었다. 가장 느리고 비싼 방법이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가야 하거나, 많은 시간을 들여서 언어와 문화에 노출이 되어야 한다. 괜히 부모들이 조기교육과 어학연수에 목을 메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조건이 무조건적으로 영어실력을 향상시켜주지 못한다. 다만 한국에서 열심히 찾아서 모아야 하는 영어노출기회보다 훨씬 농후하고 흔한 영어환경을 제공할 뿐이다. 결국 영어를 받아들일 동기가 있어야 하고, 두려움이 없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여기서 요점은, 모두에게 적당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최적의 효율로 문화적 설명 없이 친절하게 압축한 문법과 형식을 제공하는 공공교육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불친절하게 외국어를 접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시작할 기회를 놓친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강제로라도 노출을 높이면서 속을 채우는 순서로 다시 시작하기를 권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해외에 직접 가는 경험 없이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외국어를 잘 배우는 사람은, 나보다 성실하게, 효과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언어와 문화를 접하고 배운 것이라 생각한다. 쉽게 다시 정리하자면, 결국 한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한 배경 지식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그걸 어떻게 빨리 채우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동기부여가 된 사람은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고, 좋은 환경은 제공하는 정보의 양이 많다. 둘이 합해지면 최상이고, 공공교육은 현실적으로 이 필요한 정보의 양을 다 채워주기 어렵다. 그래서 결국 개인이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요새는 점점 이런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기는 하다. 취업이나 학업 때문이 아니라 취미나 관계등 더욱 자연스러운 이유로 배우는 일이 많아지기 떄문이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유튜브나 다른 매체에서 쏟아내는 압도적인 자료들이 많다. 다시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경우로든 많이 듣고 읽어서 속을 채운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다시 말이 나오고 글이 써질 것이라는 것이다. 나처럼 고생을 한 사람들이 나의 경우에서 위안을 얻고 다시 용기내서 언어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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