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는 사회학자가 공개하는 두 번째 사진에는 <높고 낮은 서울>이란 제목을 붙여 봤습니다. 이 풍경은 바로 제 연구실 창밖에 펼쳐져 있는 모습입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아마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셨을 겁니다.
청량리 세종대왕기념관 건너편 뒷골목에 꽤 큰 규모로 이런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요. 이 집들의 명칭은 '재건주택'이라고 한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서울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한국 최초의 집단가옥을 건설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무슨 판자촌처럼 보이지만 건설 당시에는 서울에서 가장 좋은 주택으로 꼽혔다고 합니다. 바로 뒤에 세워진 현대식 고층 아파트 단지와 대조되면서 묘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곳입니다.
한 유명 건축가가 사람들이 고층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시선이 곧 권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고층 아파트에서 저 재건주택을 내려다보며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권력감을 느끼고 있겠죠.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보다 더 높은 강남의 초고층 주상복합을 갈망하게 될겁니다. 권력이란 것도 따지고보면 결국은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저는 높고 낮은 세상보다는 평평한 세상이 더 좋은데, 우리가 사는 세상의 높낮이 격차는 안타깝게도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만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