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ney Houston - I Have Nothing (Official Video)

in relex •  6 years ago  (edited)

고독한 미식가111.jpg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제작한 동명의 시리즈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 보진 않고, 중간 중간 잘라서 본다고 해야 하나. 그닥 잘 나지 않아 마음에 드는 주인공에 맛깔스러운 독백 처리, 무리없는 전개가 살짝 와닿습니다.

먹방 가지고 난리들인데, 이젠 정부까지 규제를 한다나요? 게다가 댓글에 처묵처묵이란 새로운 표현까지 등장해서 살벌하게 등장합니다. 물론 비만, 국가적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죠.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리도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을 텐데요. 원래 먹을게 충분하면 이왕이면 맛난 것, 미식으로 가기 마련이고 배때지에 기름 차고 등허리 따스하면 집구석 꾸미기에 열중합니다.

그건 동물도 마찬가지. 먹을 게 별로 없는 건기의 아프리카 초원에 서식하는 대머리 독수리나 하이에나들이나, 심지어 사자까지, 썩은 고기더미에 대가리 파묻고 이전투구하지만 시베리아 호랑이가 썩은 고기 먹는 건 보지 못했습니다. 먹나요? 그렇다 치고!

쥐새씨가 고양이에 쫓겨 도망다니다가 눈에 띄는 구멍이면 뱀구멍이건 기어들지만 깊은 숲속 다람쥐는 보금자릴 꾸미기 바쁩니다. 즉 미식 방송, 건축 탐방 방송으로의 이전은, 선진국 흉내가 아닌, 삶의 질적 개선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호기심의 이동이란 거죠.

그걸 가지고 처묵이라니? 남이야 처먹든지, 드시든지, 난 그럼 쳐드시는겐가? 하여간 오지랍도 개마고원 수준을 넘어 파미르 고원 지경에 이르러 개나 소나, 게나 고둥이나 댓글로 엠병하며 남의 잡사까지 간섭하니 그 꼬라지도 알흠답진 않구만요.

보기 싫으면 채널 돌리면 되잖습니까? 요즘 방송 3사만 보는 이도 있나? 다들 채널 수십개인데 굳이 그런 방송을 집어 욕설 퍼부을 이유도 없고, 도대체 출연한 애들은 뭔 죄가 있대?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취미가 너무도 없구나,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있지 못하구나 싶은 생각만 듭니다.

가게에 묶여 사는 형편이라 그 흔한 골프채 한번 잡아 보기는 커녕. 소시적 자치기도 못할 판이라, 우야둥둥 내 시간은 가져야 숨을 쉬겠으니. 하여 생각해 낸 방법이 가게에서 자는 겁니다.

이 시간 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없어라. 늦은 시간, 낼 풀 노가리 다 던져놓고, 바로 앞 슈퍼에서 소주 한병 사선 음악 틀어놓고 오만가지 잡생각을 다합니다. 그 씨앙뇬들은 잘 지내나? 머 이따구... 그 와중에 못된 짓 마이 했구마 싶고 또 난 어떤 시키들처럼 대가리 쳐들고 나대다 미투에 걸려 피곤죽은 되덜 말아야지 다짐도 하고. 누가 불러주기나 한대? ㅎㅎㅎ

길어야 30분입니다. 그리고선 보시는 바와 같이 바닥에 모포 하나 깔고 담배 피우며 기사보고 댓글 보며 혼자 시시덕 댑니다. 어찌보면 병딱같기도 하고 또 달리 보면 또라이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머리 속을 깔끔하게 게워냅니다.

아무리 저장공간이 넘쳐도 인간에겐 이걸 정리하고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합니다. 그건 마치 슈퍼컴에 초기 윈도우즈가 달린 모양새라. 하여 오래 전 기억은 마치 헛간에 쌓인 고물처럼, 꺼낼 수도 없거니와 꺼내기도 싫고, 가장 최근 기억만 보이니 선입선출방식으로 밀어내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떵강아지 짜부나듯, 내려 앉을 정도로 쌓이는 기억의 무게를 견딜 수가 없으니까.

처묵처묵을 하시든, 소주 나발 불고 대성통곡을 하시든,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시건 머리 속 정화작업은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잖아 히스테리와 분노로 누적된 홧병에 걸린 자신을 볼겁니다. 그건 조울증일 수도 있고 우울증일 수도 있고 심하면 광견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니 배둘레헴 줄일 시간의 1/10이면 충분합니다.

우동사리 불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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