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연구이야기(1) - 인터넷 게임 중독

in research •  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을 작성하는 스팀 뉴비입니다.

무엇으로 포스팅을 할까 고민을 하다, 제 전공(심리학)과 관련된 연구 이야기를 풀어쓰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포스팅을 시작해 봅니다 :)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주제들에 대한 연구들을 묶어서 간략히 설명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인터넷 게임 중독(internet gaming disorder)입니다.


서론 - 인터넷 게임 중독

최근에 WHO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세계 질병 분류기호(ICD)에 추가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0&aid=0003119676)

이에 앞서 2013년에,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의 최신판(DSM-5)에서도 인터넷 게임 중독을 정식 장애로 분류하기 전 추가 연구가 요구되는 단계로 분류했죠.

Q: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하는 인터넷 게임이 왜 중독 문제로까지 연결되는 걸까?

사실 과도한 인터넷 게임 과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들은 2000대 초반부터 연구 주제로 주목받기 시작했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해서 연구가 더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중독-관련 연구(현상이해, 원인규명, 치료 방법 조사 등)에 어마어마한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죠.

단순히 게임만 많이 하는 거라면 문제가 될게 없었는데, 왜 정신 장애로의 분류를 심각하게 고려할 만큼 주목받는걸까요? 저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A: 우울, 불안과 높은 관련성
  • 단순합니다. 인터넷 게임 중독 수준이 심각한 사람들은 대개  불안, 우울장애를 함께 갖고 있거나, 그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근거 자료를 따로 제공하지 않아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본론

서론이 엄청 길었네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제 본격적으로 연구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연구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터넷 게임 중독 연구에서 중요한건 인터넷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사람이 어떤지를 봐야한다. 인터냇 게임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Daniel Kardefelt-Winther의 연구(The moderating role of psychosocial well-being on the relationship between escapism and excessive online gaming, 2014)인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다음 링크에서 찾아보시면 됩니다. 더 많은 최신 연구들도 볼 수 있을 겁니다(https://www.researchgate.net/profile/Daniel_Kardefelt-Winther). 


이 연구자는 인터넷 게임 사용을 "동기"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충족시키지 못하는 욕구를  채우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게임을 한다

인터넷 게임은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는데 아주 편리하고, 간단한 수단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게임을 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대표적인 욕구가  "현실 도피" 동기입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입니다. 우울하거나 걱정할게 많고, 뭔가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현실에서 잠시동안 벗어나고 싶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가령 중요한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아, 죽고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게임은 이런 도피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게임을 하는 동안 만큼은 현실에서의 걱정을 덜 하게 되죠(물론 다른 이유때문에 더 속썩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긴 하지만...패작이라던가...트롤러라던가...극악의 난이도라던가...).

하지만, 게임을 한다고 현실에서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프로게이머가 아닌 이상). 그런데 욕구는 여전히 충족시키고 싶기 때문에 게임에 집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에게는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이 '게임'빼고는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스트레스 수준이 낮거나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도 그럴까?"

답은 "아니다" 였습니다. 아래 두 그림을 보시죠(원문은 영어인데, 편의상 한글로 바꿨습니다). 

  • 스트레스가 높은 사람(실선, 맨 위)들은 현실도피 동기가 높을 수록 인터넷 게임 중독 수준도 높았습니다.
  • 스트레스가 평균 수준인 사람(촘촘한 점선, 가운데)들은 현실도피 동기가 높을 수록 게임 중독 수준도 높아지지만, 그 정도가 줄어든 것이 관찰됩니다.
  • 스트레스가 낮은 사람(부분 점선, 아래)들은 현실도피 동기와 게임 중독 수준이 관련성이 없습니다.

  • 자존감이 낮은 사람(부분 점선, 맨 위)들은 현실도피 동기가 높을 수록 인터넷 게임 중독 수준도 높았습니다.
  • 자존감가 평균 수준인 사람(점선, 가운데)들은 현실도피 동기가 높을 수록 게임 중독 수준도 높아지지만, 그 정도가 줄어든 것이 관찰됩니다.
  • 자존감이 높은 사람(실선, 맨 아래)들은 현실도피 동기와 게임 중독 수준이 관련성이 없습니다.


결론

인터넷 게임 중독을 고려하는데 있어 "개인의 특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건 도박중독도 마찬가지겠죠.

아무래도 마약같이 두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약물이 아니기에, 모든 사람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누구는 중독에 취약하고, 누구는 취약하지 않을까?"를 이해하고, 적절한 예방, 치료 대책을 세우는게 중요하겠죠. 

무작정 '중독'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겁니다. 이런 접근법으로는 나중에 'VR'이 활성화되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게 되면 또 VR 중독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려고 눈에 불을 지피고 달려들겁니다. 사람들이 '왜' 게임을 하는지, '어떻게' 중독되는지, '어떤' 사람들이 중독되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게임 산업에서도 이런 흐름들을 이해하고 대책들을 세우면 좋겠죠 ㅎㅎ


첫 포스팅은 이렇게 마치겠습니다. 논문을 글로 바꾸려니 되게 어렵네요 ㅎㅎ

문제 있는 부분은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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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야겠군요. 이런 걸 보면 셧다운제가 효과가 있긴 어렵겠네요.

맞아요 ㅎㅎ 저는 이런 규제에 대해서 효과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