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을 읽고,,steemCreated with Sketch.

in ruka •  last year  (edited)

사람들은 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혐오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혐오하지 않아도 이미 그레고르 스스로 자신이 혐오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중에도 그는 가장 먼저 일자리에 나가지 못하는 것을 걱정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자기를 보고 주저 앉고, 울고, 질겁하고 그의 아버지가 방에 감금했다. 위로와 돌봄은 커녕 계속 고통을 받았으니 그레고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조차 안됐다. 그와중에도 가족에게 해가 될까 더러운 방에서 없는 듯이 숨어지냈다. 그런 그가 정말 안쓰러웠다. 그를 보며 무언가의 수단으로 쓰이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청춘을 바쳐 일했지만 쓸모가 없어지는 순간 다 쓴 물건처럼 버려지는 누군가들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게 되면, 늙어 챙겨주기 힘들어지면 버려지는 누군가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가족을 사랑하는 이유는 나에게 쓸모있어서가 아니고 그냥 가족이어서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가치있는 이유도 쓸모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닌 사람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적 막연히 난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만, 클수록 내가 왜 가치있는지,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어떤 요소가 갖춰져야하는지 고민한다. 사람들이 규정한 기준에 부합해야만 가치있는 사람이라고도 느낀다. 그렇지만 나는 그저 살아있는 나 그 자체로도 가치있음을 마음에 새길 수 있던 책이었다.

우리의 사회에서 '변신'에서 그레고리와 같은 존재들이 떠올랐다.

귀엽지 않다고 버려지는 애완동물이나, 늙었다고 버려지는 노인들, 돈을 벌지 못한다고 무시당하는 가장 등등 존재 자체의 가치를 무시해서 벌어지는 이슈들은 많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만큼 버려지는 노인들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2022.8.19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 에서 한 80대 할머니가 딸에게 버림받고 아파트 복도에서 지내는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할머니는 딸과 함께 살았지만 아들, 딸에게 상속을 해주고 나서 딸이 집 비밀번호를 바꾸고 이사를 가버려 버림받은 신세가 되었다. 할머니는 경로당을 전전하다 복도에 정착하였고, 이불도 없이 먹고 자고 볼일을 해결했다. 할머니의 딸에게는 할머니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였다. 할머니의 딸에게 필요한 것은 할머니의 돈이고, 그것이 할머니가 가치있는 이유였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 앞서서 나는 존재 자체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야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한 인간을 한순간에 버리고, 죽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내몬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옳지 않은 행동이다. 누군가의 가치가 의심될 때에는 그가 가진 조건보다 그 존재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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