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ODA] 고뇌와 방황의 여유가 없는 세대

in sago •  5 years ago 

SAGODA는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이끌어가고 있는 커뮤니티입니다. 그러므로 논의하는 내용들도 진학과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여러분 세대 대부분이 공감하고 고민할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어느덧 나이를 먹다보니 세상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시대별로 맞이하는 사회적 이슈에 따라 세대별 특징을 느끼게 됩니다. 저의 바로 위에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수를 기록했던 선배들이 있고, 그 위에는 일명 386 세대라고 하는 민주화를 위해 뛰어든 세대가 있습니다.

저는 이 386세대와는 아주 거리가 먼, 어쩌면 몇 년 선배들과 함께 한묶음으로 'X세대'라고 불리는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학생들이 바글바글한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했고, 대학생이 될 무렵엔 본격적인 소비세대로서 각종 광고와 마케팅의 타켓이 된 세대이기도 합니다. 사복에서 다시 교복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겪기도 하고, 학력고사에서 수학능력으로 넘어가던 세대이기도 하지요.

이런 제가 처음으로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한 세대는 일명 'IMF' 세대였습니다. 저는 군복무 시절에 IMF를 겪게 되었는데, 당시 초중등 정도의 매우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IMF라는 파고를 경험했던 세대는 분명 무언가가 달랐습니다. 어린 나이에 나라가 무너지는 것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았겠습니까? 무엇보다 가정 곳곳이 직격탄을 맞으며 세상으로 내동댕이쳐진 부모님을 목도한 세대들은 분명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 세대부터 공무원 열풍이 불기 시작하였고, 겁없는 도전보다는 신중한 한걸음을 내딛더군요. 윗 세대인 저에게는 어쩌면 패기가 사라진 세대로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걱정아닌 걱정이 되는 것은 실패를 너무 두려워한다는 것이었고, 한 번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초조함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지요.

그 모습들은 지금에 와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대학생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혹시 '포켓몬 세대'인가요? 어릴 때 천자문이 아닌 포켓몬 카드를 외우면서 자란 세대 말이죠. 이 세대에게 주어진 짐은 '스펙'에 대한 부담감아 아닐까 합니다. 언제부턴가 최소한 중고등 시절부터는 '무슨 놈'의 스펙을 그리도 쌓아야 하는지 저 개인적으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교육 제도를 매우 불신하는 사람이긴 합니다)

이런 부담감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으리가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 흐름에 어느 이상 맞춰가지 않으면 자칫 경쟁 사회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어찌 떨쳐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적어도 여러분 세대에는 선택의 여지가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스펙 쌓기는 실패의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고뇌할 틈이 어디있습니까? 방황의 흔적을 어디에 남겨야 합니까? 스펙에 충실한 삶은 결국 모든 것이 보람과 열정으로 점철된 삶을 의미합니다. 저는 젊음이 누려야 할 최고의 선물은 도전과 실패, 고민과 방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때 도전하고 실패해보지 않으면 언제 도전하고 실패해야 할까요? 이때 고민하고 방황하지 않으면 언제 고민할 여유와 방황의 사치가 있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 세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여러가지를 느끼게 됩니다. 똑똑하고 자기 주관도 뚜렷한 점은 참으로 부럽기도 하지요. 그러나 알게 모르게 많은 과정을 스펙 쌓기와 곁들여 생각해 보는 방식은 아마 여러분 세대가 아닌 저와 같은 올드한 세대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딱히 이 글을 통해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숨쉴 틈 없이 경험과 성과를 쌓으며 달려야 하는 여러분 세대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긴 하네요.

한 때 대학생에게는 많은 자유를 인정해 준 사회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시간을 허비라하는 것이 아니고 그 시절에 누려야할 고뇌와 방황의 시간을 웃 세대에서 충분히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젊을 때 누려보아도 나쁘지 않을 기회들을 우리 사회가 너무 빼앗아 버린 것은 아닌지...

어쨌든, 관련하여 여러분의 자유로운 생각고 의견을 들어보고 싶군요.

  • 고뇌와 방황의 여유가 없는 세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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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제 주변만 해도 많은 친구들이 스펙 쌓느라 쉬지도 못하고 계속 무언가를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뇌와 방황. 어떻게 본다면 남들 다 하는 스펙 쌓기는 당장에 결론짓기 어려운 고뇌와 방황에 대한 회피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신이 하고싶은 일이 있어 무언가를 준비하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대다수는 이것조차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하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다 취업을 맞이하면 그제야 하고싶은 일을 찾느라 혼란스러워하기도 하고, 그냥 그동안 쌓아 온 스펙에 맞게 취업하기도 하죠.

사실은 대학교를 다니는 20대 초중반의 기간 동안 다른 것들보다 고뇌하고 방황하는, 그런 게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취업을 앞두고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거나, 취업 후에도 이직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보이거든요.

낮은 취업률과 상향평준화된 스펙은 20대의 많은 시간을 앗아 가고, 정작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많이 줄여버린 것 같습니다. 그 많은 스펙을 준비하기 전에 자신이 하고픈 일을 생각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도 궁금하구요.

평준화된 스펙을 준비하는 20대 사회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꾸준히 고뇌하며, 하고 싶은 일 여기저기 도전해보고 실패도 해보고,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참 어려운 게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학업과 청춘을 동시에 채워나가고 있는 대학생 분들을 한명 한명 마주하면 잘 모르겠지만, 조금 더 큰 단위의 전체 모습을 보게되면 특정한 성향이 나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의 고민과 준비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사회에 나름대로 가장 적절한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보는 바로는 그 어느 이전 세대보다 내실을 다지며 진중한 태도인 듯 하면서도 현재 걷는 길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가 가려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마저 빼앗긴 듯하여 조금은 걱정이 되더라구요. 청춘의 고민엔 언제나 '마땅한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이지만.. 스스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여유만이라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살짝 있습니다.

사고다에서 몇 가지 질문에 댓글을 달면서 젊은 분들과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낀 것은 작성자 님의 느낌과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질문에는 고뇌와 방황의 여유가 있어보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희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았고, 그 시절이 그립고,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작성자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 고뇌와 방황이 우리가 경험했던 것과는 동일하지 않겠죠. ^^

동의합니다. 확실히 지금의 대학생 정도되는 세대들은 성숙해 보이는 측면이 있지요. 사회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현실도 미리 각성한 것 같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얼마나 꾸준한 노력을 더해야 하는지도 잘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음 든든한 측면도 있으니까요.

다만,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 곧 직면하게 될 현실적인 준비로 의미가 축소되어 버리는 건 아닌지 노파심이 좀 들 뿐입니다. ^^

고뇌와 방황의 여유가 없는 시대라는 말이 지극히 공감이 되네요. 부모님 세대와 얘기를 나눠봐도 미래를 위해 항상 준비를 해야 한다. 좋은 직장을 찾고 여가 시간이 있는 삶을 지내라.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계속 노력해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물론 틀리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제 자신에 대한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사회로 내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초, 중, 고등학교 그곳에서 획일화된 방식으로 한가지 목표만을 위해 매진했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서만 달려왔는데 과연 그게 자신에게 있어서 정말 의미있는 일인지 생각해보지 않고 직업을 선택 해야하는 시점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정말 부모님 세대에서 생각하는 직업에 대한 안정성이 지금 제 자신이 추구해야 할 가치인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사람들은 대개 내 주변 부터 돌아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10대나 20대는 다른 어떤 나이대보다 주변 또래들과 어울리기 마련이죠. 그러다 보니 자신의 기준을 주변과 엇비슷하게 맞춰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런 점이 단독의 위험을 방지해 주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해서 내린 결론(비록 그것이 훗날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할지라도)이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방향일 경우가 많지요.

젊은이들에게 이 사회가 조금만이라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현실은 너무나 빡빡하기만 합니다. 그런 점이 못내 미안하고 그러네요. 선배로서 말이죠. ^^

100만큼 필요한 것을 포기하는 이유는 내가 가진 것이 0이어서가 아닙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모을 수 있는 것이 고작 60이거나, 행운에 기대야만 100을 모을 수 있거나, 평생 모을 수 있는 것이 100이어서입니다.

30, 40, 50을 가지고 있음에도 100을 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100을 버립니다. 어쩌면 100을 모을 수 있음에도, 100을 포기여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위해 100을 포기하는 것 같습니다. 풍요로운 빈곤속에 살며 100을 포기하는 것이 지금 20대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100을 포기한 우리에겐 선택의 숙제가 남습니다. 지금까지의 세대가 100을 향해 달려왔다면, 우린 우리가 가지고 있는 60을 쓸 곳을 찾아야 합니다. 100을 포기하는 과정, 새로운 목표를 찾는 과정 우린 ‘고뇌와 방황의 여유가 없는 세대’라고 불린 것 같습니다. 지금까진 사회가 어떠한 로드맵을 그려 주었다면, 우리에겐 그런 로드맵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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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이것 저것 생각을 해보게 되었네요.
요즘은 정말 말씀하신 것 처럼 고뇌와 방황의 여유가 없는 세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만큼 더욱 더 치열한 경쟁사회가 되어가고 있음을 뜻하기도 하구요.
저도 어쩌면 지금 이러한 세대에 속해져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한데, 이렇게되니 정말 빨리 지치는 것 같습니다. 뒤를 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따질 겨를도 없고, 숨돌릴 시간조차도 없는게 현 시점입니다.

조금 내려놓으라고 이야기하고싶지만 그러면 또 금새 뒤쳐지게 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같구요. 참 너무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요즘 대학생들 너무 공부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볼 수 있는 나인데 공부만 하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20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맞는 말씀입니다. 20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정말 사람에게는 자아 발전의 단계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개 20대 때 겪어야 할 과정을 모르고 넘어가 버리면 후폭풍이 있을 수도 있지요. 물론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긴 하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