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12일차.

in santiago •  7 years ago 

순례길 12일차 (2017.06.18)
아헤스 - 부르고스(Burgos) 23km.

어젯밤의 흥겨웠던 수다를 또 기약하며 일찍 자고선 오늘 아침 어느때 보다도 일찍 일어나서 오늘의 길을 나섭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부르고스. 전체 일정의 1/3 구간에 있는 대도시로 이곳부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대요. 대도시에서 사람이 너무 많을 시 원하는 알베르게 들어가는게 어려울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는 어느때보다도 일찍 새벽 6시에 준비해서 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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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동안 한번도 본적 없었던 동이트기 전의 모습이예요.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네요. 이렇게 일찍 나서지만 저희보다 먼저 나서는 분들이 많아요... 언제나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출발하시는 알렉산드로 부부, 흥이 넘치는 스페인 아저씨들과 히로미(산티아고에서 라틴역사를 공부하는, 첫날부터 저희와 같은 일정을 걷고있어요) 등등 다들 참 부지런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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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나와서 산길로 접어들었고 낮은 언덕 정도였어서 금새 정상에 도착하니 앞에 커다란 십자가가 있네요. 이 길이 순례자들의 길이란것을 다시금 상기시켜 줍니다. 어느덧 해가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해서 많이 밝아졌고 뒤돌아서 보니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일출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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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모르게 일찍 나섰다는 사실에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ㅋㅋ 뜨는 해를 보고 있자면 언제나 그렇듯 약간은 경건한 , 오늘하루도 열심히 보내야지 라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언덕길을 내려가니까 마치 텔레토비 동산같은 풍경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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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의 시간이 겨우 7시를 조금 넘긴 때였는데, 저 앞에 많이도 가고 있습니다. 조금 더 가다가 작은 마을 초입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보니 아침식사를 하느라 Bar 에 다들 모여있었어요. 저희도 또띠야(오믈렛) 과 까페콘레체(카페라떼) 를 시키고선 간단한 끼니를 해결합니다.

배도 채웠겠다 열심히 걷고 또 걸어 일찍 출발한 만큼 도착도 일찍 했습니다. 드디어 부르고스!! 역시나 대도시의 위엄을 맞이하는건 대성당의 자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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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묵을 알베르게에 줄을 세워 두고 옆을 바라보니 부르고스 대성당의 뒷모습이 살짝 보이는데 발이 피로했고 쉬고싶은 마음에 체크인을 한 후 둘러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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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게의 문은 12시까지 저렇게 굳게 닫혀있었고 그 옆으로 쭉 우리들은 낮잠도 자고 수다를 떨며 , 맞은편의 Bar 에서 맥주를 하나 시키고선 더위를 달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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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같은 일정을 했던 기타와 매일밤의 흥을 담당했던 알레한드로와 마드리드에 사는 스페인 친구들 셋과 함께 셀카도 찍고요~ㅎㅎ 이땐 몰랐지만 이날이 이 친구들과 함께한 마지막 날이었어요... 저희가 다음날은 온전히 휴식을 하기로 한것도 있지만 저 친구들은 오늘의 날씨가 너무 더웠고 내일 온도가 40도 가까이 육박한다며 밤9시가 채 되기 전에 갑자기 짐을 싸고선 밤새 길을 걷겠다며 떠나버렸죠.

체크인을 한 후 점심을 먹기위해 밖으로 나갔어요. 알베르게에 식당은 있지만 불이나 식기가 전혀 없이 단지 전자렌지 뿐이라 선택권이 없었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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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 나와보니 거리에는 퍼레이드가 이어졌고 오늘이 어떤 성인의 날이라며 축제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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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처음 맞이하는 축제였어서 좀 더 보고싶었지만 내리쬐는 태양이 너무 강해서 어쩔수 없이 저희는 식당을 찾아 들어가려는데... 간만에 만난 대도시라 그런지 식당은 너무나도 많았고 어딜 가야할지 모르는 선택장애가 와버렸네요 ㅋㅋㅋㅋ 그러던 사이 El Taragaluz 라는 음식점 앞에서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한 종업원이 와서 친절하게 영어로 도와줄까 하고 묻더군요. 스페인에서 일상속에서 영어로 대화하기란 쉽지 않은데, 이 종업원은 영어를 제법 유창하게 잘 하더라구요!!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이곳으로 들어갔고 메뉴도 추천을 받았는데, 너무 배가 고프고 동생이 고기를 너무 좋아하니 고기가 많은 메뉴로 부탁한다 , 그리고 이 지역의 음식인 모르씨야(Morcilla = 순대) 도 맛보고 싶다니까 딱 알맞는 메뉴가 하나 있대서 시키고 와인도 한잔씩 시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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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메뉴가 나왔는데... 아니 이거 너무한거 아닙니까...?? ㅋㅋㅋ 정말 고기에 충실했고 비쥬얼도 완병하고 맛도 완벽하잖아요!!ㅋㅋ 동생은 먹는 내내 넋을 놓아버렸고 감탄을 금치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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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크게 보자면 닭고기구이 들과 초리조(양념된 소시지?) 돼지고기, 그리고 오른쪽 밑부분에 바로 그 모르씨야 까지 있어요. 정말 자태가 영롱한게 잊을수 없고 다음번에 간다면 또 들릴 예정이예요 ㅋㅋ

점심을 너무 거하게 먹었던지 배는 터질지경이었고 산책을 좀 하다가 만난 부르고스 대성당. 스페인에서 손에 꼽히는 대성당으로 정말 위풍당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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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유럽에 살고있고 바로 근처에 쾰른대성당이 있기에 압도적인 규모다 라고는 할수 없었지만 쾰른대성당은 새까만 때가 많이 타서 흑색의 간달프 라면 부르고스 대성당은 흰색으로 백색의 간달프 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도시도 충분히 돌아보다가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와 낮잠을 잤다가 빨래도 정리하고 일기도 쓰고 널널한 하루를 보냈어요. 저녁시간이 다 됐는데도 점심때 먹은게 너무 많았던지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더웠던 탓에 시원한 샹그리아만 한잔 하러 다시 그 식당으로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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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데 이집은 샹그리아까지 맛있네요.... 마성의 매력입니다 역시!! 시원하게 한잔 하면서 알베르게에 와이파이가 없으니 이곳에서 인터넷을 쓰며 정보들을 또 수집합니다. 저희는 내일 하루 푹 쉬기로 했고, 동생은 스페인까지 왔으니 마드리드를 한전 가 보겠다고 버스 타는곳과 마드리드의 정보들을 알아봤어요. 축구 광인 동생에게 레알마드리드의 홈구장인 베르나베우 는 놓칠수 없는 곳이죠 ㅎㅎ

이렇게 또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잠을 자려고 할 때 알레한드로와 친구들은 ‘부엔 꺼미노’ 라는 말을 남기고 훌쩍 떠나버렸어요. 우리의 절친 클라우디오 에게도 언젠가 길에서 다시만나자고 약속하고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왔어요.

며칠간 바빴던터라 포스팅이 조금 늦어졌지만,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오늘의 가계부
    아침식사 - 5유로
    맥주 - 3유로
    알베르게 - 5유로
    점심 - 13유로
    샹그리아 - 3유로

총합 - 29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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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 성당 근처에 있다고요?? 너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