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토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오후 두시의 구자은선생님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보고
부리나케 롯데 콘서트 홀로 향했다.
걸어서 남부터미널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고
잠실역까지 갔더니 다행히 시간에 늦지는 않았다.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이 궁금하긴 했으나 거기까지 가는게 만만치 않아 망설였는데
그래도 시도를 한 것이다.
서울시향의 연주회였다.
지휘에는 티에리 피셔,
협연에는 장이브 티보데(피아노), 한동일(오르간).
프로그램은,
피에르 블레즈의 노타시옹,
카미유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이집트>,
카미유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오르간>이었고
앙코르는 협연자인 장이브 티보데의
라벨 작곡,<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피아노 버전으로 들려 주었다.
프로그램이 모두 프랑스 작곡가의 곡이었다.
그야말로 프렌치 스타일이다.ㅎㅎ
피에르 블레즈의 노타시옹는 유니텔 클래시카에서 해설과 함께 감상한 적이 있어 낯설지 않았다.
생상스의 피협 5번인<이집트>는 실연으로
처음 접했는데
장이브 티보데가 완전 수려한 연주를 들려주었고 악단과의 호흡도 좋았던지라 기립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또한 곡이 무척 아름답고 정교했으며
아주 잘 짜여진 실크 직조 같았다.
무지무지 좋았기에 잊을 수가 없다.
앙코르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역시
다른 연주,다른 악기는 잊고 싶을 정도였다.
이곡 역시 완전 브라보였다!
장이브 티보데의 의상이 그의 이미지와도 아주 잘 어울렸다.
반짝이는 자켓이 정장을 한 유행가 가수를 연상케 했는데
멋스럽고 스타일리쉬했다.
화장도 짙게 한 것 같았는데 그 역시 괜찮았다.
휴식을 취하고
생상스의 교향곡 3번<오르간>의 시간이 도래되었다.
오르간을 맡은 한동일은 오케스트라와 동떨어져있는 오르간에 앉아서 순서를 기다렸다.
두 악장만 있는 교향곡으로 좀처럼 들을 수 없다.
나 역시 실연으로 처음 접한다.
1악장은 마치 긴 서곡 같은 느낌이었고
2악장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장대했다.
오르간의 울림 또한 매우 웅장했다.
음향좋고, 오르간이 좋은 롯데콘서트 홀에서의
이 교향곡은 대한민국에서는 최적의, 최고의
연주를 접할 수 있는 조건이다.
다만 연주를 잘 해야...
그런데 서울시향이 지난 토요일에 그걸 해냈다.
아주 잘 해서 장했다.
티에리 피셔가 자기만의 해석으로 하지 않고
정통적으로 이 곡을 연주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지난 번 베토벤의 <에로이카>에서 보였던 그만의 혁신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전 감격스러운 연주를 들려 주었다.
이로써 주말과 주일 이틀에 걸쳐 세 프로그램의 음악회를 영접하였다.
셋 다 오래 기억하고픈 음악회였다.
마지막 사진은,
내가 애정하고 대견하게 여기는 블로그 이웃인 희맘님과 그녀의 아들 동동이다.
가족 넷이 음악회에 왔다.
로제는 이제 두 돌 정도 되었다.
1부는 엄마와 아빠가 보고
2부는 아빠와 동동이가 보더라.ㅎㅎ
밖에서 로제는 오빠와, 엄마와 놀았나 보다.
참으로 이쁜 가족이다.
이들은 서울시향 공연에 자주 온다고 하는데
나와는 영 만나지지 않았으나
이번에 이렇게 우연히 보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내가 동동이와 로제의 이모할머니처럼 흐믓했다.ㅎㅎ
알고보니 희맘님은 대학 후배였다.
이 사진은 2017년 빈 여행 때
빈 콘체르트 하우스에서 찍은 것이다.
그 전 해에 피에르 블레즈가 작고하여
그의 추모음악회를 한다는 포스터와 엽서가
있어 찍어 본 것이다.
그 추모음악회에서도 <노타시옹>이 프로그램에 들어있던 걸로 기억된다.
이날 음악회에서 생상스를 다시 전반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음악세계가 매우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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