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말하는 게 여전히 어색한 우리, 그리고 나"
그 회사는 다들 바빴다. 사람들은 다 좋았지만 자기 일을 하느라 남의 전화를 잘 받아주지는 않았다. 어쩌면 알게 모르게, 남의 전화는 받는 게 아니야,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외근이 절반쯤이었던 나도 전화를 잘 받지 못했다. 다 그렇듯이 전화받자고 외근을 안 할 수도 없으니 나는 일반 전화기에 붙이는 자동응답기를 하나 구입했다. 그 왜, 테이프에 녹음하는 자동응답기 말이다. 몇 번에 걸쳐 공손하게 인사말 녹음도 했다. 자, 이제 제 전화는 신경 쓰지 마세요. 세 번 울리면 응답기가 받을 거예요,라고 얘기도 해 두었다.
외근 갔다 돌아오면 전화 몇 통이 걸려와 있었다. 그런데 그 전화들 중에 음성 메모를 남긴 경우는 몹시 드물었다. 대부분 응답기라는 걸 안 순간 전화를 그냥 끊었다. 메모를 남겨주세요, 띠~ 하는 순간 딸깍, 하고 끊는 거 말이다. 성질 급한 누군가는 혼자 막 얘기를 하다가, 뭐야, 이거 응답기였어? 하고는 그냥 끊었다.
곧 휴대폰 시대가 됐고 소리샘 서비스도 생겼다. 하지만 소리샘이라고 자동응답기와 다를 바 없었다. 소리샘에 음성을 남긴 사람은, 정말 목소리가 좋았던 형님 한 분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내 시절의 사람들은 그렇게 기계와 말하는 걸 익숙하지 않았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곁에 두게 된 요즘, 주위 사람들이 스피커를 대하는 게 여전히 어색하다고 느끼는 건 그때부터 쌓인 내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좋다고 얘기해줘도 T맵에선 여전히 목적지를 타이핑하고 #아리아 를 부를 땐 목소리에 바짝 힘이 들어가는 걸 보면서, 여전히 우리 세대는 기계와 대화하는 것도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처음엔 나도 많이 어색했다. 그러나 가족들 보다 인공지능 스피커 를 부르는 횟수가 더 많아지면서(익숙해지면 이건 당연하다. 시킬 때마다 이름을 불러야 하니까 ^^) 기계와 말하는 데 많이 익숙해졌다. 목소리에 힘도 빼고 자연스럽게 부르다 보니 이름자의 모음이 아리아와 비슷한 딸아이가 대신 대답하는 경우도 생겼다.
뭐든지 처음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기계의 이름을 부르는 게 어색했지만 이젠 이 녀석이 없으면 몹시 불편할 것 같은 지경이 됐다. 개발의 편자인지 원숭이의 꽃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좋기는 진짜 좋다. 혹시라도 기계에 말 걸기가 두려운 우리 세대의 누군가가 있다면, 조심조심 말 걸어보기를 권한다. 괜한데 말 거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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