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달아오르는 공간 대여 비즈니스…빈집 빌려 MT도 가고 파티도 열고
출처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281898
지난 6월 서울 북창동의 공간 대여소 ‘스페이스노아’에선 A그룹 계열사들의 신입사원 면접이 있었다. 2박 3일간 스페이스노아 2개 층을 빌린 A기업은 4층에선 지원자들의 프레젠테이션(PT) 면접을, 3층에선 임원 면접을 진행했다. A기업 관계자는 “면접을 회사에서 하면 지원자들이 긴장해서 제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할 것 같아 면접 프로그램 일부를 외부에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서울 신도림역 근처에 위치한 B빌라에서 일주일에 한 번 연극 비평 모임을 갖는 문화단체 ‘에디공’은, 모임이 없는 평일에는 빌라를 임대하기로 했다. 방 2개, 주방과 거실, 화장실로 이뤄진 20평 규모의 공간을 시간당 1만원, 하루 15만원에 빌려준다는 광고를 공간 중개 사이트 ‘스페이스클라우드’에 올렸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데다 비슷한 평수의 레지던스호텔이나 펜션보다 하루 10만원 이상 저렴한 ‘착한 가격’ 덕분에 빌라는 대학생 MT 공간으로 입소문을 탔다. 지난여름 성수기엔 한 달에 4~5회 대여해 월 70만원 정도 수익을 올렸다.
사무실, 회의실 등 각종 ‘공간’을 저렴하게 빌려주는 공간 대여 사업이 활발하다. 높은 임대료 부담과 비정기적인 이용 패턴으로 개인 사무공간을 갖기 힘들었던 벤처사업가나 직장인, 대학생 등에게 인기가 높다. IT 기술 발달로 필요한 공간을 찾고 둘러보는 ‘거래비용’이 낮아진 데다 유휴공간을 활용해 부가수익을 올리려는 공유경제(물건을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서로 빌려 쓰는 경제활동) 모델이 활성화된 덕분이다.
공간 대여 사업은 그간 소규모 스터디룸이나 회의실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모임공간토즈’ 같은 스터디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2001년 설립된 토즈는 주요 상권에 위치한 접근성과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대학생들의 프로젝트 모임이나 스터디룸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기업이 중심이 된 공간 대여 사업은 가격이나 입지, 공급 물량 부족 등의 문제로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규격화된 인테리어에 싫증 내는 소비자도 늘어났다. 보다 다양한 공간에 대한 수요는 개인들이 가진 공간 개방으로 이어졌다.
숙박 중개 사이트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08년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에어비앤비는 일반 가정집 등에서 안 쓰는 빈방을 여행객에게 숙박공간으로 저렴하게 빌려주는 아이디어로 히트를 쳤다. 창립 후 6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190개국 3만5000여개 도시 60만개가 넘는 숙소에서 1500만명의 여행객이 투숙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등록된 에어비앤비 숙소도 4000여개에 달한다.
최근 공간 대여 사업은 에어비앤비의 진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공간 대여 목적과 이용 시간이 ‘숙박’ ‘최소 1박’에 국한됐다면 요즘은 사무, 회의, 스터디, 이벤트 등 다용도 공간을 시간 단위로도 빌려 쓸 수 있도록 확대되는 추세다.
공간 대여 사업은 크게 ‘플랫폼’과 ‘대여 사업’ 두 종류로 나뉜다.
플랫폼 사업은 공간주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홈페이지나 앱을 운영하는 것. 일종의 ‘공간 오픈마켓’이다. 에어비앤비도 여기에 속한다. 최근에는 ‘코자자(한옥 숙박)’ ‘스페이스클라우드(다목적 공간)’ ‘코코팜스(주말 농장)’ 등 중개하는 공간의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대여 사업은 공간주가 가진 공간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스페이스노아다. 서울시청 옆 북창동의 룸살롱을 개조해서 오픈한 스페이스노아는 월 10만원에 공동사무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와 대형 홀을 통째로 빌려주는 ‘대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청년 벤처사업가들이, 대관은 각종 기업이나 단체에서 모임 공간으로 즐겨 이용한다.
특히 돈이 되는 것은 대관 서비스다. 지난 2012년 12월 이후 2014년 9월까지 누적 코워커(코워킹 스페이스 이용자) 수는 168명인 데 반해 대관 이용 횟수는 1437회, 대관 방문객 수는 3만7625명에 달한다. 최고 80인까지 들어가는 규모 덕분에 신입사원 환영식 등 기업들의 수요가 많다. 성수기엔 월 최고 대관 수입이 2500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공공기관들도 공간 대여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코레일의 KTX 정차역 내 회의실 대여 사업이 대표 사례다. KTX 역에 내리면 곧바로 회의실로 직행해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고 호텔이나 연수원보다 임대비용도 저렴해 기업, 학교, 협회 등에서 인기다. 이용금액은 회의실 크기에 따라 시간당 2만5000~10만원까지 다양하고 빔프로젝터 등 부대장비도 이용할 수 있다. 2005년 대전역에서 회의실 임대 사업을 처음 시작한 뒤 반응이 좋아 2008년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19개 역 내 63개 회의실을 대여한 결과 이용자 수와 매출은 37만명, 28억원으로, 2005년(3600명, 1700만원)보다 100배 이상 늘었다.
IT 기술로 거래비용 낮아져
공유경제·실속형 소비 확산
기업 면접 등 단체 행사 수주도
서울시는 주민센터와 자치회관 내 강당이나 회의실, 체육시설 등을 안 쓰는 시간에 시간당 1만~2만원에 시민들에게 빌려주는 ‘공공서비스 예약’ 사업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 1만7000건이었던 이용건수가 올해는 8월 말까지만 해도 벌써 6만5000건이 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2년 9월 시작할 당시에는 5개 구만 참여했는데 시민들 반응이 좋아 지난해 모든 자치구로 확대했다. 현재 1000여개 공간이 등록돼 있으며, 앞으로도 문화센터 등 대여 가능한 유휴공간을 계속 찾아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오픈콘텐츠랩’ ‘아이디어팩토리’ ‘르호봇비즈니스센터’ 등이 무료나 시간당 1500~1만원, 하루 1만2000~3만원 정도 선에서 코워킹 스페이스 대여 사업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워킹 스페이스는 주로 청년 벤처사업가의 사무 공간을 지원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목적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함께 일하니 ‘네트워크 형성’이란 부수적 효과도 상당하다. 다만 이를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선 코워킹 스페이스만으로는 월 임대료를 채우기도 빠듯할 만큼 돈이 안 된다. 수익의 대부분은 단가가 높은 대관 서비스에서 창출된다”고 귀띔했다.
인터뷰 | 정수현 스페이스클라우드 대표
‘공간계의 구글’이 목표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정수현 스페이스클라우드 대표(30)는 스페이스노아 공동창업자다. 공간 대여 사업을 해 본 결과, 유휴공간에 대한 공급과 수요는 상당한데 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부족하단 생각에 직접 중개 사이트 운영에 뛰어들었다. 올 초부터 공간주들의 매물을 그러모아 9월 기준 300여개의 공간DB(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
Q. 공간 대여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A. ‘공간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비싸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공간을 쓰지 않는 시간대에 해당 공간을 필요로 하는 다른 이들에게 저렴하게 빌려준다면 모두에게 ‘윈윈’이 될 거라 생각했다. 미국에선 이미 5년도 더 전부터 공간 대여 사업 등 공유경제 개념이 확산됐다.
Q.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장점은.
A. 공간주와 사용자 간의 빠르고 간편한 연결이 핵심이다. 아직까진 코워킹 스페이스나 세미나실, 카페 등이 많이 거래되는데 더 많은 DB가 쌓일수록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또 우리는 배너 광고에서 수입을 얻기 때문에 공간주와 사용자로부터 아무런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연말까지 1000개, 내년 말까지 2만개 공간 DB를 모아 5만명의 사용자그룹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Q.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A.공간 DB 확보가 가장 어렵다. 아직 개인 공간을 낯선 사람에게 내주는 걸 걱정하는 공간 주인이 많다. 개인 간 거래가 활발해지고 상호 신뢰하는 문화가 더 확산되면 차차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공유경제가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걸 납득시키는 실험 기간이라고 본다.
최근 페이스북 등 SNS의 타임라인(사용자나 친구들의 글을 시간 순서로 모아 보여주는 기능)을 통해 공간주나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어 개인 간 거래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Q. 에어비앤비는 공간주의 세금 납부나 사업자등록 문제 등 불법 논란도 있는데.
A. 국세청에 확인한 결과, 개인이 한시적으로 공간을 대여하는 것은 괜찮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대여 사업을 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개인 공간주들에게 사업자등록증을 요구하면 공유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한시적인 공간 대여(가령 월 10시간 이하)는 사업자등록증 없이도 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조례를 제정해 달라고 요구 중이다.
Hi! I am a robot. I just upvoted you! I found similar content that readers might be interested in: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281898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