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조동진씨가 가셨으니 벌써 일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시끄러운 사회 문제에도 살짝 벗어나, 그렇다고 통속적이지도 않은, 그러면서 있는 듯 마는 듯 곱게 살다 간 이로 기억합니다.
사진의 기기는... 가게를 열 때 근처 사시는 독지가 (?) 께서 희사하신 기기입니다. 상당히 퍼포먼스가 뛰어난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워터 데미지에 의한 케이스때문에 번번히 퇴짜를 맞더니, 결국 다시 내 손에 들어 왔습니다.
오냐. 내가 널 절세가인으로 탈바꿈시켜 주마. 헐... 손볼 곳이 너무 광범위 (?)합니다. 보통 시트지 아래만 긁어내고 재접합 후 퍼티로 메꿔 줍니다만 이건... 견적이 나오질 않네요. ^^;;
일단 옷부터 벗겼습니다. 보니 적어도 2mm 이상 솟아 올랐고 그 면적이 상당합니다.
벗긴 부분을 사포로 과감하게 갈아 냈습니다. 원래는 전부 벗겨내야 하지만 오래된 시트지는 무리하다간 중간에 찢어질 수 있고, 일단 그렇게 되면 회복 불능. 약간의 경사는 있겠지만 이정도로 만족해야 겠지요. 그리고 좌우도 부풀어 올라 할 수 없이 커터로 절단하여 맞추었습니다.
표면만 갈아내는 게 아니라 시트지에 붙은 찌꺼기도 같이 벗겨 내야죠. 한편 그릴도 중간에 부러졌는데, 이 기기의 캐비닛 재질은 MDF가 아닌, 뭐라고 해야 하나, 솜털처럼 일어나는 재질이라 작업성은 아주 꽝 이네요. 일단 부러진 부분에 주사기로 순간접착제를 몇방 놔주었습니다. 순간접착제는 굳으면 뻗뻗해지죠? 그리고 목공본드를 주변에 주욱~ 발랐습니다.
일단 기가 살아난 모습입니다.
이번엔 돼지본드가 아니라 목공 본드를 사용했습니다. 지난 번에 돼지본드를 처발랐다가 혼이 난 경험때문에. 목공 본드의 장점은 마르고 난 후 몰로도 쉽게 지워진다는 점입니다. 하여 과감하여 처덕처덕. 찹찹한 느낌이 와우~~~ 흐흐흐흐
바른 후 넓은 셀로판 테이프로 좌악
좌악잡아 당겨 줍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벌어진 틈이 메꿔졌습니다. 남은 걱정은 건조 후 표면의 불균형입니다만 다리미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망치로 두들겨 맞춰야죠.
내일 아니면 오늘 저녁 늦게 마무리 들어갑니다. 계획으론 틈이 벌어진 부분에 퍼티를 조금씩 밀어넣어 완전히 틀어막고, 울퉁불퉁한채 굳어진 부분을 사포로 문질러 각을 잡은 후 무광 블랙으로 마무리.
그리고 군데 군데 벗겨진 곳은 천연 스테인을 적용하든지 아니면 무늬목을 조금씩 발르든지.
어잌후야... 나머지 하나도 까진 곳이 많아 방금 퍼티로 처리했습니다. 이번엔 다리 대신 미끄럼 방지용 부직포를 달아주려 합니다. 여기에 다리 달면 진짜 웃길 거 같아요. 끝.. 그리고...
내가 재생 산업에 종사했음은 이미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재생 산업은 고작해야 폐기물 걷어 쓸만한 거 골라내고 다시 녹여 원료로 만드는 대단히 단순하면서도 고된 작업입니다.
해서 선진국에선 이런 일들은 진작에 퇴출되어었고 과거의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 도상국을 거쳐 중국, 이젠 인도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 저개발국으로, 멀리는 아프리카까지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장난 아닙니다. 재생 과정에서 나오는 공해, 주변 환경 오염, 그리고 갈수록 플라스틱 엔지니어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떤 플라스틱이든 거의 합성이 되어 있어 재생도 어렵습니다.
이런 재생은 폐차도 마찬가지. 다행히 요즘 부품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고는 있지만 사람 목숨 걸어야 하는 일에 어쩐지 재생은 미덥지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4차 산업의 세상이 와도,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도전하기에 한참 시간이 남은 영역이 바로 이 분야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못 쓰게된 각종 물건들을 파쇄해서 원료화하는 게 아니라 고쳐서 다시 쓰게 만드는 수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게를 열고 있는 동안 오는 손님 중 빠지지 않는 유형은 각종 전자제품 수리 의뢰입니다. 센터에 가봐야 입이 딱 벌어질 금액만 부르고 아니면 버리하고 노골적으로 권합니다. 즉 오래 전 브라더 미싱처럼 반영구적으로 사용하기 보단 내구연한을 두고 그시점을 지나면 자연 폐기를 유도하여 신제품을 사게 하거나 그전에 유행이란 민감한 주제를 띄워 갈아타지 않고선 못배기게 몰아 댑니다.
하지만 이 세상엔 유행따라 굳이 살지 않는 이도 많고, 여유 있는 이보단 가난한 이가 더 많습니다. 이런 시장은 향후 그 규모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지만 기업들은 들어오려 하지 않는, 기피 업종이죠. 왜? 중고품의 수선은 신제품의 에프터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개인적인 스킬이 작용해야 하며 어느 정도 창의력이 개입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저 임금 몇푼 올랐다고 금방이라도 문 닫는 양 난리 피우는 이들이 과연 사람 손에만 의존하는 영역에 들어올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들이 손댈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중고거래 시장입니다.
이런 일은 또한 생활친화형입니다. 규모가 광대하거나, 혹은 시내 중심부 목좋은 가게도 필요 없습니다. 일정 수준의 시장만 확보되는 곳이면 충분하죠. 그러니 치솟는 월세 걱정도 할 필요 없고 억 소리나는 인테리어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최소의 투자로, 오로지 업주의 손에 의해서만 부가가치가 창
출되는 산업입니다.
난 이 일에 굳이 나이든 이들이, 퇴직자들이 적합하다고 줄 긋고 싶지 않습니다. 창업, 창업하니 너도 나도 구경도 못한 먹거리에 집착하고 해봐야 커피숍 아니면 체인점입니다. 고개만 들면 수십개 있는 치킨집 , 피자집, 빵가게, 수퍼, 편의점, 커비점들은 그야말로 치킨 게임과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용산에 가면 국비로 전자 회로 수리를 가르쳐 주는 곳이 있습니다. 한때 이 일을 해볼까 했지만 워낙 땀이 많고 수전증까지 있어 포기하고 외관만 손을 봅니다. 하지만 이도 자꾸 하니 실력이 늘어 외관상 문제때문에 10만원에 거래되는 물건을, 25만 원 가치로 만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더스트 커버 같은 건 턴 테이블이 아닌 곳에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죠.
혹시 이 블로그나 카페에 젊은 분들이 오신다면, 그리고 앞날이 걱정스럽다면 이런 분야에서의 창업도 고려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 청계천과 용산의 수리기술자들은 연세가 너무 많습니다. 툭하면 부고장이 날라 다니고 갈수록 수리하기 어려워 지는 상황입니다.
눈에 보이는 블루 우션은 이미 레드 오션입니다. 보이지 않는 블루 오션이 진짜가 아닐까요? 그리고 땀과 눈물 없는 돈은 이미 내 돈이 아님도 아셔야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