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고찰 — ENT와 스타그램 중심으로
지난 이야기
우리는 탈중앙화된 재능 시장을 열고자 했고, 그 이후 공모전을 위해 가장 이해하기 쉽고 적용하기 쉬운 재능 시장의 예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선택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도전기 #1. 평범한 시작 https://steemit.com/blockchain/@project-talent/1
블록체인 스타트업 도전기 #2. 뜻밖의 성과 https://steemit.com/blockchain/@project-talent/2
K-POP과 한류로 대변되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상상을 초월한 팬덤을 형성하며 무한한 시장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러한 ‘시장 가치’를 보고 일명 ‘연예인 코인’을 발행해 콘텐츠 유통에 토큰 이코노미를 적용시키려는 프로젝트들이 여럿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에서 기사를 통해 가장 잘 알려진 관련 블록체인 프로젝트에는 ENT, 스타그램 등이 있다.
최근 티아라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기사로 화제가 된 ENT캐시와 넬슨 만델라 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스타그램은 모두 향후 유명인사의 토큰 발행, 디지털 지불 플랫폼,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 스트리밍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한류를 잠시 벗어나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보자면 전 세계적으로 이미 블록체인을 활용해 크리에이터와 팬을 연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주요 기능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프로젝트 혹은 개인의 ICO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
자금조달이 어려운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배고프다. 배고픈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꿈을 지지해줄 팬들을 만나고 그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인기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튜브와 크라우드 펀딩을 가능케하는 와디즈 같은 플랫폼이 방식은 다르지만 현 시장에서 자금 조달처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사실 단순히 크라우드 펀딩을 위해서라면 블록체인 기술은 고사하고 꼭 토큰 이코노미가 개입될 필요는 없다. 실제로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Indiegogo은 작년 말 자체 ICO 플랫폼 오픈했으나 정확히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ICO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열어 검증된 ICO 프로젝트를 중개하는 역할로 ICO 자체를 대행해주는 역할은 아니다.
Indiegogo가 중개한 첫 ICO 프로젝트
하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ICO를 통해 발행된 토큰의 사용처가 명확하고 향후 트레이딩을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가정 하에 지속적인 투자자산으로써 운용될 수 있다면 기존의 크라우드 펀딩과는 다른 신선한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2.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공정한 수익배분
자금조달에서 좀 더 나아가 예술계의 저작권과 수익배분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블록체인만한 기술이 없다. 한 작곡가가 하나의 곡을 유통시킨다면 얼마만큼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을까? 지금의 유통 구조에서는 작곡가는 10%를 가져가는 반면 멜론 등과 같은 음원 유통 채널은 무려 40%를 가져가게 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중앙화된 플랫폼들이 벌고 있는 것이다.
Ujomusic의 플랫폼 기능
재주를 부리는 곰에게 돈을 돌려주고자 블록체인 기술을 저작권과 음원 유통에 접목한 예로, 창작자에게 공정한 댓가가 돌아갈 수 있게 새로운 방식으로 음원을 유통하고자 하는 Ujomusic가 있다. Ujomusic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곡을 올려 발매한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해당 곡의 다운로드 라이센스 권한, 스트리밍권한, 리믹스 등 절대적인 통제권은 아티스트 손에 쥐어지게 된다. 이러한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은 음원 뿐 아니라 영상, 사진 등 저작권을 갖는 모든 콘텐츠에 적용 가능하다.
3.발행된 토큰을 거래하고자 하는 거래소
처음 언급한 자금조달의 취지에 이어 한 개인, 혹은 하나의 프로젝트 단위로 ICO가 진행되어 개별 토큰이 발행된다면 모든 프로젝트 토큰, 혹은 사람에 대한 토큰이 일반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기란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꽤나 복잡한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ENT와 스타그램이 제시하는 모델은 기축통화가 되는 ENT cash, 혹은 스타그램 토큰을 발행하여 해당 통화로만 연예인 토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거래소를 오픈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처럼 사실상 블록체인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더불어 스타그램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가격을 조정하는 알고리즘이 한 조직에 의해 만들어지고 통제된다면 이는 더욱 탈중앙화 거래라고 보기 어렵다.
스타그램 백서에서 설명하는 거래소 알고리즘
4.거래를 촉진시키는 콘텐츠 유통
토큰의 가치를 높이고 거래소의 수수료 모델이 돈을 벌어들이려면 거래량을 늘려야 한다. ENT와 스타그램은 팬들이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과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토큰 소비를 촉진시키고 콘텐츠를 유통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블록체인 위에 올려 유통하고자 하는 콘텐츠가 음원이라면 2번에서 언급한 저작권 문제와 맞물려 훨씬 고도화된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다. 과연 블록체인 기술을 완벽히 적용시킨 유통모델이 구현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비용 효율적인지, 콘텐츠의 유형에 따라 그에 맞는 원활한 소비 기능을 지원할 수 있는지 — 게임이라면 게임, 음원이라면 멜론, 영상이라면 유튜브, 티켓과 굿즈라면 각종 커머스 플랫폼과 같은 기능 — 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술력은 물론, 우리와 함께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이 영역의 플레이어가 필요했다. 때마침 카이버 네트워크 공모전을 계기로 몇몇 관련 회사와 연락이 닿았고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사실은 그보다 앞서 우리 팀은 각자의 고민에 대한 결론을 지어야만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스타트업에 도전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얼마만큼의 리스크를 부담할 수 있는지, 각자 어떤 역할을 얼만큼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다섯명 중 세 명만이 팀에 남게되었다.
몸집이 작아진 만큼 더욱 속도를 내야했다. 우리는 애초에 재능 시장을 ‘연예계’로 한정지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모든 산업분야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든 재능 시장의 근본이 되는 우리만의 프로덕트를 개발하면서 기술적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산업분야의 관계자와 연결되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