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루멘에 물려서 30퍼센트 증발한 후기.

in stellalumen •  7 years ago  (edited)

11월 17일.


코인 트레이딩을 시작했다. 친구의 달콤한 꾀임에 빗썸과 크립토와치를 접했고, 클릭 몇번으로 수익이 나는 블루오션에 처음 입성한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현재 대학원생 신분으로 큰 종잣돈은 없기에 50만원으로 시작해봤다. 물론 처음에는 이 돈은 '쓰는' 돈이고, 잃어버려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자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50만원이 55만원이 되자 '아, 시드머니가 중요하구나' 라고 느끼고 50만원을 더 추가했다. 내년에 졸업논문 작성 때문에 일거리가 줄어들면 사용하려고 모아놓던 자금이었다.

시드머니가 100만원이 되자, 1-2퍼센트씩 차익을 남기는 거래들은 매일 나에게 치킨 한두마리씩을 선물했다. 나의 능력에 감탄했고 혹시 내게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몽롱한 기분이었다. 무언가 마음이 공허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한푼 두푼 모으는 것이 헛수고처럼 느껴질 쯔음 월급여로 받은 50만원을 더 투입했다.

시드는 150만원. 주류 코인에서 한두푼씩 모으던 것을 그만두고 새로 생긴 업비트에서 알트코인을 다뤄보기로 했다.
50만원으로 시작한 업비트에서의 거래는 일주일간 10여만원을 벌었던 지난 날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주었다. 마침 주로 거래하던 비트코인 캐쉬가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던 때라, 망설임 없이 업비트로 모든 자금을 투입했다.

초기 성과는 좋았던 것 같다. 하루에 3~4만원씩 이익이 발생했다. 모니터 앞에서 꽤 오랜시간을 보내고, 이후에도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했지만, 이 또한 부수익을 거두는 데 투자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시드머니가 더 쌓이면 아예 전업으로해도 하루치 급여 정도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체적으로 우상향의 그래프를 뽐내는 코인 시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해도 두세시간 기다리면 구조대가 도착하곤 했다. 내게 손절이란 없었다.

그리고 어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1160만원에 구매하고 잠들었던 비트코인이 1200만원이 되어 3퍼센트의 이익을 가져다 주었고 벌써 3~4만원의 수익이 생긴 채로 하루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출근 전에 아침을 먹으면서 단타로 10만원을 벌었다. 눈을 떴을때 175만원이던 돈은 어느새 190만원이 되었다. 기고만장했다. 점심때도 알트코인에 물려서 곤혹을 치렀지만 역시나 세시간쯤 버텼더니 본절이 가능할 정도로 펌핑해주었고, 손절은 없었다.

문제는 퇴근 후 였다. 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으면서 업비트를 켰다. 잔고는 193만원. 차트 보는 데 일가견이 있다 믿던 그 때의 나는 스텔라루멘에 총 자금의 반을 넣었다. 이제 시드가 제법 커져서 1퍼센트만 이익을 봐도 1만원이었고 조심스럽고 안전하게 하겠다며 1~2퍼센트씩만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었는데, 이날 잡았던 스텔라 루멘의 가격은 118원이었다.

하지만 내 스텔라루멘의 가격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112원에 다다랐다. 어디에서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다시 오를거라는 확신과 함께 평균단가를 낮추기 위해 나머지 자금도 모두 투입했다. 그리고 본전에 매도를 걸어놓고 다시 차트를 보지 않았다. 너무 확신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76에 보유량을 모두 판매했다. 업비트가 잠시 서버오류로 작동하지 않던 때, 나는 출근 중에 휴대폰을 계속 들고 있었고, 서버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가격은 요동쳤다. 순간 65까지 떨어졌던 가격에 놀란 나는 숫자가 다시 76까지 상승하자 바로 전액 매도를 걸어버렸다. 이미 멘탈이 피폐해져 아침잠도 자지 못하고 새벽같이 일어났던 내가 내린 최악의 결정이었다. 이후 스텔라루멘은 94원까지 오르면서 손해를 메꿀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나는 이마저도 다 떠나보내버렸던 것이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지금도 일어난지 채 24시간이 되지 않은 그때의 결정과 현재의 결과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가슴이 먹먹하다. 물론 인생으로 보면 내가 잃은 돈 60만원은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앞으로의 인생에서 특히나 자산을 다룰 때에는 얼마나 신중해야 할지, 얼마나 많은 생각이 필요할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을거다. 여전히 내게는 가상화폐는 컴퓨터 공학과인 내게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남을테고, 현재의 삶에서도 큰 욕심을 내지 않고 거래를 계속할 생각이다. 앞으로 며칠간은 남은 120만원을 들고 관망하는 위주로 멘탈을 회복한 뒤, 단타위주의 '투기'에서 신중을 기한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 첫번째 발걸음이 스팀잇에 포스팅을 시작하는 것이다. 매우 멋진 플랫폼이며, 실현가능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상태로 세력이 개입되어 가격이 요동치는 일부 블록체인들과는 다르다. 앞으로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참, 엊그제 이낙연 총리가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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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원칙.. 급등종목을 좇아서 사지 않는다 입니다. 욕심 부리면 안 돼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앞으로는 안전투자 해야겠습니다!

그냥 리플빼고 10대 코인 분산장기 투자가 답이죠..단타는 ..
한방에 갑니다 사람 폐인되고..

진짜 폐인될뻔 했어요 ㅠㅠ 너무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글쓰면서 멘탈을 좀 잡았네요..

리플은 왜... 전 리플 비젼있어보이던데...

아...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