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우유/노자규

in story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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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우유

어둠이 누워버린 골목길에
하얀 아침이
올 때까지 자전거 한 대로
까만 세상을
열어가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꿈을 가진 청년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고향에 어린 동생들의 학비까지
보내주면서도
구름 뒤에는 태양이 있다며
늘 얼굴에는
햇살 한 모금을 머금은듯합니다

“아니,,
왜 우유를 3일째 안 넣는 거예요 “

“분명히 넣었는데,,,,,”

그럼 내가 먹고
지금 안 먹었다 하는 걸로 보여요... “
이 사람이 안 되겠네...
여보 경찰 불러요... “

“아닙니다 ...제가 내일
네 개를 넣어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이마가
땅에 닿을 뜻 사과를 하고선
돌아오는 청년은
연신 고개만 가 웃거립니다
“이상하다.....”면서 말이죠

오늘은 우유를 넣은 뒤
어둠 속에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때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지나는 사람이
우유주머니에서
황급히 우유를 꺼내어 바지춤에
감추고선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총총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할머니 같은데
돈없어면 드시지 말지 ..
왜 훔쳐서까지 드시는지
이유나 알아봐야겠다며
은밀한 걸음으로
뒤따르던 청년의 걸음이 멈춰 선 곳은
후미진 골목 끝에 막다른 집이었습니다
열린 대문 사이로
조심히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방안에선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가야... 배고팠지,,
어이 먹어.. 에이고 내 새끼... “

청년은 잡았던
현관문 손잡이를 끝내 당기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눈물방울
영혼의 무게 위에 올려놓고 얼기설기
하루를 살아가는 할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팟기 때문입니다

“애기가 먹는 건데,,,
애기가 먹는 건데,,, ”라며
되뇌며 사무실에 돌아온 그때

“잡았어?. 우유도둑“

“아뇨,,,
이제부터 안 나타날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대답만을 남긴 채
청년은
인사를 한 뒤 총총히 사라져 갔습니다

다음날
할머니 집 현관문 손잡이에는
새하얀 우유가 담긴
주머니가 매달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우유가
갯벌에 얹힌 폐선처럼 쌓여만 갔습니다
2개.... 5개..... 6개.......

옆집 아줌마가 나오더니

"애가 아파 병원에 갔어
무슨 큰 병 이래...
어휴
자기 혼자 몸도 가누기 힘든
노인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
거기에다 아이를 맡기고 가누,,,,
여하튼
자식 놈들이란 지밖에 모른다니깐... “

긴 빈곤과
지겨운 외로움만 내걸린 대문을 닫고
청년은 말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딸이 가출하면서
맞기고간 손녀를 돌보기 위해
할머니는 구겨진 하늘을 원망하며
우유를 훔쳤던 것이었습니다
창공에 섬이 된 일상 앞에
할머니는
얼마나 더 견뎌야
행복과 해후할 수 있을까요

청년은 오늘도
우유 하나를 들고
할머니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제발 우유가
없어졌기를 바라면서요,,,”

“우유가 없다,,,,
애기가 병원에서 왔는 걸까,,,“
의문을 얼굴에 매달기도 전에
우유주머니 안에는
십 원짜리 12개
백 원짜리 8개
오백 원 동전 4개가
같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때
인기척에 옆집에 사는
그 아주머니가 대문을 열고 나오더니
“총각,,,
이제 우유 넣을 필요가 없게 되었어
애기가 그만 죽었데... "

“그럼 할머니는요...”

.....

....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와도
없는 이의
안부만 묻고 간 사람만 있을 뿐
할머니를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출처/노자규의 골목이야기18-06-04-16-38-45-818_dec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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