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스토리를 들려줘

in story •  7 years ago  (edited)

사람들과 대화할 때 그 사람의 인생 스토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 사람이 일구어낸 결과도 좋지만, 그 결과를 만들 때까지의 스토리에 매료될 때 눈이 커지고, 미소짓게 된다. 누군가의 강연을 들을 때도 그렇다. 그 사람의 스토리가 궁금하다.

얼마전 사람들 앞에서 내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딱히 준비도 안하고 내 과거 이야기를 했더니, 사람들이 집중하고 흥미로워했다. 그 때 깨달았다. ‘아~ 이래서 스토리가 중요하구나...하루하루가 내 인생 스토리가 되는구나~’ 이 얼마나 기대되고 즐거운 인생인가?

내가 첫번째로 돈을 벌어본 스토리를 해볼까한다. (대학교 2학년때,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번 맥주집 아르바이트는 돈을 벌었다고 치지 않겠다. 그리고 여행한 스토리는 최대한 생략하겠다.)

전역하기 일주일 전, 다들 전역하면 유럽여행으로 떠나곤 했다. 나는 유럽여행은 끌리지 않았고, 첫 해외여행으로 인도 배낭여행을 선택했다. 전역하기 일주일 전에 결정하고 200만원을 부모님께 빌리고, 전역하고 일주일 후에 인도로 떠났다. 아무 계획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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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타지마할에서

인도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에 한명은 여행사에서 프리랜서처럼 일하는 영이라는 누나였다. 알고보니 나와 같은 경산에 사는 사람이었고, 인도에서 꽤 오래동안 살았었다. 카톡도 친추하고, 그 누나가 네팔에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가 있다고 한번 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네팔로 떠났다. 아무 계획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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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캠프 입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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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캠프와 히말라야 산

인도 배낭여행을 하는 것. 네팔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반을 하는 것. 아무 계획없이 했다는 것. 본능적 ‘끌림’에 의해 했다는 건 정말 '나'답다고 볼 수 있다. 대학교 과 선택부터 음악동아리들 등 내 행보들을 보면 다 ‘끌림’에 의한 행동이었고, 지금하고 있는 사업이나 투자들도 ‘끌림’이 가장 컸다. 지금 내가 글을 쓰는 것도 ‘끌림’인 것 같다.

인도에서 3주, 네팔에서 1주정도 있다가 고향으로 갈 때가 되었다. 여행경비 200만원도 다 썼다. 네팔에서 인도 델리로 가면서 갑자기 생각났다. ‘200만원의 여행경비를 다시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내 생각은 여행에서 비즈니스로 ‘끌렸다.’

영누나한테 카톡했다. 한국인들이 인도에서 많이 사가는 게 뭐냐고 물어봤다. 히말라야 수분크림을 추천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큰 용량 판매가가 16,000~20,000원에 추가로 해외에서 가져와야해서 비용이 더 들었다. 인도에서는 3000원 정도면 사는 게 아닌가? 그러면 인도에서 사서 한국에 13,000원에 팔면 개당 10,000원의 이득이 아닌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대학교 때 부터 하던 흑인음악커뮤니티 마켓글에 글을 올렸다. 겨울이고 연초라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히말라야 수분크림 제품자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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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8일 온라인 판매글

어머니께 60만원정도 대출을 받아 200개 가량 구매하였다. 그리고 델리공항에서 글을 올렸다.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더니, 문자가 엄청나게 많이 와있었다. 예상대로 니즈가 있었다. 인천공항 우체국에서 다 배송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인도여행을 마치고 온 날 하루만에 여행경비를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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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수분크림과 립밤 (립밤은 선물로 뿌렸다.)

그 다음은 영누나한테 카톡했다.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영 누나는 여행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지만, 생활비가 많이 부족해했었다. 그래서 내가 30만원 페이 줄테니 같이 해보자고 사업을 제안했다. 워낙 긍정적인 누나라 흔쾌이 예스했다.

내 부탁은 이거였다. 영누나한테 오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여행 마지막날에 히말라야 수분크림을 사서 공항에서 전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환전한 돈 마지막 날에 쇼핑하고 택시비만 남겨두고 공항으로 가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날 택시비까지 내가 지원해주기로 했다. 영누나가 여행객들에게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게 가능했다. 여행객들이 양손 가득 수분크림을 가지고 오면 나는 인천공항에가서 바로 택배로 보냈다.(나는 인천에 있는 인하대학교에 다녔기때문에 인천공항이랑 가까웠다.)

그렇게 세번정도 반복했다. 총 순 수익금이 이천만원이 되었다. 그러다 홈플러스에서 쇼핑하다가 히말라야 수분크림을 발견했다. 개학 시즌도 오고 이제 그만해야할 타이밍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렇게 나의 첫 비즈니스? 도떼기 장사는 끝이 났다.

이때까지 비즈니스에 비자도 모르는 그냥 학생이었다. 아무런 경제관념도 없었다. 레버리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나는 비즈니스를 했었다. 이 경험으로 나는 한층 더 성장했다.

이 도떼기 장사를 정리하자면,

  • 윈윈윈윈이었다.
    나는 돈을 벌고, 영 누나도 부 수입이 생기고, 여행객들도 택시비를 벌고, 수분크림이 필요한 사람들도 싸게 구매하게 되었다.

  • 비즈니스에 있어서 중요한 것

  1. 타이밍
    지금이 비즈니스 하기에 적합한 타이밍인가?
    겨울이었고,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던 타이밍이었다. 인터넷에는 해외배송으로 구매해야할 타이밍이었다.

  2. 아이템
    블로그에 히말라야 수분크림이 여성들 위주로 호평을 받고 있었다. 실제로 나도 써보니 히말라야 수분크림의 향과 꼰득함은 정말 좋았고 가성비 갑이었다.

  3. 시스템과 레버리지
    영누나에게는 영누나의 역할을, 여행객들에겐 여행객들의 역할을, 나는 나의 역할이 있었다. 삼박자가 맞아서 작은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비즈니스가 되었다. 영누나와 여행객들을 레버리지했다. 내가 인도에 왔다갔다 할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누군가를 고용해서 그날 인천공항에서 물건을 받아 택배를 보내는 것 까지 레버리지 했다면 나는 앉아서 돈을 벌었을 것이다.

  •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가더라.
    학생이 두달사이에 이천만원을 벌었다. 그 노동 시간은 합쳐서 5시간도 안되었을 것이다. 쉽게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후배들 맛있는거 사주고, 사고 싶은 것 다 샀다. 옷도 사고 신발도 샀다. 그러고 보니 수중에 남은 돈은 얼마 없었다.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관리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업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렵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도 사업 비슷한 걸 했다. 이 경험은 나를 비즈니스맨으로 인도해주는 첫 걸음이었다. 나에게 아주 소중한 스토리이다. 이 스토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스토리이다. 오늘 하루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스토리이다. 우리의 삶은 한편의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소중한 스토리로 진행되고 있는...우리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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