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함께 환경, 사회, 거버넌스까지도 생각하는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의 글로벌 동향과 우리의 과제
경제, 사회, 환경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 방식인 “지속가능발전”은 이미 유엔을 통해 2030년까지 우리 인류가 달성해야 할 목표, 즉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선진국들의 모임인 G7, G20에서는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과연 그 내용은 무엇이고 현재 어떤 상황에까지 와있으며, 우리 금융기관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지속가능금융은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실현 과정에서 나타나는 금융 제도와 산업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비지속가능한 기업이나 기술, 사업에는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자금이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반대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지속가능한 기업, 기술, 사업에는 더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탄발전 사업은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기후변화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사업에 대한 금융을 줄여가거나 금지함으로써 금융이 사회문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은행들이 석탄발전사업 투자가 소위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나 이미 도입된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관련 대기배출기준 강화에 따른 추가적인 오염방지시설 설치 등을 고려할 때 투자·운영비용이 증대되어 원리금상황을 하지 못하는 부실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미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석탄발전 사업은 금융기관에 있어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한다는 인식하에 석탄투자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금융제도에서 환경, 사회문제와 같은 이슈들을 금융기관의 재정건전성 악화와 연결시켜 보는 접근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미 세계은행그룹 국제금융공사에서는 환경사회 방침(최근 지속가능성 방침으로 수정)을 도입하면서 모든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환경사회 리스크평가제도를 도입하게 하고 있다. 이를 전세계 92개 금융기관들이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 http://www.equator-principles.com)’로 만들어 도입하고 있다.
한편 바젤위원회에서도 BASEL 510항에 환경리스크를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 산정시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우리나라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위 세칙의 ‘[별표3] 제3장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 제3절 신용위험가중자산의 산출’에 따르면 “은행은 담보로 인정되는 상업용부동산·주거용주택에 대한 세금 등 선순위 발생이 가능한 경우와 환경문제로 인한 부담 등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후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nance Initiative. http://www.unepfi.org)는 2014년 보고서를 발표하여 은행의 환경사회 리스크를 기존 BASEL의 510항 (Pillar 1) 이외에도 Pillar 2의 내부자본적정성평가 및 감독평가절차에 반영하고, Pillar 3에서 관련 정보공개 요건에도 반영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Stability and Sustainability in Banking Reform: Are Environmental Risks Missing in Basel III?, 2014, UNEP Finance Initiative, Institute for Sustainability Leadership of University of Cambridge).
특히 영국중앙은행(Bank of England)에서도 기후변화가 각종 경제주체에 물리적인 피해를 입히면서 자산가치를 하락시키며, 투자의 불확실성을 높여 금융기관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보고서들을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후 2016년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회의에서 녹색금융작업반(영국중앙은행과 중국인민은행이 공동의장)을 발족시켰다. 또한 G20의 금융안정화위원회(FSB: Financial Stability Board)에서 기후변화관련 재무정보공개 작업반(TCFD: 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를 발족시켜 2017년 금융기관과 일반기업들을 위해 기후변화 리스크 관련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관리, 지표·목표 관련 11개 분야 정보공개 제도화 가이드를 발표했다(Recommendations of the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Financial Stability Board, June 2017).
금융안정화위원회의 가이드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모든 금융거래와 관련하여 금융기관 자체의 재무적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특정 대출자의 기후변화 관련 특성을 기반으로 자산가치의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자산가치 변화에 따른 부채상환능력의 변화분으로 계산해야 하며, 이를 다시 은행의 현재와 미래의 재무적 영향으로 분석해야 한다. UNEP Finance Initiative는 2017년부터 Citi, BNP Paribas, UBS, Societe Generale, Barclays, Standard Chartered 등 16개 은행들과 함께 금융안정화위원회의 가이드에 따라 은행의 금융관련 기후변화 리스크 분석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한 올해부터는 보험사 및 투자기관들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UNEP Finance Initiative는 2018년 9월 유엔사무총장과 전세계 15개 은행장들과 함께 ‘지속가능은행원칙(Principles for Sustainable Banking)’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2019년 발표를 목적으로 지속가능은행 온라인 자가평가툴(Sustainability Dashboard)을 개발하고 있다. 이 툴은 개별 은행의 지속가능금융 수준을 거버넌스, 경영, 아웃리치, 상업·투자은행의 위험관리역량과 투자기회 활용 현황을 전세계 금융기관 대비 판단해볼 수 있게 도와준다.
한편 지속가능금융과 관련된 원칙은 ‘지속가능은행원칙’ 외에도 투자와 보험 부문에 제정됐다.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은 10년 전에 도입되어 이미 자산운용규모 62조 달러에 이르는 전세계 1,700 여 개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보험원칙(PSI: Principles for Sustainable Insurance)’도 최근 도입되어 전세계 보험료 20% 및 자산운용규모 14조 달러에 이르는 100 여 개 이상의 보험사, 재보험사, 보험관련 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UNEP Finance Initiative, UN Global Compact, UNCTAD,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가 공동으로 런칭한 ‘지속가능증권거래소(SSE: Sustainable Stok Exchange)‘ 이니셔티브도 현재 뉴욕 NYSE, 런던 LSE, 한국 KRX, 일본 JPX, 상해증권거래소 등 전세계 70 여 개 증권거래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이니셔티브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정보공개 요구, 녹색채권 발행 지원, 책임투자 주가지수 및 지수펀드 촉진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2017년 G7에서는 또 하나의 의미있는 지속가능금융 이니셔티브를 발족시켰다. G7과 UNEP, Corporate Knights는 지속가능금융허브라는 컨셉을 제시하며 G7 국가의 금융허브 도시들의 지속가능금융 현황와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Financial Centres for Sustainability: Reviewing G7 Financial Centres in Mobilizing Green and Sustainable Finance, G7, UNEP and Corporate Knights, 2017).
이 보고서가 발간된 직후 작년 가을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전세계 11개 도시들이 모로코에 모여 지속가능금융허브를 추진하는 국제네트워크 발족에 합의하는 ’카사블랑카 선언서‘를 발표했다. 참여 도시들은 런던, 파리, 밀라노, 룩셈브르크, 카사블랑카는 물론 홍콩, 상하이 등도 참여했다. 올해 4월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카사블랑카 선언서에 따라 ’국제지속가능금융허브네트워크(FC4S: International Network of Financial Centres for Sustainability)’ 창립총회가 개최된다. 현재 서울과 제네바 등도 본 네트워크에 참여하기로 하여 전세계 17개 도시들이 지속가능금융 각축전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네트워크에서는 도시 차원에서 지속가능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가이드, 툴, 벤치마크를 제공하며, 실문경제와 금융연계성을 강화시키고, 전문역량을 강화시키며, 국제 원칙·가이드를 전파할 뿐만 아니라 핀테크 등 금융혁신을 촉발하고, 동시에 금융 도시간 협력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런던과 상하이, 상파울로는 ‘녹색금융이니셔티브(Green Finance Initiative)’를 발족하여 녹색채권을 각 도시 증권거래소에 교차 상장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금융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투자수익 창출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이행하는 과정에는 대규모 투자가 소요된다. 예를 들어 2030년까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전세계 총투자규모는 93조 달러 에 이른다. HSBC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풍력, 태양광,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시설 투자를 위한 5억 유로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고, 폴란드 정부를 위해 7.5억 유로 규모의 녹색 프로젝트 자금조성 지원, 멕시코시티의 저탄소 공항 건설을 위한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CitiGroup도 지속가능금융 확대를 위해 2014년 ‘1천억 달러 환경금융목표($100 Billion Environmental Finance Goal)’를 수립하여 2014~2024년의 10년 동안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지속가능수송, 물의 질과 보전, 클린 테크, 그린 빌딩 분야에 약 110조원 규모의 투자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이미 2014년부터 3년 동안 263억 달러의 환경금융 서비스와 59억 달러의 녹색채권 발행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그 추진 현황을 분야별, 연도별로 나누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지속가능금융은 일반적으로 사회공헌 정도로 치부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나 형식적인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내용은 이미 감독기구들이 금융기관의 재정건전성 평가와 연계해서 다루기 시작하면서 금융기관의 본연의 활동인 리스크 관리상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국제적 동향이 매우 급격히 변하고 있으며, 선택이 아닌 의무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화를 시작했다. 이에 맞춰 첫째, 국제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리더십과 경영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둘째, 환경, 사회, 거버넌스(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관련 리스크 관리 선진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BASEL 510항에 따른 부동산 담보물의 토양오염 관련 모니터링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적도원칙에 맞는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방침과 심사절차서의 도입이 필요하며, 일반 여신, 프로젝트 금융은 물론 모든 금융거래와 관련된 위험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안정화위원회의 가이드에 맞춰 모든 금융거래와 관련된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도 가능하도록 하는 내부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 과정에서 발굴되는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 참여하는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동산 담보 대출과 같은 쉬운 금융 서비스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면서 금융기관의 생존 차원에서도 새로운 수익기회의 창출은 필수이기 때문에 지속가능금융의 강력한 추진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등 투자기회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관련 투자역량을 배양하고 관련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금융기관에 건전하고 장기적인 수익 창출 기회를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본인이 2018년 봄호 DGB경제리뷰에 게재한 글을 일부 편집한 내용입니다.
- 2018년 봄호 DGB경제리뷰 보기: http://www.dgbfg.co.kr/de02.fg
- 지속가능금융 원고 전문 다운받기: http://www.dgbfg.co.kr/rbbsR31.fg?putup_writ_seq=2176&putup_writ_levl_n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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