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ing Abroad

in working-us •  7 years ago 

(막연히 실리콘벨리를 보고싶다는 생각으로 끊었던 티켓, 제 인생은 이 티켓 한장으로 인해 바뀌어버렸습니다…)

참.. 뭐라할까, 사람인생 모를일이에요. 꿈만 꾸던 일이 현실로 닥치기도 하고 또 그런 꿈 안에서 닥치는 이런저런 난관들 때문에 고생도 하고…

American Dream | Silicon Valley

컴퓨터관련 전공을 하는 학생이라면, 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신분이라면 한번씩 꾸는 꿈이 “아메리칸 드림"이죠. 막상 이 시점에 와보니 좋은것도 많지만 고생하는것도 만만찮아서 정말 "드림(dream)"이라는 표현이 어울릴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물론 꿈같은 세상인지 여부를 떠나 미국은 엔지니어들에겐 호기심 가득한, 밟아보고 싶은 땅이긴 하죠.

특히 많은 기술의 발원지가 되는 실리콘벨리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에요. 막연하게 생각했던 그곳을 일단 가 보고 싶다는 생각하나로 5년 전(2010년) 탐방을 갔었죠. 재학중이던 학교의 단기해외탐방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실리콘벨리와 시애틀의 회사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곳에 계시던 엔지니어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왔어요. 당시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한편 생각보다 손에 잡힐듯한 세상에 있구나.. 하는 느낌도 같이 들었었더랬습니다. 지금도 그때 탐방을 같이갔던 친구들과 함께 한 기억은 생생해요.

(2010년 시애틀(..의 옆동네 레드먼드)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탐방하며 촬영했던 기념사진)

How? Who knows?

그래도 여전히 외국으로 일하러 나간다는것은 저한텐 뜬구름잡는 이야기였어요. 그냥 막연히 ‘하고싶다'라는 생각만 들 뿐, 무얼해야 할지도 몰랐죠. 그냥 지금보다 한단계 더 나아가는것에 초점을 잡고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의 해외취업 전략은 "나보다 잘난사람 먼저 해외로 내보내기" 였어요. 어쩌다보니 제가 먼저 밖으로 나가게 되었지만… 원래는 좀 싹수가 보이는 친구들과 열심히 정보를 공유해서 먼저 해외로 보낸다음 그 경험을 전수받는 방향으로 시도하고 있었어요. 다행히 인복이 있는건지 주변에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한국소재 외국계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친구들도 볼 수 있었지요. 그리고 그 친구들이 해외로 나갈날을 기다리고 있었죠. 그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좋은 간접경험이 될 수 있겠지.. 라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어쩌다보니 친구들 사이에선 제가 먼저 나가게 되었네요. 혼자 삽질(?)도 많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특히 이래저래 알게 되었던 미국의 한인개발자 분들께서 인터뷰에 대한 팁이나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도 많이 주셨어요. 정말 적극적으로 장문의 메일을 많이들 적어주시더라고요. 여러모로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Practice makes Perfect

그래도 뭐라할까.. 아직 대한민국에 있는 많은분들에게는 해외취업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 많은 정보들이 공유되지 않고 있었어요. 그나마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유학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노하우도 점점 쌓이고 있었지만, 한국 기업을 다니다가 바로 해외로 취업하는 사례가 적을뿐더러, 그런 커뮤니티 자체가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죠. 외부에서 조언을 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같이 공부하는 사람 없이 사실상 혼자 준비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외롭다..라는 생각도 종종 하곤 했어요. 혼자서 무언가를 준비하는것이 힘든경험이라 그런지 다음에 오는 친구들은 시행착오를 덜 거쳤으면…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합격 이후론 제가 겪었던 경험들을 친구들에게 공유해 주곤 합니다. (그러곤 6개월 후에 싹수가 보이던 다른 친구가 외국기업에 합격을 하더군요…ㄷㄷㄷ)

처음 외국기업을 시도한 후 탈락을 거듭하며 합격통보를 받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기분이 다운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느꼈던 긍정적인 신호는 "내 이력서가 저런 일류 기업들에게도 먹히네?” 였지요. 신기하게 이력서를 내면 최소한 리크루터(우리나라로 비유하면 인사팀의 채용담당자 쯤 됩니다)에게서 연락이 오더라군요. 대부분은 연락을 하고 면접의 기회를 주었지만, 제 이력서를 반려한 기업도 하나 있었어요. 제 이력서와 채용하려는 직업의 요구사항(특정 분야에서의 경험)이 안 맞는다..라는 사유로 반려를 했었지요. 널리 알려져 있는 회사라 그곳의 엔지니어와도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는데, 많이 안타깝네요.

어찌되었던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이런 일류기업의 엔지니어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엔지니어에게는 정말 멋진 경험입니다. 이런 기업들의 기술면접은 엔지니어들이 직접 엔지니어링에 대해 물어보곤 해요. 어려운 질문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려운 문제들을 푸는 과정에서 다양한 질문들을 할 수도 있죠. 채용과정에서 탈락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이러한 기업들에 대해 궁금증에 풀리는것도 있고, 한편으로는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어요.

사실 유학이라는 과정도 없이 해외에 바로 취직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를 안했던 탓인지 준비는 열심히 했지만 예상되는(?) 결과에 마음을 비우고 면접을 보곤 했어요. 어느순간부터는 면접 자체를 즐기는 상황까지 가더군요. 그러다가 어느날 합격통보를 받게 되었네요.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 현실적인 관점에서 실리콘벨리를 바라본 책이었어요. 가는곳이 실리콘벨리는 아니지만 이젠 제가 직접 보러 갈 차례가 되었군요.)

어떤 이유로 면접기회까지 갈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경우 사내추천(referral)없이 지원을 했었고 제 이력서를 보면 (미국기업의 관점에서) 딱히 엄청난 경력이 있지는 않거든요. 유학이나 서울대,포공,카이스트를 나온것도 아니었어요. 다만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인턴경력이 있었고, 국내에서 알아주는 중견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었죠. 외국기업의 리크루터들도 대강 한국의 사정에 대해서는 파악을 하고있는 것 같습니다.

Epilogue

사실 면접을 붙고 난 후 건너가고 정착하기까지 몇가지 난관이 더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아요.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삽질(?) 아닌 삽질을 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넘어가기 까지의 이야기로 줄이기로 할게요.

(그리하여 이렇게 편도행 티켓을 끊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티켓이 없는 항공권을 보니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참고로 이병준님의 블로그에 이주 준비부터 정착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적혀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보실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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