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학부 전공, 탑6 법대 졸업, 성적 상위 25%, 저널 에디터에 미국 시민권 혹은 영주권 보유."
위와 같은 내용을 이력서에 쓸 자신이 없으면 왜 미국 변호사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안타깝게도 저런 이력은 없고, 덕분에 고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물론 꼭 저기에 해당하지 않아도 미국에서 변호사로 성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엄밀히 말해 저런 경력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 그러려면 많은 고민과 노력, 운, 그리고 사전조사가 필요합니다.
먼저,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으면 미국에서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자를 스폰서해주는 로펌이나 기업은 많지 않으며, 그런 곳에는 상대적으로 들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OPT기간이 끝나면 한국으로 귀국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스폰서를 받는다고 해서 영주권이 보장되는 것 역시 아니며, 현 공화당 정권에서는 이민을 반기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남은 스펙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특히, 이민이 목적이라면, 상대적으로 미국인들이 기피하는 이공계열 석박사 과정을 밟는 것이 유리합니다.
학부가 이공계열이라면, 그리고 변리사 업무가 싫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출신학교나 학점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미국의 이공계 기피는 학부에서부터 시작하고, 이공계열을 전공한 사람이 굳이 문과에 속하는 법대로 대학원을 오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현대 대학평가의 원조라 할 수 있는 US News & World Report 랭킹을 중시합니다. 그리고 그런 평가에서 부동의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Yale, Harvard, Stanford와 그 뒤를 이어 top 6를 완성하는 Chicago, Columbia, New York까지가 전국구 명문이며, 비교적 변동이 적은 Top 14까지가 전국구입니다 (https://www.usnews.com/best-graduate-schools/top-law-schools/law-rankings). 나머지는 변동이 잦기 때문에 설사 Top 25에 든다 한들 그 지역의 명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에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살 생각이 아니라면 차라리 살고자 하는 지역의 다른 로스쿨에 지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게다가 학비가 보통 연간 5만불 정도기 때문에, 미국법대 진학에는 엄청난 기회비용이 듭니다. 통상 월세가 1~2천불 사이니 식비, 의료비 및 기타 생활비까지 더하면 검소하게 살더라도 1년에 8만불은 쉽게 쓰게 됩니다. 연간 1억, 3년간 3억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죠. 최고의 로펌이 1년차 변호사에게 18만불 정도의 연봉을 준다고 하지만 그런 로펌이 채용하는 졸업생들의 수는 전체 졸업생의 수에 비해 너무나도 적고, 연봉 4~5만불을 받는 일도 못 찾는 졸업생들이 수두룩하니 랭킹이 낮은 로스쿨로 가는 것은 위험부담이 큽니다.
이러한 위험부담을 무릅쓸 정도로 미국변호사가 되고 싶은가? 졸업 후 취업은 둘째치고 고된 법대생활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로스쿨 진학 전에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돈이 벌고 싶거나, 이민을 가고 싶거나, 그냥 달리 할 일이 없어서 진학을 생각했다면 보다 위험부담이 적고 상대적으로 편한 길도 많으니 가능하면 법대가 아닌 다른 길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