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직접 공장을 운영해 옷을 생산한다고?’ 조립식 주문제작 의류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해브해드(HaveHad)의 이야기를 듣고 만나기 전부터 호기심이 가득했다. 1개, 2개 단위의, 각각 다른 종류의 의류를 주문받아 개별 생산한다는 생각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근시일 내로는 실현될 일 없는 아이디어이며, 실현되더라도 나이키, 아디다스의 전례처럼 대기업의 손에서 이루어지리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미래는 예상보다 일찍, 다른 방향에서 찾아오고 있었다. 해브해드(HaveHad) 이승환 대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고객이 직접 골라 조립한 옷을 주문 생산한다.’ 해브해드의 서비스를 설명하는 건 간단하다. 소재, 디자인을 파츠 별로 나눠서, 고객이 온라인상에서 각각의 파츠를 직접 선택, 조립해 디자인과 소재를 결정하면 해브해드에서 그대로 생산, 배송하는 것이다. 미리 생산하는 것이 아닌, 주문을 받은 후 생산하므로 재고 걱정이 없다.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팔게 되므로 단가 압박을 받을 일도 없다. 한 아이템에서 고객이 직접 소재와 디자인의 디테일을 고르게 되므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 고객의 니즈를 맞출 수 있다. ‘나이키ID’나 ‘마이 아디다스’같은 커스텀 생산 시스템인 셈이다.
말로는 무척 간단하지만, 실현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을 봉제업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해브해드에서 발생하는 오더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수량이 극도로 작고 종류가 많은 오더’인 셈인데, 기존의 봉제공장 입장에서는 돈은 안 되면서 까다롭기 그지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사실 문제는 산적해 있어, 이런 판매방식을 기존의 봉제업계에서 적용하기는 도저히 무리일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승환 대표는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했을까?
- 회사 현황이 궁금합니다.
해브해드의 공장은 현재 동대문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월 매출은 1억 5천 정도이고, 생산팀 12명과 사무직 5명을 두고 있습니다. 워싱을 제외한 모든 공정을 저희가 다 하고 있어서 인원에 비해서는 소량을 생산합니다. 와끼, 단추작업도 저희가 다 하고 직원은 다 월급제로 임금을 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주문을 받고 일주일 동안 만든 후, 일주일 동안 배송하고 있는데, OEM 생산은 전혀 하지 않고 전량을 해브해드 브랜드로 온라인을 통해 판매합니다. 여타 편집숍, 쇼핑몰에도 입점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익이 아주 많이 남지는 않지만, 월 손익분기는 항상 넘기고 있는 상태입니다.
- 맞춤형 주문생산 방식은 어떻게 구상·도입하게 되었습니까?
원래 저희는 쇼핑몰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해서 상품과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옷을 다양하게 입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었죠.
원래 제 전공은 도시설계 쪽입니다. 원래는 그쪽으로 꿈이 커서, 계속 일을 하려고 했는데 건축은 사실 진짜 재능 있는, 천재들의 영역이거든요. 그래서 건축 외에 나머지 분야에 눈을 돌렸습니다. 요즘은 도시설계에 건축 자체 말고도 그 안의 내용물을 어떻게 채우는지의,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을 많이 하잖아요. 서울의 이런저런 거리를 혼자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하루는 명동을 걷고 있었어요. 직장인 거리였는데 사람들이 온통 흑백으로만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우중충하죠. 근데 그 인파 속에 문득 한 명이 무척 새빨간 옷을 입고 걸어가는 걸 발견하자마자, 갑자기 거리 전체에 활기가 생기는 겁니다. 고작 한 명이 다른 옷을 입고 있었을 뿐인데, 그 느낌이 굉장히 강렬했거든요. 아마 그때부터 옷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옷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이 도시를 색칠하는 요소 중 하나니까요. 건물, 식물도 도시에 색을 입히지만, 이 공간에 색을 입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흑백으로,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처음, 의류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다양한 옷을 입도록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품,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스타트업을 만들게 된 겁니다.
2016년도에 창업해서 스파크랩이라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에서 투자를 받았어요. 20~30군데 쇼핑몰에 서비스를 설치했고, 삼성물산, 신세계, 리복 같은 대기업에게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세정그룹과 계약도 했었죠. 덕분에 초기에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사이즈 추천서비스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 쇼핑몰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한을 획득했고, 현금과 상품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옷을 다양하게 입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추천 서비스로 다양한 제품을 추천해줄 수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똑같은 옷들이 너무 겹치고 추천의 결과물이 다양하지도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지 알 수 없었고, 쇼핑몰들에게 물어봐도 시원스러운 대답을 들려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서비스를 하다가, 직접 한번 쇼핑몰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산도 직접 해 보고 본질적인 문제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R&D 차원에서 직접 옷을 생산하게 된 겁니다. 사실 그때는 의류 생산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은 꿈에도 몰랐고, 이렇게 본격적으로 옷을 만들게 될지도 몰랐습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와.... 이제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저런 식으로 주문해서 입을 수 있군요.
나온 배를 커버하는 편안한 옷. 기대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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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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