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환 해브해드(HaveHad) 대표 - "직영 공장에서 커스텀 주문생산 시스템 구현" (2/2)

in zzan •  5 years ago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 현재의 시스템을 갖추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특히 어려웠습니까?

처음 판매에 나설 때에는 직접 공장을 꾸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맞춤 셔츠를 제작하려는데, 기존의 공장에 컨택해서 맡기면 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처음 오더를 맡길 때에는 공장 사장님들과 소통을 하는 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맞춤형으로 옷을 만들면 일단 단가가 안 나오잖아요. 사장님들이 솔직하게 ‘이거 힘든 오더니까, 이 정도 단가를 줘야 해,’라고 말씀하시면 저희가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그냥 할게, 해볼게, 가져와봐.”라고 멋대로 일을 진행하셨어요. 사실 한두 벌 만드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걸 보고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겠구나’ 해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배송해야 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공장에서 말도 안 되는 물건이 나와 있다거나, 갑자기 못하겠다고 하는 일이 많았어요. 작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8개월 동안 공장을 바꾸고, 바꾸고, 바꾸고… 7번 정도는 공장을 바꾼 것 같아요. 저희는 패턴작업 다 하고, 샘플까지 만들어서 주요 커스텀 샘플을 10개, 20개 만들어 갖다 드렸는데, 그래도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기존의 옷은 온갖 것이 다 외주잖아요. 와끼면 와끼사, 단추면 단추사, 바텍이면 바텍사. 온갖 것이 외주죠. 저희도 원래 본봉만 두고 시작했는데, 소량 제조니까 바로 외주 부문에서 사고가 났어요.
400벌 정도를 생산해야 되는데, 맡기던 단추집이 갑자기 망한 거예요. 그쪽 직원들이 대충 물건을 쳐서 왔는데 옷이 다 찢어져서 오더라고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맞춤형 주문제작 의류는 특성상 한두 벌 밖에 생산되지 않아서, 각 단계에서 불량이 나버리면 대체가 불가능합니다. 한번 불량이 제대로 나면 아예 새로 만들어야 되는 사태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러면 고객에게 배송되어야 하는 시간에 늦어져서 일이 한없이 꼬이게 되는 겁니다. 결국, 웬만한 공정은 다 직접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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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접 모든 공정을 해내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일하는 방식조차 아예 새로 만들어야 했던 상황 같습니다. 작업자들도 이에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게 사실이에요. 처음엔 제가 만난 사람들을 변화시키려고 했었지만, 이런 시도들은 번번이 실패하더라고요. 저는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변화하지 않아도 되게 제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저희가 여러 시스템을 만들고 생산라인을 나눠놨지만 선생님들은 기존에 일하던 방식과 똑같이 일하거든요. 일을 분배해주고, 나눠주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에요.
일단 스마트팩토리는 데이터 모으는 게 선행되어야 하는 거거든요. 커스텀 옷을 직접 만들어 보면서, 생산 과정을 다 트래킹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옷을 만들 때 재단 상태에서 이 옷이 어떤 옷인지를 나타내는 정보와 바코드를 다 기입해요. 그리고 그 옷이 생산 진행될 때 바코드를 다 찍어서 재단 완료, 와끼 작업, 외끼 후 작업 등 생산 상황을 하나하나 트래킹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닙니다. 기성세대는 기존의 방식처럼 일할 수 있게 제반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희는 작업에 필요한 원단, 부자재들을 한 비닐봉투에 모두 담아서 선생님들께 분배합니다. 선생님들은 그 봉투 하나만 가지고 작업을 하시면 되니까, 선생님들 입장에서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의류를 직접 생산하면서 여러 모로 느낀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국내 의류 제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장 상황이 전체적으로 불황이니까, 다른 산업군이었다면 5~10인 규모로 파편화되어 있는 봉제공장들이 수직계열화 되거나 합쳐져서, 10, 20군데의 대형 공장으로 통폐합되는 게 보통이라고 봅니다. 근데 그러지 못하는 까닭은 현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소단위의 다양한 물건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덩치를 키워도 한 두 품목밖에 생산하지 못하니까, 통폐합으로 규모를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겁니다.
한편 국내에서 생산한 옷은 결국 해외에 비하면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에게 이 높은 단가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 설득은 결국 제조업자가 할 수밖에 없습니다. 패션기업에게는 항상 해외 생산이라는 선택지가 있죠.
결국 최종소비자와 맞닿아 있어야 경쟁력이 있는 겁니다. 유통업에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가서 브랜딩에 많은 비중을 둡니다. 그러니까 항상 제조업자 대비 협상력이 높죠. 제조업자는 협상력이 낮으니까 단가 낮춰달라는 대로 낮춰줘야 하고… 높아지는 인건비, 공임비에 비해 항상 힘든 겁니다. 제조업자도 이제 최종 소비자에게 닿을 수 있는 브랜딩,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커스텀 의류제조를 시스템화한 플랫폼을 만들고, 소비자를 설득시킬 수 있을 만한 브랜딩, 일관된 생산, 일관된 품질, 일관된 배송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공장을 만들 겁니다.
지금은 한명 한명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예요. 디자이너 브랜드 같은 경우에는 구성원이 1, 2인이고 많아야 3명입니다. 인플루언서가 직접 옷을 판매하는 경우 그런 사람들 또한 이미 브랜드의 하나로 볼 수 있고요.
그런데 신진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브랜드를 창업하려면 최소 몇천만원이 필요합니다. 또 옷이 한 벌 있다고 브랜드는 아닙니다. 적어도 3세트는 필요하죠. 그럼 세트 당 적어도 100벌은 만들어야 기존 시스템 내에서 생산이 가능한데, 필요한 초기 비용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커스텀 생산 시스템을 확대하면, 주문 생산 방식으로 디자이너들의 이 초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니까, 보다 다양한 시도들이 가능해집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옷이 안 팔리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하지 못하고, 유행에 따라서 다 비슷한 옷을 만들거든요. 잘 나가는 브랜드 하나가 서브 브랜드 여러 개 이름만 다르게 해서 많이 내고 옷 디자인 조금씩만 바꿔서 파는 경우도 많고요. 심지어는 쇼핑몰에서 브랜드 하나 잡아서 ‘상단에 띄워줄 테니까 이렇게 만들어’ 이렇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흐름을 바꾸고 싶습니다. 5월부터는 인플루언서와 협력해서, 초기비용으로는 패턴샘플 비용만 들어가고, 수량제한 없이 판매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제조·생산·배송까지는 저희가 하고, 1인 사업자들은 자유롭게 디자인·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생산과 배송은 저희가 다 하는 거죠. 한명의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비용이 훨씬 줄어들고, 인플루언서들은 제품 기획, 컨텐츠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옷, 다양한 컨텐츠가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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