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아버지(송강호)가 말씀하십니다. 그래요, 저(최우식)는 다 계획이 있어요. 시작은 친구(박서준)가 소개해준 고액 과외지요. 동생 기정(박소담)이의 포토샵 솜씨를 빌어 연대생으로 신분을 위조하지만 범죄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는 곧 그 대학에 입학할 거거든요. 꿈이라는 게… 말하는대로 이뤄진다고, 지금은 비록 거짓말일지라도 제가 그렇게 꿈꾸면 그대로 이뤄질 거라는 걸 전 믿어요. 우리 네 가족, 반지하에서 곱등이랑 같이 살지만,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라는 법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 집으로 갑니다. 집사(김정은)의 안내로 들어간 집은 외국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저택이었어요. 긴장되는 마음을 희망으로 숨기고 사모님(조여정)을 만났죠. 영어를 자주 쓰는 그분은 영어공부를 하다가 잠이 든 것 같았어요. 많이 떨렸는데, 순진한 듯한 사모님의 말투에 긴장이 스르르 풀립니다. 그래요, 지금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면접은 성공적이었고, 놀고 있는 동생 기정이를 미술 과외 선생님으로 소개까지 할 수 있게 됐어요. 역시 계획은 중요한 거에요. 인간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여러분.
이렇게 부자집에 침투한 기우를 시작으로, 모두 백수였던 여동생, 아빠, 엄마(장혜진)까지 가족이 단체로 그 집에서 미술 선생님, 운전기사, 가정부로 일하게 됩니다. 물론, 이 사실은 기우네만 아는 비밀. 영화는 선을 넘는 것, 계획과 무계획의 차이는 무엇인가 의문을 갖게 합니다. 분명 범죄를 저지르는 기우네 가족이지만, 이들의 행동을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아슬아슬 선을 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가 선을 넘는 순간, 영화는 희극에서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기우네 가족뿐이 아니죠. 선을 중요시하는 박 사장(이선균)도 그 선을 넘는 순간, 기태(송강호)의 마음에 불을 지르게 됩니다.
“ 보고 나면 웃기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갈래 없이 드는 생각들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영화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
상기 봉준호 감독의 바람처럼,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에 봉준호가 쓰고 배우 최우식이 불러주는 노래 [소주 한 잔]을 듣는 그 순간. 우린 느낍니다. 노래 가사처럼, 내 오른쪽 뺨에도 비가 내리는 느낌. 아, 술잔을 기울이러 가야겠다. 영화에 대한 얘기도 좋고 내가 사는 이 세상 이야기도 좋겠다. 좋은 영화를 봤다는 만족감과 함께, 이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지는 그 마음.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래서, 결국 봉준호 감독의 계획은 성공합니다.
201906 / 김성훈 기자와 함께 마음대로 영화 글쓰기 수업 제출용
• Movie URL : https://www.themoviedb.org/movie/496243?language=ko-KR
• Critic : AAA
★ 저(위나잇 거북이)의 계획은 열심히 행복하게 살면서 성덕이 되는 것. 스스로에게 더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 그 길엔 반드시 선을 넘지 않아야 하고, 계획과 무계획을 적절히 섞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