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잔느 딜망>steemCreated with Sketch.

in akerman •  6 years ago  (edited)

<잔느 딜망>의 정치적 모더니티

샹탈 아케르망(1950~2015)의 영화는 '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제 7의 예술로서 영화는 타예술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매체성을 갖고 있다. 아케르망은 영화를 처음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매체가 가진 장치 효과를 의식했다. 비디오와 설치예술 작업방식을 통해서 새로운 매체의 확장을 시도하거나 영화의 시간성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양식화의 탈출구를 모색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e) 스타일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면서 플롯을 아예 없애거나 제한적으로만 사용한다. 세트. 인물, 대사가 최대한 단순화되는 것이다. 각 쇼트들마다 카메라는 정적으로 한 장소에 머물러 있다. 편집과 색채 역시 절제되었다. 이 영화는 1975년 프랑스 칸느 영화제 감독 주간에서 처음 상영되었으며 국제적으로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페미니스트 영화이론에 공헌한 바가 큰 작품이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인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잔느 딜망>의 마지막 장면은 설치 미술의 비디오 작품으로 전시됐다. 작품 제목은 <살인 후 앉아있는 여 인>이다. 이 영화는 쁠랑 세컹스(롱 테이크)와 루프의 시간성을 통해서 영화의 관습적인 관람방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시도한다. 영화 상영과 다른 상영방식은 영화가 가진 상영시간의 한계를 상기한다.
정치적 모더니티를 나타내기 위해 아케르망은 <잔느 딜망>에서 고전 영화의 내러티브 규칙을 크게 벗어나는 전략을 택한다. 쇼트의 구성과 배열방식으로 시간을 건축하는데 그러한 방식은 놀랍도록 매혹적이다. 이본 마르귈리가 묘사한 대로 유보된 것과 다시 포착된 것들, 다른 한편으로는 긴장에 대한 건조한 강도: 통제의 부재, 강박, 폭발 등이 이 영화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내러티브적 시간구조는 시각적인 방식으로 인식의 차원을 고양시킨다. 이야기는 벨기에 브뤼셀에 사는 잔느(델핀 세리그 Delphine Seyrig분)의 삼일 간의 일상들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열 여섯 살 아들 하나를 둔 평범한 여성주부인 잔느는 남편을 여의고 난 후 혼자 힘으로 가정 경제를 책임진다. 일상적 가사노동 (기상, 난방 켜기, 구두 닦기, 아침식사, 설거지, 카나페 펴기, 설거지, 성매매)은 브레히트식 거리두기로써 하나하나 생경화하기의 방식으로 보여진다. 이 시점의구성은 여성의 신체적 행동을 바라 보는 특이한 방식에서 이전의 관습적인 여성 재현에 대한 거부를 드러낸다.
아케르망은 아스트로서 강렬한 인생을 살다 갔다. 시간의 기록인 자전 영화를 만들었으며 유작 <노 홈 무비>를 통해서 자신과 어머니의 삶의 최후를 기록했다. 모더니즘 작가로서 아케르망이 남긴 업적은 여성영화 뿐 아니라 영화사에서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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