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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현관 문을 열어보니 눈이 이렇게 판석 금 따라 쌓여있네요.
눈 청소를 하려다가 그 예쁘게 쌓인 줄눈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그것만 피해서 깡총깡총 건너다닌 거죠. 문득! 어릴적 기억이 솟아올라왔습니다. 보도블럭의 금을 밟지 않고 가보기! 또 반대로 어느 날은 그 금만 밝고 가보기를 했었던 기억이 있었어요. 밥상머리에서 그 이야길 꺼냈더니 아내도 딸도 다 그 기억이 있다면서 말하더군요. “아빠! 그건 만민공통의 경험 아냐?”
놀랐습니다. 그 특별한 기억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니! 혹시…지금 제 앞에 계신 분도 그런 기억이 있으신가요? 있다고요? 와우!
왜 들 그런 기억을 갖고 있을까요? 그게 뭐라고. 아무 쓸데도 없는 그런 시도를 했던 것일까요?
아!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그런 행위도 어쩌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릴적엔 줄넘기 놀이를 하면서 발의 감각과 정확성을 기르곤 했잖아요? 금을 밟기, 또는 안 밟기도 시각과 발 동작의 정확한 연계훈련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발을 잘못 디디면 큰 일나는 경우도 꽤 있으니까요.
어른이 되고도 넘치는 지금 제 나이에는 그런 놀이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화한 놀이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발은 예로부터 우리 마음 가는 곳을 뜻합니다. 끌린다고 하죠? 발은 나를 끌고 가고 손은 거기서 뭔가 구체적인 일을 합니다. 결국 발과 손은 모두 카르마를 짓는 도구들이지요. 우리는 매일 바른 땅과 줄눈 사이에 살고 있습니다.
상승하기는 늘 어렵지만 굴러떨어지기는 참 쉽더라…는 경험 다들 가지고 계시지요?
공든 탑도 한번에 무너지는 그 아프고도 황당한 체험-다들 가지고 계실 겁니다. 그런 체험들이 정말 없으시다면 지금 여기서 제 이야길 듣고 계실 일도 없겠지요.
지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발을 잘못 디디면 안됩니다. 세상은 여전히 함정투성이고 곳곳이 싱크 홀입니다. 집착하는 순간 함정에 빠지고 추구하는 순간 늪으로 당겨져 들어갑니다.
자랑 좀 했더니 넘어지고 생색 좀 냈더니 굴러 떨어지며 징징거린다고 또 심연으로 자맥질을 하게 됩니다. 금을 안밟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네! 금은 값나가는 금(金)이기도 하고 금한다는 금(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금을 안밟기가 꼭 그렇게 어려운 것만도 아닐지 모릅니다.
우린 어릴 때부터 이미 충분히 연습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