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영기-이재범의 "부동산 투자 사이클"

in book •  6 years ago 

서평요약:
역사적 경기순환과 부동산시장의 dot을 연결하는 요즘 보기 드문 탑다운 방식 접근
탑다운 투자를 위한 역사적 사실을 둘러보기에 좋은책
부동산시장도 공급과 공간 (입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요와 시간 (탑다운)도 중요

유명 블로거이신 #봄날의곰 님과 #핑크팬더 님이 공동 저자이며, #트루카피 님이 감수한 책입니다. 말씀드린대로 저는 신작은 나중에 살펴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목에서 이미 탑다운 방식으로 접근할 것을 암시했고 제 관심법에 의해 제가 스스로 홀리듯 이끌렸습니다.

일반적으로 탑다운 방식의 서적을 효과적으로 습득하려면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금융사와 경제사에 기본 지식이 있으면 이런 책은 술술 읽힙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신 분들에게 이런 책은 그야말로 외계어로 보이고 잠 안올때 읽는 책이 되지요. 중간 영역이 없는게 특징입니다.

과감하게 먼저 화두를 던집니다. 모두가 부동산 시장의 공급만 얘기하는데, 그럼 수요는 안 중요하다는 것인가? 한국 강남 아파트와 뉴욕 주택가격이 동반 등락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부동산은 정말 금융위기에도 안전한 자산이라 얘기할 수 있는가? 강남아파트를 아직도 과열이라 생각하는가?

모두 제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입니다. 제가 시나리오 투자법과 증시12국면을 나름대로 정의해 본 이유도 시중에 적절한 교과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책의 핵심에 조금 살을 붙이면 이렇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5대 자산의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 수요는 금리의 방향성으로 표현된 유동성에서 나온다. 공간적 가치 (입지와 상품성, 재무적 내재가치, 신흥국/선진국)가 중요한만큼 시간적 가치 (경기 순환, 업종 유행, 통계적 기술적 위치, 투자 심리)도 중요하다.

모두 다 중요하다고 하면 정작 중요한 것이 없지요. 위에서 언급한 여러 변수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우선 순위가 정해져야 합니다. 1년 365일 내내 저 모든 명제들이 모두 중요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때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이 바뀝니다.

사실 이는 탑다운과 바틈업의 오래된 논쟁과 그 궤를 같이 합니다. 입지와 공급을 중시하는 바틈업 투자자는 부동산도 마찬가지로 물건의 내재가치와 유행이 맞으면 경기 순환과 무관하게 중장기 상승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수급을 모두 보고 경기 순환을 중시하는 탑다운 투자자는 부동산도 이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둘 다 맞습니다. 한국인은 정답이 하나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답은 여러 개가 있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둘 다 맞지만 이걸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수익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 목소리 모두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유동성은 부채 또는 구매력으로 정의합니다. 통화승수로 지급 준비금 외 파생상품처럼 유동성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얘기고.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민간신용이 늘어나 유동성 커지면 항상 위기가 왔다고 경고합니다. 정말 중요한 얘기인데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 중요성이 별로 논의되지 않았던 화두 입니다. 주택 공급이 전부가 아니라 금융과 연계된 수요도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주택 가격 대비 임대수익률이 떨어지면 버블이라는 통찰도 설명합니다. 임대수익률이 폭락하면 주택가격이 천정일 가능성이 크고, 임대수익률이 폭등하면 주택가격이 바닥일 가능성이 큽니다. 같이 움직이면 추세가 유지되고 반대로 움직이면 추세 전환 신호라는 얘기입니다. 부동산 투자자는 임대수익이 올라가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주택 공급에 투자합니다. 그러나 주택 공급은 주택가격 하락을 유발합니다.

실제 일본은 1991년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10년간 임대수익률이 상승하였습니다. 10년간 주택가격은 폭락했지만 실수요는 꾸준했다는 얘기입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하향 안정국가로 유명한 독일도 1980년대부터 임대수익률이 상승하였습니다. 반면 2010년대 들어 독일과 일본은 임대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책은 비핵심대출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선보입니다.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캐리트레이드, 핫머니, 또는 싱가폴 홍콩 런던 뉴욕 등과 진행하는 NDF 역외선물환거래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제가 맨날 수급에서 떠드는 외국인을 얘기합니다. 아무튼 국내 은행이 아닌 곳에서 받는 대출을 의미하며 그림자금융을 포함합니다. 금융위기 발생시 가장 빨리 국외로 유출되는 특징을 가집니다.

비핵심대출은 외화차입과 도매금융차입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외화차입의 예는 KB국민은행이 미국 시티은행에서 대출 받을 때, 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 이후 한때 유행했던 의사 변호사들의 엔화대출 등 입니다. 반면 도매금융차입은 개인들이 예치한 MMF, RP 등 단기 자금을 기업 금융 형태로 장기 대출 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험사 연기금 외국기관 등이 대상입니다.

비핵심대출은 단기자금을 장기대출로 변환한다는 점에서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8년 파산한 리먼브라더스는 1~7일짜리 초단기자금을 모집해 1~10년 장기대출을 진행했다가 부실 속도가 너무 빨라 수습을 못하고 부도난 것입니다. 이러한 비핵심대출은 마셜플랜으로 유럽으로 유입된 달러와 1950년대말 런던의 유로달러 시장에서 출발해 1960년대 급성장한 유로커런시 (= 자국통화가 타국의 통화로 타국 은행에 예치되는 것) 시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대우그룹도 유로커런시 시장에서 자금조달 받았다 몰락한 바 있습니다.

1970년대 오일달러 등 넘쳐나는 유동성에 기반하여 미국도 비핵심대출 시장에 뛰어듭니다. 1970~1982년 미국이 중남미에 집중 대출한 자금은 1980년대초 미국이 고금리 정책으로 달러가 미국으로 회귀하자 중남미 외환위기로 귀결됩니다. 이를 통해 바젤1이 탄생하며 이는 일본의 버블 붕괴에 일조합니다. 2000년대 연준이 저금리 장기국채를 통해 전세계로부터 조달한 달러를 월가의 뱅커들이 다시 전세계에 고금리 단기대출 형태로 살포합니다. 바젤2가 출범되었으나 역시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버블 붕괴에 마찬가지로 일조합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캐리 자금은 일시에 복귀하기 때문입니다.

저금리 장기국채와 비핵심대출을 통해 미국 달러가 전세계로 팽창하고 다시 축소하는 과정을 통해, 주식 뿐만 아니라 부동산 역시 등락이 동조화 됩니다. 1980년대,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중반까지 전 세계 부동산은 동조화 됩니다. 따라서 강남 아파트와 뉴욕 주택은 비슷한 추세를 보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유럽, 일본, 독일, 미국 등의 금융 역사를 설명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한 얘기는 팩트를 상당히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더 언급하겠습니다. 한국의 주택가격이 전 세계 기준으로 별로 오르지 않았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않습니다. 상승률이나 PIR 등의 데이터가 얘기해 주는데도 믿지를 않습니다. 이 책에서 강남아파트는 1990년 39%과 2002년 35% 빼면 버블 수준으로 급등한 적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약한 상승은 2001년 22%, 2006년 28% 단 두 번에 불과하고 그 외 10% 이상 상승한 적이 없습니다.

반면 일본은 1983년 토지가격 100이 1987년 170, 1991년 265으로 급등합니다. 8년에 걸친 상승이지만 세 자리수인 365% 급등으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기업 주도의 버블이었기에 도쿄의 상업용 건물은 1990년 422 즉 522%까지 초급등을 기록합니다. 비교 대상이 아니지요.

이 책은 한국 부동산이 과열이 아님을 주택 공급 측면에서 또 설명합니다. 미국 인구는 3억명, 일본은 1.2억명, 한국은 0.5억명 입니다. 그러나 주택 공급은 3국이 비슷비슷 했다고 합니다. 땅덩이로 비교하면 그 상대적 격차는 더 벌어지겠지요. 그만큼 한국은 주택 공급을 열심히 했으며 주택 안정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한국이 아직 신흥국 후반기 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택 공급이 많았을 것입니다.

미국은 리파이낸싱을 통해 집을 담보로 마이너스 통장을 주는데 한국의 전세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2000년 초반에 미국은 부동산 담보의 2배까지 대출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금융위기 조짐이 보이면 LTV, DTI, 대출총량제한 등을 통해 철저히 규제했습니다. 특히 2015~2017년에 한국은 미국보다 주택을 무려 2배 공급합니다. 게다가 LTV, DTI 등으로 유동성까지 조절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한국의 부동산 과열 수준은 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과거를 살펴보면 노태우 정부는 전체 주택의 30%에 해당하는 2백만호 주택공급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러나 이 뿐만 아니라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를 강제 매각하게 하여 (나중에 헌법불합치 판정은 받았지만) 일본같은 기업 주도의 부동산 버블을 원천 봉쇄한 공도 있습니다. 공급와 규제를 모두 적절히 사용하였습니다. 군사독재 시절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규제가 쉬웠겠지요.

김대중 정부는 IMF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해결하고자 개인 대출을 용이하게 만들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합니다. 한국에서 전세가 발달한 이유는 과거에 은행이 기업 대출에 집중하고 개인에게 대출을 거의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00~2006년 부동산폭등은 이런 소비자 금융으로 유동성이 전례없이 증가하였고, IMF 위기로 건설사들의 줄도산으로 인해 주택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었으니 폭등은 불보듯 뻔하죠. 게다가 1995~2008년 미국 달러가 전세계에 살포되며 유동성이 더 증가한 원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부동산 버블을 미리 감지하지 않았을까 판단됩니다. 여론 악화를 감수하면서 일찌감치 2003년부터 LTV DTI를 강하게 실시합니다. (지금과 비슷) 그러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조선 철강 등 중국자본재 버블과 자동차 호황으로 달러 유입이 급증합니다. 유동성이 과해지자 추가로 가계대출총량제를 실시하며 여론 악화는 극에 달합니다. (앞으로 그렇게 될 전망)

이 책에서 이명박 정부는 별로 언급이 없었는데요, 한가지만 들면 4대강으로 지방 부동산을 부양한 부효과는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집권하면서 손쉬운 부동산 부양책 카드를 또 꺼내듭니다. LTV DTI 규제 완화, 서울-수도권을 위한 안심전환대출, 토지공급제한, 소형주택공급중단, LH 부실 구조조정, 재건축 재개발 장려책 등이 있습니다. 건설-부동산을 통한 부양책은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위험한 정책으로 꼭 필요할때 모르핀처럼 조금만 사용해야 하는 극약처방입니다. 지금 서울-수도권 부동산 과열은 당시 뿌려진 씨앗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노무현 시즌2라며 비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암튼.

탑다운 기반으로 순환의 역사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으시려는 투자자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이야기꾼
201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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