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인 출판사에서 내가 속한 team은 네 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넷이란 참 안정적인 숫자고 둘씩 짝을 지으면 딱 떨어진다. 그러나 우리의 짝대기는 중구난방이었고 그마저도 낮과 밤으로 나뉘었다. 알고 보니 우리 팀은 격렬한 권력투쟁 끝에 탄생되어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알고 보니 우리 팀엔 원래 팀장이 됐어야 했던 뛰어난 선배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학력이 좀 떨어지는 여자였고, 경영진은 경력은 그녀보다 낮지만 학력이 더 높은 남자를 팀장으로 지명했다. 그녀는 당연히 우리 회사를 박차고 나갔고 후에 다른 회사에서 크게 성공했다. 여기까지는 당시(요즘도?) 어느 회사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story다.
문제는 그녀의 절친이 아직 우리 팀에서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작고 동그란 얼굴의, 나의 직속 상사. 그녀는 남자 팀장보다 경력이 높지는 않았지만 사이가 좋을 순 없었다. 그리고 그 갈등은 낮과 밤의 지휘 체계 쪼개기로 드러났다. 혹은 그렇게 갈라쳐서 갈등을 막아놓은 상태였다.
낮에 우리 팀은 면접 때 보았던 편집장과 남자 팀장을 중심으로 조용히, 매끄럽게 돌아갔다. 그러고 나서 저녁이 되면, 작고 동그란 얼굴의 여자 선배는 담배를 피워 물었고, 저물어가는 햇살을 등 뒤에서 받으며 웬 아저씨 하나가 성큼성큼 우리 사무실로 쳐들어왔다. 그리고 우리에게 요즘 최신 출판 동향을 아느냐고, 어제 시켜놓은 일은 다 했느냐고 소리를 쳐댔다. 그는 밤의 편집장이었다.
그 꼴이 보기 싫어서인지 남자 팀장은 바로 퇴근을 하고 나머지 팀원들은 밤의 편집장과 밤의 팀장(작고 동그란 얼굴)의 지휘 아래 야간 업무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게 지시에 따르던 나는, 얼마 후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고 짜증이 났다.
사실 내용적 정당성은 밤의 편집장에게 있었다. 그는 우리가 내는 책들의 내용을 장악하고 있었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vision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객원 편집인이었고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권한은 애매했는데도 폭압적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의 작고 동그란 상여자 선배는 다른 상사들은 무시하고 밤의 편집장의 지시를 따르며 나와 다른 팀원에게도 야근을 요구했다. 자기는 다른 상사들을 무시하며 맨날 지각을 하고 오후가 돼야 출근했지만, 말단 사원인 팀원 둘은 지각도 할 수 없어 낮이며, 밤이며 계속 근무를 이어갔다.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낮의 편집장과 낮의 남자 팀장은 밤의 편집장을 증오하면서도 그의 횡포를 방치하고 늘 일찍 퇴근해 버렸다. 그래야 잡지가 발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낮에는 단행본이 만들어졌고, 밤에는 잡지가 만들어졌다. 중간에 낀, 나를 포함한 팀원 둘만 죽어났다. 나는 호기롭게 생각했다. ‘뭐 이딴 회사가 있어?’
난생 처음 본 첫 입사 면접에서 떡하니 붙었으니, 자신감이 넘쳤다. 나는 출판사를 3개월 만에 그만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