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illennial rookie in book publisher

in bookpublishe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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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을 소개해준 건 여동생의 남자친구였다.

아무 생각없이 대학원에서 프랑스 사회학자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던 나에게, 해당 사회학자의 책을 낸 출판사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소식을 전해준 이는 나의 여동생의 남자친구였다. 녀석은 공대생이었지만, liberal 운동권이어서 그런지 나와 mutual friends가 많았고 대학원 친구들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던 나의 논문 주제(Jean Baudrillard)에 대해서도 꽤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단한 녀석이었다. 지금은 동생과 헤어졌지만 아직도 나랑 친구로 지낸다. 여전히 programmer로 일하며 홍대에서 공동체적 술집까지 운영하고 있다.

첫 직장을 여동생의 남자친구에게 소개받다니, 흔한 일인지 모르겠다. 출판사 치고는 큰 곳이었지만 직원이 50명도 안 되는 소규모 회사였고 월급이 적다보니 이직자가 많아 자주 알음알음으로 구인을 하던 곳이었다.

간단한 서류를 낸 후 면접날, 나와 같이 면접을 본 네 명의 지원자가 아직도 기억난다. 한 명은 세련된 차림의 엄청난 미녀였고 매우 똑똑해 보였다. 그리고 출판의 현실에 대해 좀 비판적인 발언을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으나 면접관이던 남자 편집장과의 사이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편집장은 "우린 그냥 차나 마시는 거고, 진짜 면접은 사장이 할 거니까, 편하게 있어요" 하면서 가벼운 척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도 처음이었던 거다. 우리도 가벼운 척 대답을 해주었다. 나는 무엇보다 처음 출판사 면접을 보는 게 신기해서 질문을 많이 던졌고 능숙한 척 애를 쓰는 편집장도 귀엽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합격이 되어 배치 받은 팀에 가보니, 동생의 남자친구에게 구인을 의뢰한 분이 나의 직속 선배(이른바 사수)였다. 내 옆자리의 그녀는 부스스한 긴 머리를 질끈 묶고 DOS 컴퓨터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화면을 바라보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당시는 바야흐로 1999년. 새천년을 1년 남기고 있는 윈도우 컴퓨터의 시대였는데, 사무실 컴퓨터에는 이른바 M이 깔려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 거다.

내가 DOS와 M의 화면을 멀거니 바라보며 첫날부터 취직을 후회하고 있는데 어느덧 퇴근 시간인 여섯 시가 되었다. 나의 상사는 갑자기 회전의자를 빙글 돌리며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작고 동그란 얼굴에 빙그레 웃음을 띠었다. 퇴근 시간 이후 야근을 할 때는 실내에서 담배를 필 수 있다는 거였다. 마치 그 시간을 위해 출근을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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