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2월12일, 두 개의 북토크

in booktalk •  6 years ago  (edited)

10월29일 저녁.

성균관대 앞 풀무질 서점에 갔다.

<<1968년 2월12일>>을 놓고 소박한 북토크를 했다. 

문체부의 지원을 받는 행사인데, 첫회라고 했다.


풀무질 서점은 서울에 딱 두개 남은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중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이라고 한다.

80년대 내가 다니던 대학 근처에도 사회과학 서점이 있었다.

이름은 '글사랑'이었다.

서점을 지키던 아주머니 얼굴도 또렷이 생각난다.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초반이었다.

남편 분이 사장이었는데, 

이념서적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가끔 경찰에 잡혀가 구류를 살고 온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당시엔 책을 사고 계산을 치르면, 책 표지를 일일이 포장해줬다.

생각난 김에 베란다에 있는 옛날 책 서가를 뒤졌더니 딱 한권 '글사랑' 포장지로 싼 책이 있다.

그때는 교과서 표지도 포장해 다닐 때였다.

불온서적으로 몰리던 사회과학 책은 더더욱 포장을 할 필요가 있었을 거다.


풀무질 서점 입구다.

지하 1층이다.

예전엔 1층과 2층을 함께 썼다고 한다.

지하 1층은 사회과학 서점 뿐 아니라 전체 서점의 퇴락을 상징하는 한 단면이다.

내 고향 원주에서 가장 큰 서점은 동아서관이었다.

시내 중심가인 중앙로에 있었다.

1층에서 늘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고, 손님들로 북적였다.

몇년 전 원주에 들러, 동아서관을 찾아갔더니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다른 데로 옮겼나 해서, 지나가던 분에게 동아서관이 딴 데로 갔냐고 물었더니 같은 곳을 가리켰다.

아, 같은 건물 지하1층이었다.

풀무질 서점 내부 전경이다.

시간이 없어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다.

서점 안에 있는 사랑방이다.

6명이 모였다.

처음 연락을 한 사람은 김요섭 문학평론가였다.

성대 국문과 박사과정이라고 한다.

위 사진 오른쪽 맨 위의 인물이다.

김요섭 평론가가 사회를 보고, 내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양한 글쓰기 방식이 인상적이다"라는 말을 꺼낸 뒤, 

베트남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고,

책에 관해 이런저런 질문들을 했다. 다른 사람들도 돌아가며 이야기를 했다.

김요섭 평론가는 지난 4월 시민평화법정 때 이 책에 관해서 알았다고 했다.

내가 시민평화법정 첫날인 4월21일 증언자로 나섰고, 이 책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주제도 제노사이드 문학이라고 한다. 

대화를 하면서 그가 몇몇 책을 예를 들었는데, 

권헌익 선생의 <<또 하나의 냉전>>은 나중에 읽어봐야겠다고 기억해뒀다.


아래 사진 오른쪽서 두번째 인물은 은종복 풀무질 서점 대표다.

1993년부터 이 서점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풀무질이 처음 생긴 것은 1985년이다.

내가 대학 1학년 때다.



3일 뒤인 11월1일엔  서강대 김대건관 501호에 갔다.

이런 행사가 별로 없는데, 공교롭게도 한 주에 두 번이었다.

'연꽃아래'에서 초청했다. 

'연꽃아래'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학살에 대한 사과운동에 관심을 지닌 대학 커뮤니티다.

강의실은 엄청 컸다.

200명이 들어갈 수 있다.

작은 강의실이 없었단다.

모인 사람은 20명 남짓.


아래 사진은 연꽃아래 신민주 대표.

여기서의 연꽃이란 하미마을 민간인학살 피해자 위령비 비문에 덮힌 연꽃을 가리킨다.

위령비 비문을 문제삼은 한국정부와 한국 참전군인 단체가 비문 삭제를 요구하자

하미 마을 주민들은 비문을 연꽃으로 덮어두었다.

이 위령비는 2000년 한국 월남참전전우복지회가 돈을 댔던 것인데, 말썽 투성이다.

연꽃아래는 연꽃아래 비문을 복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아무튼...



아래는 강의 피피티 첫 장이다.


제목은 주최쪽이 지었다.

이 표지는 지난해 충북민예총에서 강의할 때 처음 만든 것이다.

세 명이 책을 들고 있다.

한 명은 퐁니마을에 처음 들어간 한국군 소대장 최영언

또 한 명은 퐁니마을 생존자 응우옌티탄

마지막 한 명은 퐁넛 마을에서 베트콩 활동을 한  쩐반남.


강의는 버벅거렸다.

뭔 말을 했는지도 기억 안 남.

책을 쓴 이유는 학살을 폭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왜 학살이 일어났는지 역사적 맥락을 보여주려는 뭐 그렇고그런.

전쟁과 전쟁, 사건과 사건은 연관돼 있고 뭐 어쩌구.


강의 듣는 학생 중엔 2000년생이.

고3인 딸과 같은 나이.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셈이다.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태어난 내가 30대가 되어 <한겨레21>에 베트남전 기사를 쓸때

참전군인 아저씨들로부터 "내가 전쟁할 때 기저귀 차던 놈"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내가 베트남전 기사를 쓸 때 기저귀 차던 아기들이 대학생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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