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못한다! | 2014년 국민투표법 ‘위헌’결정,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in constitution-poll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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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 및 ‘헌법개정안’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거나 부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절차를 규정한 법률이 「국민투표법」이다.

6월 지방선거 때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는 이 법의 절차를 따라야 하는데, 헌법재판소가 이 법의 일부 조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음에도 국회가 아직 개정하지 않아 법의 효력이 없어져 버려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헌재가 이 결정을 한때는 2014년 7월이었다. 3년 반 동안 국회가 개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문제가 잠복하고 있음에도 잊어버린 것인지, 헌재 결정을 무시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헌법불합치 결정도 위헌 결정이다.

문제가 된 조항은 제14조제1항으로 ‘국내 거소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은 투표를 할 수 없게 되어있는 내용이 위헌이 된 것이다.

[국민투표법 제14조제1항 : 국민투표를 실시할 때에는 그때마다 구청장·시장·읍장·면장은 국민투표일공고일 현재로 그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투표권자 및 재외국민으로서 국내거소신고가 되어 있는 투표권자를 투표구별로 조사하여 국민투표일공고일로부터 5일 이내에 투표인명부를 작성하여야 한다.]

[헌재 헌법불합치결정 이유 요지 : 헌법 제72조의 중요정책 국민투표와 헌법 제130조의 헌법개정안 국민투표는 대의기관인 국회와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대한 국민의 승인절차에 해당한다. 대의기관의 선출주체가 곧 대의기관의 의사결정에 대한 승인주체가 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재외선거인은 대의기관을 선출할 권리가 있는 국민으로서 대의기관의 의사결정에 대해 승인할 권리가 있으므로, 국민투표권자에는 재외선거인이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국민투표는 선거와 달리 국민이 직접 국가의 정치에 참여하는 절차이므로, 국민투표권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인정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이처럼 국민의 본질적 지위에서 도출되는 국민투표권을 추상적 위험 내지 선거기술상의 사유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참정권을 사실상 박탈한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국민투표법조항은 재외선거인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 (2014.7.24. 2009헌마256, 2010헌마394(병합))]

다만, 위헌 결정을 하게 되면 그 결정을 하는 순간 바로 그 조항이 효력을 잃게 되어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 헌법불합치 결정이다. 2014년 당시 헌재는 2015년 12월 31일까지 계속 효력이 있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즉 헌재가 유효하다고 한 기간이 지나면 위 조항은 당연히 위헌으로서 효력이 상실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2016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헌법상 국민의 권리인 국민투표권을 실행할 근거법률이 ‘없는’ 상태로 있었다.(물론 법률 전체가 무효로 되지 않았지만 투표권자의 범위가 무효가 되어 투표인명부작성을 못하므로 실제로 이 법은 시행되지 못하기에 ‘없는’이라 표현했다.)

중앙선관위가 “6·13 지방선거 때 헌법 개정 관련 국민투표를 하려면 현행 국민투표법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는 ‘당연한’ 유권해석을 내놓자 정치권은 부랴부랴 고치느니 못 고치느니 갑론을박하고 있다.

이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 헌법개정은 공약이기도 하고 또 대통령이 금년 3월까지 국회가 개정안을 내어줄 것을 요청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헌법개정은 문재인뿐만 아니라 홍준표, 안철수 후보도 공약으로 내놓았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야당이 법개정에 협조해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6월 개헌을 하느냐 마느냐와는 무관한 일이다. 헌재가 시한을 주고 고치라고 한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고, 헌법상 보장된 국민투표권이 법률의 불비로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되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당은 ‘6월 개헌 불가’를 관철시키기 위해 ‘껀수’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헌재가 국회에 개정하라고 내놓은 시한을 넘긴지 2년이 지나고도 개정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고, 최소 2년간 세비를 반납해야 할 것이다. 아니 모두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하리라.

필자는, 도대체 정당의 법무참모들이나 정부가 헌재 결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누구 하나는 이 문제를 들고 나왔을 법 한데 왜 여태껏 방치했는지 도통 납득이 안 된다.

헌재 결정을 무시한 것인가?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헌법에 관한 최고이자 최종 의사결정기관이 내린 결론을 무시하고서야 무슨 국회가 존립할 이유가 있는가!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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