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2화 - 현실

in fiction •  7 years ago  (edited)

"왔어?
음.. 15분 정도 걸린걸 보아하니 뛰어왔구나?"

"뭐 운동 삼아.
쉬는 날인데 잘 지냈어? 하루 종일 혼자 있다가 너 보니 반갑긴 하네."

"선수들만 괴롭히지만 않으면 나야 뭐 최고의 휴식이지.."

푹 쉰 의 정훈이의 얼굴은 확실히 편해 보였다.
그는 구단 소속 트레이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나를 특히 더 잘 챙겨주었다.
훈이 덕에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짜왔고,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구속도 고교 졸업 보다 10키로 정도 빨라졌고, 몸의 근육 량, 근육의 질도 매년 좋아졌다.

"내가 너 먹으라고 닭 가슴살 요리로 주문했어. 생맥주 500cc 두 잔이랑.괜찮지?"

"닭 가슴살 정도는 먹을 수 있겠네. 맥주는 항상 그랬듯이 니가 두잔 마시면 되고."

"정말 술을 단 한잔도 안 먹은 거야? 프로 입단하고? 그거 사실이라고 믿으면 되는거지?"

"응.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면서도..재미가 없어. 오로지 야구냐 아직도?"

"불행히도 아직 그래."

"뭐 우리 둘이 대화하다 보면 또 야구얘기로 흘러가는군. 불러놓고 좀 미안한데."

"미안할 거 없어. 그게 현실인데 머.
우리 둘 다 같은 직종에서 일을하니까. 어쩔 수 없지. 다른 얘기 할 것 도 없고 ."

"근데 요즘은 어때?

"뭐가?"

"몸 상태 말고 마음 말이야. 정말 몸은 대단하다고. 군살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매년 더 좋아지는 게 느껴져. 기계를 써서 굳이 수치를 측정할 필요도 없지.
내 눈에는 그게 다 보이고, 니가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포스가 느껴진단 말이야.. "

"그래도 베테랑 트레이너라고 느낌이 살아있나보네.그러다 틀리면 너도 은퇴해야 하는 거야?
흠..근데 어쨌든 말이야.. 정말 그래.. 매년 좋아지고 있어. 느낌이 너무 좋아.
특히 올해는 그 성과가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거 같아.
중독인 거 같아. 수련하고 단련하는 거.
온 힘을 공에 실어 보낼 때 느낌은 작년과는 또 틀리게 뭔가 묵직해.
어쨌든 또 희망을 가지게 되었어. 불행히도."

"나도 잘 알지. 누구보다 더 잘 알지. 발전되어가는니 모습도 다 기억하고 있어.
사실 트레이너 하면서 뭔가 뿌듯했지.
특히 독하게 몸 만들었고, 당연히 다른 선수들보다 성장하는 속도며 성과가 좋았어.
근데 있잖아..."

연거푸 술을 마시는 정훈이의 모습이 또 낯설게 느껴진다. 뭔가 할말이 있어 보이기도.
자구 뜸을 들이고 갑자기 행복했다는 오글거리는 말도 참 낯설기도 했다.

"무슨 할 말 있는 거지?"
오래된 사이일 수록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수 있어서 좋다. 서로 감추어야 할 것도 없다.

"그래.. 실은 해줄 말이 있어.
오늘 저녁에 구단 프런트 쪽 사람들과 저녁약속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최 고참 트레이너이기도 하고
올스타 전 이후 하반기 플랜에 내 의견도 필요했나 봐.
여러 선수들에 대해 질문을 하더라?
특히 올해 들어온 신인 투수들. 근데 너에 대해서도."

"뭐 특별할 것은 없지 않어? 매주 감독한테 보고도 될 거고, 나도 뭐 특별히 달라질 건
없지. 그저 결과가 없을 뿐이니까."

"그래 그렇지. 내가 너 몸 상태가 올해 가장 좋다고 얘기를 했거든.
뭐 사실이기도 하고. 그런데 말이야 뭔가 프런트 쪽이 심상치 않은 거 같아.

"응?"

"아마도..두 번 정도 너에게 기회를 줄 거 같아."

"1군 콜 업인가? 시기는?"

"올스타 브레이크 후 바로. 첫 경기일 거 같아. 그 다음 로테이션까지.”

"나름 고급정보를 듣고 왔군. 고마워."

"그런데..더 중요한 얘기가 있어."

"응? 오늘따라 너무 뜸 들이는 거 아냐? 얘기해도 되. 뭐 괜찮아 난"

"그 기회가.. 마지막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그걸 놓치면..안 그럴 꺼라 믿지만..
방출이 거의 확정적이야. 프런트에 김과장 알지? 거의 확실한 소스야.."

"아직 방출 안 한 것만해도 감사할 따름이지.. 괜찮아.."

진짜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 사실 뭐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보여준 게 없으니. 그런데..정말 그렇다고 해도 안 좋은 소식을 예상했다고 해도,
실제로 듣는 것은 고통스럽다.

초등학생일때 입단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살던 구에서 가장 유명한 리틀야구단이었다.
하필 그날 배탈이 났는데, 서있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테스트를 받았다.
떨어질 걸 알면서도.
당연히 실수투성이였고, 입단하지 못할 것임을 확신했다.
이틀 뒤 전화로 결과를 통보 받았다.
당연한 결과이긴 했지만, 어린 마음에 하루 종일 울었다.
예상된 좋지 않은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은 항상 처참하다.

현실은 점점 더 나를 옭매고 있다.


강심장 1화 보러가기 https://steemit.com/fiction/@kyungduc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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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잘 모르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건 알겠네요. 마지막이라서 슬플까요, 기회가 있어서 기쁠까요?

네 조언 감사드립니다 bree님!^^
글쎄요..기회마저 얻지 못한 야구선수들도 많으니까요.. 기회가 주어진 건 감사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