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평] <플로리다 프로젝트>

무니의 성장동화 – 알을 깨고 나오기

헬리와 딸 무니는 플로리다 디즈니랜드 근처 모텔에서 산다. 도매점에서 산 향수를 디즈니랜드에 온 관광객들에게 접근해서 팔던 핼리는 경찰의 단속으로 은밀히 자신의 성을 팔기에 이른다. 심지어 그는 매춘 고객의 티켓을 훔쳐 헐값에 팔아 넘겨 쉽게 돈을 번다. 그는 자신과 아이를 위해 돈을 저축하지 않는다.
모녀가 사는 모텔안에서의 시간은 바깥세상과 달리 흐른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동결되어 있다. 무니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모텔 안밖에서 즐겁게 뛰어 놀지만 자유로울 수가 없다. 모텔 마당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여줄 때 깊이감 없는 공간은 그러한 이면을 비춘다.
핼리와 무니의 몸짓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보여준다. 핼리와 무니의 몸짓은 단순한 제스처 대신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나타낸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소외당한 두 인물들의 시간을 보여준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거침없이 행동하기, 죄책감 갖지 않기는 신체의 행동에서 일탈성으로 드러난다. 핼리의 무지개 색 티셔츠, 푸르스름한 머리 색깔은 사회적 규율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그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절도, 매춘은 영화에서 행동으로 매번 직접1적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대신 수퍼마켓에서 아이들과 물건을 훔치는 결정적인 범죄로 드러낸다. 마르고 가느다란 핼리의 체형은 모성 대신, 아이 같은 신체다. 민소매 티셔츠와 캐주얼 바지 차림, 가슴의 장미 문신은 아이같은 그의 정체성과 함께 그가 살아가는 이질적인 방식들을 드러낸다. 향수를 팔 때나 아이와 놀 때, 매춘일을 할 때에도 항상 같은 외양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경제적인 지불 능력도 돈에 대한 감각도 없고 그런 그의 삶에는 아무 변화도 기대할 수가 없다. 정체된 삶 속에서 그가 수시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워서 상대를 욕하는 태도에서 일종의 절망감을 나타낸다. 그것은 온전한 저항이 아닌 자포자기나 다름없는 절망인 것이다. 그 태도는 아무 희망도 없는 듯하다. 핼리의 몸짓이 나타내는절망스러운 상태는그가 무기력에 갇혀 있는 인물임을 말해준다. 그가 애써 무시하려는 것은 어른되기다. 아래층 사는 애슐리는 유일한 친구지만 아이를 집안에 두고 같은 공간에서 하는 매춘 행위를 견디지 못한다. 애슐리는 핼리가 어른과 아이의 차이를 인정하기를 포기한 인물이면서 스스로 어른되기를 포기한 인물이라고 간주된다. 사회적으로 그를 막을 공권력이 부재할 때 갇힌 인물은 엄마가 될 수 없다. 엄마는 사회부적응자다. 아이를 돌보려면 노동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그는 육체적인 노동능력이 없다. 일터로 가는 애슐리 대신 핼리가 빗속에서 무니와 노는 것은 그런 한계를 보여준다. 핼리가 매춘광고를 인터넷에 올린 사실을 안 애슐리는 경찰에 고발한다. 그 선택은 자기가 돌보는 아들을 생각해서이기도 하다. 핼리의 노동에 대한 거부가 매춘 행각으로 이어진 것을 그는 참을 수 없다. 애슐리의 배신에 즉각적으로 응벌하기 위해 구타한 다음 아랫층 자기 집으로 돌아온 핼리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음을 직감한다. 그는 ddr을 하고 담배를 피우고 심란해한다. 지금까지 그의 삶은 지속될 수 없는 외줄 타기였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경찰의 통제로 무니 스스로 탈출하는 결말은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긴다. 식당 뷔페에서 게걸스럽게 먹는 무니가 핼리의 시점으로 비칠 때 아이의 시점과 같은 낮은 앵글은 그의 눈높이를 딸과 대등하게 보여준다.아이의 말과 행동은 또래의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아이는 온전히 자랄 권리가 있다.
바비가 밀린 집세를 독촉할 때 헬리는 그가 아빠도 아니면서 훈계한다고한다고 반발하고 핼리에게 티켓을 도난당한 남자가 집으로 찾아와서 티켓을 내놓으라고 소리쳐도 핼리는 그를 비웃는다. 그가 여유를 부리운 이유는 남자 역시 법을 어긴 성매매자이기 때문이다. 헬리가 사는 곳을 쓰레기같다며 비난하고 돌아가는 남자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을 내뱉는 것같다. 무니에게 부재하는 아버지는 바비같은 무능력한 아버지로 대체된다. 바비는 모녀의 삶에 내심 불안해 한다. 그는 헬리에게 으름장도 부려본다. 그의 말은 별로 효력이 없다. 핼리의 일탈을 방관하지도 막지도 못하는 그는 무능력하다. 도로위에서 서성대는 큰 새들은 무니와 엄마처럼 자신이 닥칠 미래에 알지 못하고 있다. 바비는 새들을 내보내면서 씁쓸한 표정을 짓는데 시종일관 그는 모녀를 방관하지도 보호하지도 못하며 그대로 정체되어 있다. 그가 모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관찰자적 시점인 것은 관객의 시선을 대리한다. 모녀는 새들처럼 현실을 잘 모른다. 그러한 야생의 상태는 위험하다.
무니는 엄마와 다르다. 엄마와 같은 보폭으로 걸을 수 없고 엄마가 하는 일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그 차이를 엄마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무니에게 꾸지람을 하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화를 내는 순간 곧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 훈육대신 놀이를 택한 엄마의 사랑은 왜곡된 것일까? 영화는 통제의 부재 문제를 제기한다. 참과 거짓을 알려주고 바로잡을 통제자가 없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이는 스스로를 혼자서 통제할 수 능력이 없다. 놀이 삼아 주차된 차에 침을 뱉기, 친구들과 빈 집 태우기 같은 범죄를 아이는 옳고 그름으로 대하지 않는다. 무니는 스투키와 젠시와 함께 빈 집을 태운다. 그리고 나서 젠시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케이크에 불을 붙인다. 축가를 부르는 무니는 밤하늘을 물들이는 불꽃을 본다. 잠시 밤 하늘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사라져 버린다. 욕망에 견인되기만 하는 아이는 사회의 규율에 부딪치고 빗나갈 수 밖에 없다. 무니는 정상적인 교육을 엄마 때문에 온당히 받지 못한다.
세 차례 반복되는 무니가 욕조에 들어가 있는 장면은 스스로 자신의 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편집 기법으로 보여준다. 세차례에 걸친 이 욕실 장면들은 무니에게 카메라가 점차 다가가는 방식으로 쇼트의 크기를 달리 하고 있다. 이 프레임은 시간의 경과로써 반복되면서 무니는 엄마의 직업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한다.그는 머잖아 소변보는 남자의 실체를 알게 될 것이다. 엄마가 데려온 어저씨들에 대해 어린 아이는 어떤 판단도 내리지 못한다. 그는 언젠가 그러한 삶의 방식에 순응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카메라는 욕조를 측면에서 미디움 쇼트로 보여주고 다음으로는 클로즈업으로 프레이밍한다. 세 번째에서는 좀 더 무니에게 다가간 클로즈업이 된다. 단계적인 변화는 점차 의혹이 쌓여가고 있음을 반영하면서 머지않아 그가 진실을 알게 되리라 예고한다. 무니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그는 스스로 벗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너무 어리기에 속수무책인 것이다. 엄마와 눈이 닮은 젠시는 결말에서 탈출의 조력자가 된다. 엄마와 달리 그는 실제로 무니 자신과 같은 눈높이를 가진 아이다. 자기 자신과 무니를 동일시하면서 함께 디즈니랜드로 함께 도망쳐 어른의 삶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다. 도망치는 것이다. 앞서 두 아이가 공원에서 함께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여주었다. 결말은 처음부터 예비된 것이며 이 둘이 디즈니랜드로 도망치는 것은 그들의 미래에 일어날 사건에 대한 예시다. 그리고 뒷모습은 관객에게 물음표를 남긴다. 왜 엄마가 아닌 젠시인가? 그것은 핍진성이 있는 설정인가? <400번의 구타>에서 소년원을 탈출하는 앙트완의 얼굴이 프리즈 프레임으로 동결되는 것은 그의 죽음을 의미한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죽음 대신 달리는 무니의 뒷모습을 보여준다.그것은 관객에게 이후 아이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남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