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을 세우고 19일이 지났다.

in han3nam •  5 years ago 

작심삼일이라고 했던가...

새해의 motto를 만들고 나서 첫 주만에 멘붕을 겪을만한 일들이 꽤나 있었고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부끄럽지만 나는 지난 3주라는 짧은 시간마저도
motto를 외면하며 지냈음을 고백한다.

첫 하루이틀은 누가 무엇을 의뢰하더라도 내 자신을 믿고(Yes, I can) '일단 해보자!'라고 마음 먹으니
멘붕 없이 받아드리고 '어떻게든 잘 될 거야!'라며 태연하게 받아들인 다음,
Just do it!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행동으로 옮겨보자 하고 척척 움직이게 되었다.

그렇지만 세상만사가 그렇듯 세상에 나혼자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을 새삼 깨닫고 만다.

내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는 자연히 다른 사람의 도움, 즉 협업을 필요로 하는데
나의 생각과 의지대로 세상 일은 그리 쉬이 굴러가지 않는 법이다.

나는 나름 열의를 가지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았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일단 다들 각자의 아젠다가 있었고 나에게는 이들을 컨트롤할 권한이 없었고
상황적으로도 그러한 목표를 이룰만한 리소스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결론적으로는 전부 핑계이다.
연초라고 혼자만 달아올랐다가 금방 전의를 잃고 만 것이다.

그렇게 2주 남짓한 기간을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었다ㅎㅎ
뭔가 딱히 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상태...

나는 이런 현상이 '뚜렷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러한 motto를 세웠어도 저것이 무언가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그걸 달성하기 위한 행동지침으로서 있다고 한다면
주변에 한 눈을 팔지 않고 힘들더라도 Yes, I can.
무엇부터 할 지 모르겠어도 일단 행동으로 옮기고 보자는 Just do it이 되지만 정작 나는 골라인을 모른 채 무작정 달리기만 하니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니 바로 허탈감을 느꼈던 것이다.

목표지점 없이 달리는 것만큼 지치는 게 어디있겠는가...

그 와중에 각자 자신의 골라인을 향해 달려 가는 주변 사람들을 보니 괜히 나와 비교하게 되고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특히나 하나 둘씩 자기집을 장만해 가고 결혼도 해서 애도 낳고 살아가는 친구들에 반해 나는 아직 집도 없고 ㅠ
인생의 반려자도 만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재테크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해서 딱히 이렇다 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한심했다.

인터넷을 보면 온갖 자기계발에 긍정적인 컨텐츠들이 판을 치지만 사실 이런 글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하지만 허탈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솔직히 누가 페북이며 인스타며 유튜브에 힘들고 우울한 컨텐츠들을 올리겠는가...
나도 이렇게 익명으로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이런 솔직한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써내려가기 위함이었다.

그치만 쉽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두서가 잡히지 않고
괜히 글을 쓰자고 하니 각 잡고 내용 정리하고 편집하고 사진도 찾아 넣고 해야 할 거 같았다.
이것저것 해야 할 게 생기니 그냥 편하게 쓰는 글이 아닌 하나의 일이 되어 버렸다.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태스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냥 오늘은 애라 모르겠다 하고 생각이 날 이끄는대로 글을 적어본다.
누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나를 위해서... 일단 뱉어내면 더 시원할 거 같아서... 장래의 내가 이 글을 봤을 때 내 머릿속이 얼마나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떠한 고민이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글을 적다 보니 평소에 얼마나 솔직해지기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스스로에게도 솔직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참 슬픈 현상이다. 누구도 남의 눈치를 보라고 강요하지 않는 anti-꼰대 세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었다.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이 말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드릴까. 나를 불쌍히 보진 않을까...

오늘도 이런 답답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었다.
이게 참 웃긴 게 딱히 생산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뭔가에 빠지면 사실 그걸 위해 사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다음 편을 기다리다가 퇴근 후 본다든지
아니면 좋아하는 게임이 있어서 일 끝나고 아니면 짬 날 때 그걸 하는 낙에 하루를 버틴다든지...
아니면 여친 또는 남친과의 주말여행이라든지 퇴근 후 얼굴 본다든지 그런 소소한 낙joy 말이다.

근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다. 시간이 나도 막상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다.
그냥 시간이 흐르는대로 떠내려가는 느낌이다.
살고 싶어 헤엄치는 게 아니라 그냥 둥둥 흐름에 몸을 맡겨 시간에 따라 떠내려가는 기분..
내 인생에 대한 컨트롤이 없이...그러다 보니 욕구도 없다.
있다고 해도 거추장스러워질 뿐이다.

왜냐고?
그런 욕구를 해낼 자신이 없으니까. 역량이 없다고 느끼니 날 더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

사실 이 모든 건 내 자신의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이를 대하는 태도 즉 attitude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이를 실행하는 것은 종인 한 장이면서도 천지 차이다.

그리고 최근 느꼈던 공허함과 허탈함은 남과의 비교가 원인이었다는 것도 느끼던 차였다.
항상 사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보다는 나은 사람을 보며 불만족하고 낙담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답을 알면서도 공허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에 지인에게서 단체방에 하나의 글을 받았다.
마치 나의 상황을 꿰뚫고 있다는 것처럼...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했다.
"'인생의 10%는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나머지 90%는 그걸 받아들이는 나의 방식이다(Life is 10% what happens to me and 90% how I react to it).'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삶의 태도(Attitude is everything)'라는 게 핵심이지요."

사실 이 부분은 마침 인지하고 있던 터...
그리고 이렇게 끝을 맺는다.

'더 나아지기 위해 내가 롤 모델로 삼아야 할 사람은 바로 남이 아닌 어제의 나(The only person you should try to be better than is the person you were yesterday)'라는 걸. '비교는 인생의 기쁨을 훔쳐가는 도둑(Comparison is the thief of joy)'이라는 걸.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4/2020021403403.html

나는 남이 가진 행복이 배 아팠던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남이 가져다 주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근데 이건 너무나도 다 잘 안다. 알지만 믿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번 주입을 시키지 않으면 흔들린다.

나도 흔들렸고 아직 흔들리는 중이다.
그치만 아직 내 인생은 많이 남았다. 이렇게 계속 무기력하게 떠내려 가기엔 아까울 정도로...
그래서 다시 한번 믿어보기에 오늘도 되뇌여 본다.

이룬 건 전혀 없다. 이룰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냥 나에게 오늘 주어진 지푸라기는 저거이니 저거라도 잡아봐야겠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이까짓 게 뭐라고. 글 쓴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래도 첫걸음을 떼어 본다.
여러분들 중에도 나와 같은 생각에 무기력하고 허탈한 사람들이 있을진 모르겠다.
근데 공감하지 않아도 좋다. 나도 인간인지라 공감을 받고 싶은 마음이 한켠에 생기지만 공감을 받기 위해 글을 정리하고 다듬으면 아마도 절대 다 쓰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그냥 휘갈긴다.

one step at a time.
and just one step is fine.

앞으로도 매일매일 나 자신을 다잡기 위해 가급적 자주 이렇게 내 생각을 글로 남기고자 한다.
그렇게 내 인생의 목표도 찾고 생각도 정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오늘은 저 글에 나왔던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Brad's Status)'라는 영화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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