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도 오기 전에 벌써 장마가 시작되었나 연일 비가 내린다.
올봄 비가 자주 오기는 했는데 이제는 아침이면 내린다.
오늘도 빗소리에 잠이 깨었다.
자명종 비라도 되는지 곤하게 자는 나를 깨웠다.
이불속에서 생각하기를 뭔비가 매일 아침이면 내리나 싶다.
버티컬 블라인드를 올려 창밖을 보니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고 하늘은 어둡다.
올해는 모든 꽃들이 한 달 정도 앞 당겨 피었다더니 장마도 일찍 오는 게 아닌가 싶다.
요즘은 모든 게 제철보다 앞서간다.
과일이 그렇고 야채가 그렇다.
야채는 이제 철이 없어진 지 오래되었고 과일도 제철보다 앞서 나오고 막상 제철이 되면 오히려 귀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알게 모르게 문제는 있을 것으로 보이나 문제라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 보지 못한 것 같다.
생육 기간을 늘려 좀 더 수익을 내기 위해서 시작된 온실 재배가 이제는 기후 상승으로 일부 품종은 노지 재배로도 가능한가 보다. 물론 급작스런 냉해로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세월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1910년 조선말 순종이 4월 5일 친경제에서 친식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식목일이 언제부터인가 3월로 앞 당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산림청도 그것을 추진하기 위하여 여론 조사까지 했다는 뉴스가 나오곤 했는데 정말 기온이 예전과 다르게 많이 올라간 것은 맞는듯하다.
그렇다 해도 봄장마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 봤어도 여름 장마가 앞당겨 5월에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이고 빨라야 6월 중순에 장마에 접어들었다.
경험상 기억에 의하면 큰비는 장마가 끝나고 9월 전후하여 태풍에 큰 물이 나갔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러다가 막상 여름이 되면 봄철보다 비가 덜 오거나 지긋지긋한 가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평소 기후변화에 관하여 조금은 무관심했으며 변하면 변하는 대로 살면 되지 추운 것 보다야 좋지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아왔는데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나는 올해 매우 특이한 것을 목격하고 환경 변화에 염려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까시 꽃을 보고 놀라는 것이다.
내 기억의 아까시 꽃은 5월 말이나 6월 초에 흐드러지게 피는데 개화시기가 점점 빨라진다고는 해도 너무 이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까시 역시 한 달 정도 일찍 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특이한 점은 올해 모든 꽃들이 일찍 피었다 해도 꽃 모양이 다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올해 아까시 꽃은 내 기억 속에 아까시 꽃이 아니다.
이 사진은 아카시아 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찍은 사진으로 5월 7일 자 사진이다.
기억 속에 아까시 꽃은 내 기억의 오류일지 모르나 꽃대가 지금의 저 꽃보다 늘씬하게 길었다는 생각이다.
올해 핀 꽃보다 삼분지 일 정도 혹은 반이상 더 길었다는 느낌이다.
허기를 채우려 먹은 것은 아니지만 달착지근한 맛에 길게 늘어져 핀 아까시 꽃을 따먹으며 놀던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하다. 또한 밀원을 찾기 위해 꽃을 따라온 양봉업자와 이야기에서도 과거에는 제주도부터 시작한 꽃 따라다니기가 네댓 번 이상 이동했는데 이제는 동시 개화로 아까시 밀원을 찾아 이동하는 게 옛날 같지 않게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털어놓는다.
여하간 기후 변화는 모든 것을 변화시켜놓고 있다.
동절기는 남쪽 나라에서 살다왔으면 하는 소망이 이제는 남쪽 나라까지 갈 필요도 없이 제주도나 남해안에만 가도 될지도 모르겠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미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편입되고 있다는 징후를 볼 수 있다며 기후변화가 미칠 심각성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 중립을 위하여 기업과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안다. 물론 시민 의식의 변화가 앞서야 되는 문제인데 나부터 1~2도 기온이 오른다고 뭐 큰일이야 있겠어하는 자세로 일관했는데 고쳐야겠다. 자신도 모르게 대단히 잘못된 것을 묵인하는 꼴이 되어버렸으며 과거의 내 행동들 중에는 겨울이면 쓰레기 무단 소각을 자주 했는데 30여 년이 흐른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매우 중대한 환경 사범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반성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