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앞으로가 걱정인데 오더 사정에 있어 침체일로를 극복할 길이 있다고 보나?
기존 바이어에 국한해서는 안 되고 계속 다른 쪽으로 개척해야 한다. 우리뿐만 아니고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오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불황이고 특히 주 거래선인 우리나라와 일본 쪽의 오더량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형국이다. 미얀마만 국한해서 본다면 이곳에 한국계 공장 중에 니트 업체는 10여 곳 정도이고 대부분 우븐이다. 니트 업체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어들은 미얀마보다 베트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베트남이 인건비가 높아 생산비가 여기보다 높지만 물류에 부담이 적어 그곳을 선호한다. 미얀마 공장들은 베트남에 비해서 특별히 더 나은 것을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납기가 여유 있는 기획물량 위주로 움직인다. 미얀마 봉제가 극복해야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최근 미얀마에 휴무일이 늘어나 공장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가?
작년부터 미얀마가 대체휴일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대체휴일은 설날, 추석, 어린이날이 공휴일과 겹쳤을 때 대체휴일을 두는 것이지만 미얀마는 모든 법정 휴일이 공휴일과 겹치면 무조건 대체휴일을 준다. 대체휴일 제도를 어디서 보고 도입했는지는 모르지만 공장 입장에서는 나쁜 점만 골라서 도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체 휴일뿐만 아니라 법정 공휴일도 늘어나 올해 휴일을 모두 합해보니 84일을 쉬게 된다. 극단적인 예로 지난해 크리스마스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보름 정도 기간 동안 9일을 쉬는 상황도 생겨났다. 공장 입장에서는 생산은 어떻게 하나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어떤 공장들은 이 기간 동안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며칠 나와서 일하는 것보다 전기세나 페리(직원 출퇴근용 버스 등의 차량)비를 아끼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휴무일이 적은 베트남과 비교하면 이곳에서 흑자내고 공장 가동해 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다.
⟫⟫미얀마 노동 관련 정책 중 어려움 점이 있다면?
미얀마의 노동부는 파워가 센 편이다. 그런데 그 파워가 기업 입장에서 센 것이 아니라 노동자 입장에서 센 것이 문제다. 쉽게 말해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노동부가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노동자 편을 든다. 임금 문제로 노동자들과 다툼이 생기면 노동부 관료들의 문제해결 방식은 대부분 기업들은 돈이 있으니까 노동자들에게 웬만하면 챙겨 주라는 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문제가 생겨서 노동부를 찾아가면 이런 식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니까 대화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노사분규가 점점 확산되고 횟수도 잦아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대기업 공장 중 한 곳은 오버타임이 적다고 스트라이크를 한 공장도 생겨났다. 오버타임이 많아서 쟁의를 하는 곳은 보았는데 적다고 하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이긴 하다. 오버타임이 줄어 실제 수령액이 적어져서 발생한 경우다. 결국 임금 더 달라는 것인데 이런 문제로 노동부 찾아가면 아마 ‘오버타임 좀더 늘리세요’라는 답변을 들을 것이다. 우리공장은 한달 평균 40시간 정도의 오버타임을 실시한다. 미얀마는 오버타임 차지가 정규시간에 비해 200%이다. 오버타임이 늘어날수록 공장 생산비는 급속히 늘어난다. 어떤 때에는 오버타임을 줄이기 위해 에어로 물건 보낼 때도 있다. 납기 맞추려고 오버타임 잔뜩 늘이기 보다는 시간이 더 걸려서 에어로 선적하는 것이 비용을 더 낮출 때가 있다. 그래도 직원들이 먹고 살게는 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오버타임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러 산적한 문제들이 돌출되고 있지만 그래도 미얀마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
아직까지 여기가 인건비가 싸다. 실제 이런 점 때문에 일본 바이어가 여기로 많이 들어온다. 최근 국내 대기업인 H사가 미얀마에 확대 투자를 결정했다. 이 업체는 자체 공장과 외부 협력 업체를 기반으로 연간 7억불의 생산을 목표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신축중인 자체 공장에서 4억불을 소화하고 나머지 3억불은 외주 공장을 통해 생산한다고 한다.
이럴 경우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지금까지 FOB 생산을 위주로 했지만 CM생산도 병행해 전체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 업체 외에도 대형업체 P사도 기존 공장과는 별도로 미얀마에 새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국내 대형 수출업체들이 미얀마로 들어오는 것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니트를 위주로 하는 우리에게는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우븐은 앞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 그 동안 다운재킷을 비롯한 우븐류 바이어들이 미얀마 지역의 고질적인 병폐인 성비수기의 가공임 차이에 싫증을 내고 떠난 경우가 많다. 비수기에 형편없이 가공임이 떨어지다가도 성수기가 되면 임가공비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통에 골머리를 앓고 바이어들이 떠나는 것이다.
⟫⟫미얀마는 정치적 상황을 잘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이곳의 많은 관계자들이 이야기한다.
미국 제재가 풀리면 오더가 갈 곳은 미얀마 밖에 없다. 그러나 군부 문제, 로힝야 문제로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도 로힝야 문제로 관세혜택 유예기간을 재검토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미얀마에 대선이 있다. 여러 가지 정치문제가 매끄럽게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현지 투자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연 어떤 정책이 나올지 기업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고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중국 기업들은 ‘일대일로’ 정책으로 미얀마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투자 자체의 스케일을 비교하면 우리는 상대도 안될 만큼 과감하다. 지금 중국계 봉제투자가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 영향 때문에 미얀마에서 중국 업체들이 오더를 들고 흔드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공장들 중 많은 수가 중국계 기업들의 오더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지난해 중국계 공장의 오더를 받았다. 중국 오더의 특성은 처음 가격 협상할 때 세게 하한선을 부르지만 막상 결정하고 나면 결제나 기타 부분이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다. 중국업체들이 한국 봉제업체들과 거래한 후 평가는 대체적으로 좀 까다롭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한국 공장들은 중국 공장보다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관시’라고 하여 좋은게 좋은 것, 쉽게 일을 풀어가려는 성향이 강하지만 한국업체들은 일처리에 있어 완결성, 디테일을 따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물건 보내주면 한국 업체들의 일처리에 만족한다는 평이다.
결국 한국봉제는 이런 면에서 중국 봉제업체보다 경쟁 우위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미얀마 봉제의 최근 흐름을 감안할 때 앞으로 중국 기업과의 관계 정립을 잘 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은 유럽 오더도 많이 가지고 있고 중국 내수 물량도 무시할 수 없다. 미얀마는 특히 중국 내수 오더에 적합한 지역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우리는 중국에서 이미 봉제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를 맺는데 좀 더 유리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미얀마에 있으면서 당장 시급한 것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장에서 기계보전은 물론이고 생산관리력도 어느 정도 갖춘 엔지니어가 꼭 필요한데 마땅한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현장 내 기계보전이나 단순한 라인 관리에 조선족 교포 직원을 채용하는 공장들이 많은데 전반적인 공장 흐름을 읽지 못하고 단편적인 기술만 가진 이들이 많아 아쉬움이 크다. 반면 한국에는 은퇴자 중에서 이런 곳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숨은 실력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한국 은퇴자 중에서 신체 건강하고 기계 관리도 가능하며 현장 생산 관리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는 이런 은퇴자라면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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