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는 인식이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식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지만, 스피노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공통지'(common notion)의 형성이다. 공통지란 공통되는 것에 대한 앎이다. 알게 된 것(notion)을 서로 비교해서 공통되는 걸 뽑아내라는 건데, 이게 이른바 과학(science, = 앎)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나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공통지를 얻으려는 노력을 '결코 하지 않으려는' 집요한 의지를 발휘한다는 걸 보며 한 번 더 절망한다. 이런 상태를 스피노자는 '예속'이라 불렀다. 훗날 들뢰즈&과타리가 잘 지적했듯이, 사람들은 자기 예속을 욕망한다. 마치 자유를 갈구하듯이. 정치조직인 의협 같은 곳 말고 학술조직인 감염학회 같은 곳에서 이야기하는 진짜 전문가의 공통지를 외면하는 건 뭘까? 그야말로 인식하지 않겠다는 발버둥이다.
자기가 자발적으로 노예로 살겠다고 작정하는데,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사회란, 국가(imperium)란, 노예인 구성원이 다수라면, 노예사회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니체의 표현처럼, '노예도덕의 반란이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승리한 노예가 오늘날 지배자가 되었다,고 니체는 탄식했다. '쇠귀에 경읽기'라는 속담이 있는데,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하고 소가 되겠다는 이들을, 어쩌랴, 소를 풀밭에 끌고 가더라도 풀을 먹는 건 소의 몫일진대.
결국 이번 선거는 자유인과 노예의 대결이다. 오래 쌓여온 적폐가 한 번에 청산되긴 어렵겠지만, (그래서 역사라는 게 있다,) 그렇더라도 미통당, 조선중앙, 신천지(를 통해 본질이 폭로된 종교집단) 및 여기에 기생하는 '지식인'(명칭이 틀리고 부끄럽지만)이 일단 청소되지 않으면, 아무 좋은 일도 건설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화가 나고 속이 터져, 잠도 못 자겠다.
지긋지긋하다. 제발 좀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아보자. 자유인이 모여 나라를 새롭게 건설해보자. “가치 변경, 그것은 창조하는 자의 변경이다. 창조자이어야 하는 자는 언제나 파괴한다.”(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