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nge & Sohne :: 아.랑에&죄네 다토그래프 업/다운

in hive-196917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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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필립 칼리버 29-535

파텍 필립은 2009년 가을에서 겨울에 접어들 무렵 새로운 무브먼트를 발표합니다. 수동 크로노그래프인 칼리버 29-535의 등장은 다들 자동 크로노그래프 개발에 열을 올리던 상황에서 어딘가 대비되는 그림이었습니다. (이미 파텍 필립은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개발을 완료한 시점이었습니다만) 자동의 시대에서 수동 무브먼트 그 중에서 수동 크로노그래프를 새롭게 만드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독립제작자를 제외하면 새로운 수동 크로노그래프에 도전한 메이커는 모리스 라크로아 정도인데 실질적인 설계자는 독립제작자인 안드레아 스트렐러입니다. 이미 자동 크로노그래프를 보유한 상황에서 제왕 파텍 필립은 수동 크로노그래프를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 칼리버 29-535로 대체되기 전까지 칼리버 27-70이 사용되었습니다. 전문 컬렉터 사이에서 칼리버 27-70이 탑재된 모델이 눈에 띄면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로 인식되곤 했는데 생산량이 적어 희소성이 보장되어서가 이유의 하나였을 겁니다. 칼리버 27-70은 르마니아의 칼리버 2310을 베이스로 했는데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초창기에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르마니아를 흡수한 브레게와 바쉐론 콘스탄틴이 수동 크로노그래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칼리버 2310 없이는 불가능한 하이엔드 전용 수동 에보슈입니다. 파텍 필립이 얘들하고 남들과 같은 에보슈를 사용한다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물론 같은 2310 베이스라곤 해도 파텍 필립의 칼리버 27-70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고 해도 말이죠. 남들이야 어찌되었건 인 하우스로 풀 라인업을 갖춰야 할 제왕의 숙명이란 무릇 이런 것이죠. 또 그들의 눈가에서 전부터 계속 알짱거리는 게 하나 있었는데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을 겁니다. 1999년 선보인 랑에의 다토그래프가 그것으로 파텍이 가지지 못했던 완전한 인 하우스 수동 크로노그래프를 독일의 신출내기가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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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5170

칼리버 29-535이 탑재된 Ref.5170은 빈티지의 재해석이라는 컨셉이 느껴지는 가로 투 카운터가 매력적입니다. 카운터의 중심점은 크로노그래프 핸드가 있는 정중앙 보다 살짝 아래쪽에 위치하는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카운터 중심이 벗어나 아래로 처지는 형태의 원조(?)는 랑에의 다토그래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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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니콜라스 뤼섹 리뷰 링크 https://www.timeforum.co.kr/5121057 를 따라가서 아래쪽 Tim님의 댓글을 보시죠. 카운터가 다소 처지게 배치되는 이유는 Instantaneous jumping minute counter (혹은 Precision jumping minute counter) 메커니즘에 의해서 입니다. 아래 동영상 참조.

이것을 사용한 이유는 매우 명료합니다. 정확한 랩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크로노그래프 핸드가 다이얼을 한 바퀴 일주하여 제자리로 돌아오면 미닛 카운터가 한 칸을 움직입니다. 이 메커니즘을 사용한 경우 거의(길어야 1, 2초 정도의 준비동작) 준비동작 없이 미닛 카운터의 바늘이 한 칸 점프합니다. 일반적인 크로노그래프라면 미닛 카운터의 바늘이 이미 0에서 이탈하여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지고 있게 됩니다. 0이면 0이고 1이면 1인 미닛 카운팅에서 카운터 바늘이 어중간한 위치에 치우쳐 있으면 안된다라는 발상은 독일 시계 답지 않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다토그래프(혹은 1815 크로노그래프)와 파텍 필립의 5170은 메커니즘에서 일부 공통적인 부분을 비롯 투 카운터에 배치까지 동일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종종 비교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둘을 두고 구매자로서는 대단히 쉬운 선택이 되면서 또 대단히 어려운 선택이 될 것 같네요.

다토그래프의 무브먼트는 칼리버 L951.1이었고 새로운 다토그래프 업/다운은 칼리버 L951.6으로 기능의 추가가 있는 만큼 칼리버 넘버에도 변경이 따릅니다. 무브먼트 내부의 세부적인 변화까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밸런스 스크류를 떼어내고 투 스포크(Two spoke) 스무스 밸런스를, 그 위에 자이로맥스와 같은 웨이트를 올린 프리스프렁입니다. 이러한 선회에도 기존처럼 수작업으로 조각된 밸런스 콕과 미려한 스완넥은 유지됩니다. 랑에의 차별화 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부분의 하나라 계속 유지해야 하니까요. 밸런스에서 시야를 서서히 넓혀보면 무브먼트 전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랑에 무브먼트의 디지털 이미지는 너무 훌륭하여 그것만 보다가 실물을 보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다토그래프업/다운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 입니다. 피쿠스님이 촬영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진으로 담기만 하면 바로 예술이 된다고 하셨는데 이미지를 보시는 대로입니다. 굳이 제가 말을 덧붙이면 조잡해 질것까지 한데 '시계 미학의 정점'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저먼실버로 만든 3/4 플레이트. 그 위에 늘어놓은 곡선의 아름다운 레버. 후... 아름답군요. 빨간색 루비, 루비를 고정하는 골드 샤톤(Chaton), 다시 샤톤을 고정하는 블루 스크류. 이것 역시 아름다운 뿐 아니라 랑에는 다른 스위스 시계와 구분하는 랑에 양식이기도 합니다.

감상에서 잠시 벗어나 실물과 접해 보죠. 크라운 포지션은 0과 1입니다. 포지션 0에서는 수동 와인딩이며 플래티넘으로 만든 케이스를 손목에 올릴 때처럼 크라운을 돌릴 때의 감각도 마찬가지로 묵직합니다. 포지션 1에서는 시간 조정이 되는데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제가 생애 처음 독일제 자동차인 골프의 스티어링 휠을 돌려봤을 때와 비슷합니다. 개인적인 감상이라 공감이 되실지 모르겠는데요. 묵직하지만 쫀득거립니다. (이후 더 스티어링 휠이 무거운 차량을 경험했지만 처음 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습니다) 또 크라운을 돌리는 만큼 바늘 역시 정확하게 돌아갑니다. 다시 한번 독일스럽다(?)라는 감탄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0과 1 뿐인 크라운 포지션이므로 날짜 조정은 10시 방향에 있는 푸시 버튼으로 손 쉽게 가능합니다만, 푸시 버튼처럼 돌출되어 있어 오작동의 가능성이 없진 않겠더군요.

12시 방향 빅 데이트 윈도우의 숫자는 버튼을 한번 누를 때 마다 하나씩 올라갑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10자리와 1자리의 높이가 다르죠. 공백, 1, 2, 3이 프린트 된 십자형 디스크와 0에서 9까지 프린트된 원형 디스크를 조합해서 표시하기 때문인데요. 이것은 랑에가 랑에1을 통해 선보인 이래 배알도 없는 스위스 메이커들이 답습, 변형을 하게 됩니다. 푸시 버튼은 너무도 가볍게 눌러집니다. 적은 힘으로 스타트/스톱이 되며 리셋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플라이백 기능이 있어 스타트에서 바로 리셋과 동시에 다시 스타트가 가능합니다. 푸시 버튼의 터치가 너무도 가볍기 때문에 크라운을 조작과는 상반되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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