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니체를 읽고 있습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보다가 이해가 전혀 안되어 분노조절장애가 생길뻔 했고 결국 다른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니체의 다른 책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니체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어보려는 분이 있다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부터 읽는것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말년에 자신의 철학을 자신이 정리한 "이 사람을 보라"가 가장 무난히 니체에 입문할 수 있는 책으로 보입니다. 그 다음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같은 책들이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비교적 평이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니체 이 사람은 딱 집어 규격화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제 눈에는 미친사람으로도.... 자기애적 성격장애자로도.... 파시스트로도.....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꿰뚫어본 현자로도 보입니다. 위 모든 평가가 현재 그를 평가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모두 어느정도는 사실일겁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니체는 민주주의체제, 즉 대중이 정치적 결정에 관여하는 서구적 정치체제에 대해 극도로 비판적입니다.
그가 보기에 민주주의는 노예의 도덕.. 즉 비천한 자들이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대중무리들이 무리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남에게 강요하는 방식이 극대화한 것으로 봅니다. 민주주의를 비롯해 사회주의 또한 유럽(사실상 당시의 세계)의 타락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선-악으로 세상을 보는 도덕관도 노예의 것으로 치부합니다. 정직성, 친절함, 인내, 성실성 같은 가치도 좋게 평가해서 "유용성"에 기반한 것으로 본질적인 가치가 있는 도덕관념으로 보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가치있는 도덕은 주인의 도덕으로 세상을 선과 악이 아닌 고귀함과 비천함으로 봅니다. 가치를 만들어서 지켜낼 용기와 힘이 있는 존재의 도덕입니다.
기독교는 플라톤식 이데아철학의 조잡한 짝퉁으로 봅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복종해야할 고귀함과 권위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대화와 세속화는 이런 신의 존재를 끌어내렸습니다. 니체의 명언 "신은 죽었다. 신은 죽은채로 있다. 우리가 그를 죽여버렸다" 라는게 이런 뜻입니다.
신을 죽였으면 신을 대체할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주인의 도덕과 가치관으로 무장한 위버맨쉬(초인)적인 인류의 출현이 그것입니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엄청난 지적-육체적 능력을 가진 인간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극단적으로 선량하고 자비로운 지도자를 말하는것도 아닙니다. 고귀한 무언가를 추구해나갈 창조적이고 강렬한 의지와 책임감이 있는 존재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유럽은 종교적 권위는 끌려내려왔지만 위버맨쉬적인 도덕관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니체가 보기에 이런 막간에 일어난 사회적 퇴보현상이 민주주의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악플을 달고 싶으실겁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니체의 철학을 왜곡하거나 특정부분만 강조한게 아닙니다. 그는 여러 비유와 수사법으로 악명이 높지만 위 내용은 오해의 여지 없이 너무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니체의 주장이 기분이 나쁘냐 좋냐가 아니라 맞냐 틀리냐일겁니다. 여러분은 위 주장이 틀렸다고 확신하십니까?
민주주의라는 것이 쉽게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국민이 권력을 갖고 권리를 행사한다는 그 근본 개념에 대단히 모호하고, 이기적이고, 모순적인 것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권력은 상대가 원치 않는 것을 강요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국민이라면 한 국가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인간을 말하는 것인데 국민이 국민에게 원치 않는 것을 강요할 힘을 갖는다는게 이치에 꼭 맞는 말은 아닙니다. 지배자와 지배받는 자가 같다니요. 교묘한 합리화를 하면 말이 되는 것 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본질을 바뀔게 없습니다.
항상 세금을 안내는 인간이 고액 연봉자가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큰소리칩니다. 권리는 악착같이 찾아먹으려 하지만 의무는 최대한 안지려 합니다. 하물며 남의 희생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지는 듯 합니다.
곧 출소할 조두순도 한표의 투표권이 있습니다. 평생을 남을 위해 봉사한 인물도 똑같이 한표의 투표권이 있습니다. 지능이 극도로 낮아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인간도 한표의 투표권이 있습니다. 탁월한 능력으로 국가에 커다란 기여를 한 인간도 한표의 투표권이 있습니다. 이걸 어떤 도덕으로 합리화할 수 있습니까?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정의와 참여하는 대중의 사고방식, 실행원칙까지 따지고 보면 이상한게 한두개가 아닙니다.
니체가 말했듯이 민주주의가 사회퇴보의 현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심할지 몰라도 인간의 진보과정에서 나타난 이상적이고 도덕적인 방식으로 미화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극단적으로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민주주의가 현재 물질적-사회적 번영에 미친 영향은 흑사병이 서유럽 봉건사회에 미친 영향과 비슷하지 않은가?
흑사병으로 인한 서유럽의 인구감소가 봉건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도시발달과 근대화를 촉진한 것처럼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특히 시장경제를 촉진한 것은 아닌가?
근대화를 촉진했다고 흑사병을 찬양하는 것이 이상한 것처럼 민주주의 자체도 어떤 부인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원칙으로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공리적인 도구로 보는게 맞지 않은가?
이성적으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기술발전과 엄청난 부의 원천은 시장원리입니다. 인간의 욕망과 욕구가 자발적으로 거래되는 시장이 없었다면 저렴한 항생제부터 넷플릭스, 아이폰까지 인간을 풍요롭게하는 많은 것이 없었을겁니다.
시장원리에는 침해받지 않는 재산권이 필요합니다. 인간이 재산상의 권리를 지키려면 인간 자체의 침해받지 않는 권리가 필요합니다. 즉 인간의 기본권이라는게 필요합니다.
인간의 기본권이 인정되려면 인간사이에 최소한이라도 평등한 권리가 존재한다는 어떤 가정이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근대적인 사상과 계몽주의는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체제를 낳았습니다.
실제로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국가에서 장기적으로 경제적 번영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가 위협받고.. 그 결과로 재산권이 불안하고... 그 결과로 안정적인 시장이 나타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여러 모순과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한가지를 확실히 막을 수 있습니다. 바로 힘의 집중입니다. 한 사람이.. 한 집단이 견제받지 않는 강력한 힘을 갖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완화된 도편추방제입니다.
제 생각에 인간이 창조한 비범하고 고귀한 것은 대부분 시장이 만들어냈거나 시장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졌습니다. 민주주의는 이런 시장원리가 잘 작동하게 하는 거름같은 역할을 하는게 아닐까요?
만약 민주주의 체제가 공리적 도구로써의 중요한 역할을 못한다면 그때는 사회퇴보현상이라고 불리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 상황이란 위에서 말했듯 힘의 집중을 막지 못하거나, 대중독재에 의해 인간의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다음 글로 이어서 쓰겠습니다.
위 글과 다른 글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