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범생이었다. 어린시절 나는 내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친한 동네 친구들이 있었다.
매일 집앞에 나가면 약속없이도 친구들이 있었고, 별다른 놀거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동네를 뛰어다녔다.
공부는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게 뭔지도 몰랐고. 하지만 아무 생각없던 그 시절이 아마 내가 유일하게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느꼈던 시절일 것이다.
그 친구들은 지금은 모두 연락이 닿지 않으나 이름과 얼굴이 전부 기억날 정도로 친했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그리고 나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갔다.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호기심과 경계심이 섞인 눈길로 나를 바라보던 이들이 내 친구가 되어갈 무렵, 만으로 10년도 안되는 나의 짧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내가 학습능력이 주위 친구들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시험을 보고 채점이 완료되면 점수가 높은 순부터 공개적으로 호명되어 시험지를 받아가는 방식이었는데(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점점 내 순위가 앞으로 당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스스로도 ‘운이 좋았네’라고만 생각했고 주위에서도 나를 공부를 잘 하는 학생으로 여기지 않았다.
3학년 어느 날, 학교에서는 수학왕 경시대회를 개최했다. 그 해에 처음 도입되어 수학왕 경시대회 1회였다.
방식은 단순했다. 학년별로 점수가 가장 높은 1명을 뽑아 수학왕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풀었고 푼 후에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나눠주고 풀으라니 풀었지.
다음날 쉬는시간, 같은반 학생이 문을 열고 외쳤다. “우리 반에서 수학왕 나왔대!”
한 학년에 12학급, 약 500명이 있었기에 수학왕이 우리반에서 나왔다는 것은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두들 누구일까 추측하기 시작했고 당시 우리 반에는 공부를 잘하기로 유명한 여학생이 있었다.
대부분 그 친구가 수학왕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나랑은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기에.
수업시간이 시작되었고 담임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여러분들 모두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우리반에서 수학왕이 나왔어. 그리고 전교에서 유일하게 100점이야.”
반 친구들은 모두 그 여학생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선생님께서는 잠깐 멈칫 하시더니 말하셨다.
“문도야, 수학왕 축하한다!” 순간 교실은 완전히 조용해졌고, 나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해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선생님의 눈은 정확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또한 반 친구들의 눈도.
그러한 큰 관심을 받아본 것이 처음이었기에 마치 시간이 멈춘듯 느껴졌다.
그 다음주 월요일 아침, 나는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께 직접 상을 수여받았고 교실 앞 티비를 통해 그 장면은 생중계되었다.
수학왕, 그 칭호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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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왕이셨군요 부럽습니다^^(수포자인 접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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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고등학교때 입시 수학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어요 ㅠㅠ
반갑습니다. 자주 뵈어요 수학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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